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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 옥수수 그리고 콩. 바이오에탄올이 세계적 화두다. 국제유가 배럴당 86달러 시대, 석유고갈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에탄올 생산국가인 브라질과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이미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에탄올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석유품질관리원도 내년 8월 바이오에탄올 도입을 위한 연구를 마감한다. 상용화를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곡물에탄올은 빈곤심화, 노예노동 등 또 다른 차원의 환경·인권문제를 낳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세계적 논쟁이 된 바이오에탄올의 명암을 살펴보기 위해 브라질·미국·멕시코 3개국을 현지 취재했다. '곡물에탄올 전쟁, 바이오연료의 명암' 10부작 시리즈 일곱번째는 세계적인 환경학자 레스터 브라운 미 지구정책연구소장 인터뷰다. 브라운 소장은 바이오에탄올의 미래에 대해 미 농무부 콜린스 박사와 대조적인 분석을 내놔 더욱 눈길을 끈다. [편집자말]
그는 "세계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 옥수수 값은 2년6개월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곡물 바이오에탄올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은 현재 진행형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 레스터 브라운 미 지구정책연구소장 그는 "세계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 옥수수 값은 2년6개월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곡물 바이오에탄올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은 현재 진행형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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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문제점들이 나왔고, 특히 식량위기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곡물 바이오에탄올 도입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세계적인 환경학자 레스터 브라운 미 지구정책연구소장(Earth Policy Institute)은 2008년 한국의 바이오에탄올 도입에 대해 매우 우려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지난 9월 12일 오후 미 워싱턴DC 코네티컷 애비뉴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식량위기를 가중하는 바이오에탄올산업 팽창에 대한 세계적인 모라토리엄이 선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세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바이오에탄올 공장 건립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중국은 이미 식량문제를 불러올 바이오에탄올산업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 옥수수 값은 2년6개월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곡물 바이오에탄올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은 현재 진행형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 타고 싶은 사람과 밥 먹고 싶은 사람, 갈등이 시작된다"

이어 브라운 소장은 식량인 옥수수와 사탕수수로 수송용 에너지를 만드는 것과 관련, "차를 타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식량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 간의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이것은 이전에 우리 인류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윤리적인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명화 된 인류가 화석연료의 고갈 위기에서 식량마저 수송용 연료로 쓰면서 향후 빈부격차가 더 심각해질 텐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도전적 과제가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적인 곡물 바이오에탄올정책 추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국가로 멕시코를 꼽았다.

"멕시코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멕시코의 주식이 옥수수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식량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다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옥수수값, 유럽에서는 빵값, 한국에서는 쌀값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은 레스터 브라운이 바이오에탄올 추진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가로 지목한 멕시코로 떠난다. 다음 편은 멕시코 농부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다음은 레스터 브라운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레스터 브라운 미 지구정책연구소장은 "세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바이오에탄올 공장 건립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중국은 이미 식량문제를 불러올 바이오에탄올산업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상태"라고 밝혔다.
 레스터 브라운 미 지구정책연구소장은 "세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바이오에탄올 공장 건립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중국은 이미 식량문제를 불러올 바이오에탄올산업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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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옥수수로 곡물에탄올을 생산해도 '식량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는 옥수수 바이오에탄올 생산 때문에 벌써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폭서·홍수·태풍·가뭄  발생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올해 생산된 곡물의 15%를 바이오에탄올로 썼다. 문제는 내년에 미국에서 생산하는 30%의 곡물(밀·쌀·보리·옥수수 등)을 바이오에탄올로 쓴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옥수수 값이 2년 6개월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곡물 바이오에탄올로 인한 식량가 상승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세계 식량안보를 위해 70일간의 비축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53일분만 남아있다. 곡물 바이오에탄올로 인류의 식량균형이 깨지기 쉬운 상황에 놓여 있다."

- 세계적인 바이오에탄올 생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같은데.
"식량위기를 가중하는 바이오에탄올산업의 팽창에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해야 한다. 세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바이오에탄올 공장 건립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중국은 이미 식량문제 때문에 바이오에탄올산업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남은 시설을 통해서는 나무껍질 등을 활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나서야 한다."

- 부시 미 대통령은 2017년까지 옥수수 곡물에탄올을 포함 350억 갤런의 대체 수송연료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라고 보나.
"노((NO). 부시 대통령이 주장한 350억 갤런의 옥수수 바이오에탄올 생산은 대부분 식량이 쏟아내야 하는 양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에도 옥수수와 밀 등의 식량을 수출하고 있다. 여태까지 세계의 식량바구니였던 미국이 앞으로는 연료탱크가 되겠다는 뜻이다.

걱정되는 부분은 곡물 바이오에탄올 공장·시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이 연료가 되면서 유가상승 속도를 식량이 쫓아가는 형국이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세계 식량가격이 동반상승할 것이다. 에탄올정책 때문에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배고파지는 것이다."

"국제 유가 오르면 먹을거리도 가격 오른다"

- 미 농무부 관료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옥수수 대부분이 사료용이기 때문에 기근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멕시코는 식용 옥수수와 사료용 옥수수를 구분해서 기르지만, 미국은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 식량원조 대상인 옥수수 품목 가격이 2배 이상 오르게 되면 당연히 자원이 1/2로 줄어든다. 이것은 세계 가난한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문제다.

올해 초 멕시코에서는 또르띠야 시위가 벌어졌다. 별안간 옥수수 가격의 60%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옥수수 바이오에탄올 정책 여파가 작용했다고 본다. 바이오에탄올과 식량문제는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 식량가격이 오르면 미국의 사료용 흰 옥수수나 멕시코의 식용 노랑 옥수수 가격이 모두 덩달아 뛴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 유전자조작(GMO) 농산물로 친환경 바이오에너지를 만든다는 게 모순돼 보인다.
"재미있는 얘기를 하겠다. 바이오에탄올이 친환경 차세대 핵심 에너지원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가솔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차이가 없다.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때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때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쓰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인 다국적 곡물기업인 몬산토사는 가뭄에도 견디는 GMO옥수수를 개발 중이다. 그런데 이 옥수수가 생산량에 별로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단위면적당 식량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거다."

- GMO옥수수라도 에탄올 생산량이 많으면 된다는 시각도 있다. 
"바이오에탄올 생산자 입장이라면 GMO옥수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당신이 당장 미국의 슈퍼마켓에 가면 70% 이상의 농산물이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일 것이다. 만일 당신이 오늘 슈퍼마켓에서 GMO가 아닌 것을 장바구니에 담으려면 아마도 장바구니가 가득 차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로 미국에는 GMO가 보편화 돼 있다."

- 힐러리 클린턴과 배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대선을 앞두고 잇달아 온실가스 감축 및 대체에너지 개발 정책을 제출했다. 민주-공화 양당의 정책을 비교한다면.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간의 차이는 별로 없다. 농업 지역에 뿌리를 둔 의원이 20~30명 가량이다. 이 의원들이 바이오에탄올 보조금제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힐러리 의원이 냈다는 에너지펀드 정책은 미디어용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평가할 것도 없다. 의원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연구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세부안이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부시와 룰라의 에탄올 동맹, 이익은 '이미지' 뿐"

세계적인 환경학자 레스터 브라운 미 지구정책연구소장은 2008년 한국의 바이오에탄올 도입에 대해 매우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세계적인 환경학자 레스터 브라운 미 지구정책연구소장은 2008년 한국의 바이오에탄올 도입에 대해 매우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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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브라질이 에탄올동맹을 맺게 된 가장 큰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포토 쇼'였다. 부시와 룰라 모두 언론에 나올 사진을 찍기 위해 바이오에탄올을 들고 나온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게 뭔가.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의 바이오에탄올 수출에 관세를 낮추려고 했고 부시 행정부에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룰라 대통령은 실익을 얻은 게 없다."

-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과 에탄올동맹을 맺어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으로부터 조롱당했다.

"부시 대통령이 브라질까지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룰라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줬을 것이다. 브라질에도 우파가 있지 않나. 아마도 룰라 대통령은 3선을 노리는 것 같다.

여하튼 에탄올동맹으로 미국과 브라질 양국 정상은 민중들로부터 관심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미지 이외에는 얻은 게 없다. 그 뒤에 제대로 된 게 있나.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이 브라질의 에탄올 수출에 세금을 너무 많이 부과해 좀 깎아 달라고 했지만 부시 미 대통령이 'NO'한 격이다."

- 바이오연료의 붐이 일면서 모든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바이오에너지산업 투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바이오에탄올산업이 기업에게 많이 이득이 된다. 많은 기업들이 바이오에탄올 플랜트를 짓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바이오에탄올 공장의 30%만 농부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산업은 농부중심이 아니라 기업중심이다."

- 세계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다. 곡물에탄올산업 추진으로 세계에서 가장 피해를 보게 될 국가는 어디라고 예측하나.
"멕시코다. 그 이유는 멕시코의 주식이 옥수수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식량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다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옥수수, 유럽에서는 빵값, 한국에서는 쌀값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송수단의 대안은 풍력에너지"


레스터 브라운은 누구?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지구정책연구소 소장이자 설립자다.

지구정책연구소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즉 생태경제의 비전을 보여주고 여기에 이르기 위해 가야 할 방향과 가지 말아야 할 방향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캘커타 텔레그래프는 레스터 브라운을 '환경운동의 스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레스터 브라운은 30년 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자신의 생태경제 구상에 사용해왔다.

70세의 나이가 된 그는 토마토농장 경영에서 시작해 5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으며 이 책은 40개 언어로 발행되고 있다.

그는 20개가 넘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유엔환경상(1987), 세계자연보호기금 금메달(1989), 지구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특별한 공로를 인정하는 '푸른 지구상'(1994) 등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상하이대학의 명예교수로 임명됐고, 이탈리아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책은 한국어로도 많이 번역돼 있다. 지구환경문제를 다룬 <플랜B 2.0>이 곧 발간될 예정이기도 하다.

바이오에탄올의 미래에 부정적인 그에게 '가장 건강한 이동수단'을 묻자 그는 주저없이 '인간에게 가장 이로운 이동수단은 자전거'라고 말했다.
- 한국도 바이오에탄올 도입을 위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미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문제점들이 나왔다. 특히 식량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수송수단의 대안은 풍력에너지가 좋다. 최근 풍력에너지 이용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는데, 풍력으로 전기를 충전해서 전기차(하이브리드)를 쓰면 가까운 곳은 다닐 수 있다. 현재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 비용이 1갤런에 1달러 정도로 추산돼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 한국에서는 기업인 출신 환경운동가 문국현씨가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왔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나.
"환경운동가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후보로 나섰다는 점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기업인 출신인 그가 어떤 정책을 펼지 잘 모르겠다. 한국적 상황을 몰라서 더 길게 말하기 어렵다."

- 박사께서는 "자동차 운전자 8억명과 굶어죽지 않으려는 20억명 간에 옥수수 확보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철학적 가치가 숨겨진 말이라고 본다. 어떤 셈법인가.
"차를 타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식량을 원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전에 우리 인류가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윤리적·정치적인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문명화된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 것인가 하는 도전인 것이다."



태그:#레스터 브라운, #미국 지구환경연구소장, #바이오에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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