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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를 보면서 고난의 의미를 생각한다. 추운 겨울(고난)을 나기 위해서는 자기 비움이 있어야 한다. 겨울나무가 주는 삶의 소리를 듣는다.
▲ 북한산의 겨울 겨울나무를 보면서 고난의 의미를 생각한다. 추운 겨울(고난)을 나기 위해서는 자기 비움이 있어야 한다. 겨울나무가 주는 삶의 소리를 듣는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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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여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이다

간절하게 여행을 꿈꾸게 되는 때가 있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 장편소설이 미치도록 읽고 싶을 때처럼 삶이 숨돌릴 겨를조차 없다고 느껴질 때 나는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떠날 때 나는 가볍게 떠난다. 여행지에서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들을 담을 카메라만 있으면 나의 여행 준비는 끝이다. 때론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여행일 때도 있고, 점심시간 후 30여분간의 여행일 수도 있다.

나에게 여행은 '어디를 다녀왔는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질 않는다. 그것보다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무작정 떠난다고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언제 이렇게 많은 곳을 다녔는지 꿈만 같다. 그러고 보면 여행은 시간이 많다고 많이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닌가 보다. 한 해 동안 나만의 여행을 추억하면서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에게 나의 여행을 나누고 싶다.

훌훌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간혹 이벤트를 위해서 준비가 필요할 때도 있다.
▲ 강원도 물골에서의 쥐불놀이 훌훌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간혹 이벤트를 위해서 준비가 필요할 때도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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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계획있는 여행이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된다

정월 보름, 강원도 물골에서 가족이 1박하는 여행을 떠났다. 밤이 일찍 찾아오는 시골에서 뭘할까 생각하다 쥐불놀이와 불꽃놀이를 계획했다. 쥐불놀이는 세찬 강풍과 마른 숲으로 인해 취소했지만 곱은 손을 불어가며 불꽃놀이를 할 수 있었다. 작은 소품이지만 '여행지에 가서 뭘할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가족들이 굳이 여행을 가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친목행사만 하고 돌아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지에서는 가급적이면 집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하자.

여행은 어디를 다녀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뭘 보고 왔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 풍도 다녀오는 길 여행은 어디를 다녀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뭘 보고 왔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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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기억만으로는 추억을 남기기가 어렵다

좋은 여행은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 기억도 아련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추억이지만 사진 한 장의 기록은 여행지의 느낌들과 그 순간의 느낌을 고소란히 기록할 수 있다. 우리네 여행사진은 주로 인물사진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나의 경우는 인물사진보다는 나의 여행 주제인 '들꽃'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같은 종류의 꽃사진임에도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그 꽃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는 분들을 위해 카메라를 권하고 싶고, 인물사진도 좋지만 다른 주제를 잡아보라고 권한다. 들꽃이 아니라도 여행지의 다양한 주제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행은 주제를 가지고 떠나는 것이 좋다. 나의 여행의 주제는 꽃이다.
▲ 가리왕산의 얼레지 여행은 주제를 가지고 떠나는 것이 좋다. 나의 여행의 주제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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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여행은 다시 그곳에 가기 위해 떠난다

나의 여행의 주제가 들꽃이다보니 꽃을 만났던 그곳을 시기에 맞춰 다시 찾는 버릇이 생겼다. 여행지는 세월이 쌓이면서 더 많아지게 마련이니 봄처럼 꽃이 우후죽순 피어날 때에는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곳들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가고 싶어도 발만 동동구르며 계절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꽃들이 그곳에 피어있는 한 그곳을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여행은 회귀본능이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으로 회귀하는 것이 여행이다. 그래서 훌훌 일상을 털어버리고 무작정 떠난 여행길에서도 힘을 얻고 오는 것이다. 그냥 바다나 산을 바라만 보고 와도 힘을 얻는 이유는 알지 못하는 순간 자연과의 합일되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옛 향취가 뭍어있는 곳을 여행하는 것도 묘미다. 자녀들과 갈 때에는 미리 장소에 대한 공부를 하고가면 좋다.
▲ 불국사 옛 향취가 뭍어있는 곳을 여행하는 것도 묘미다. 자녀들과 갈 때에는 미리 장소에 대한 공부를 하고가면 좋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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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아는 것 만큼 보고 느낀다

여행자들에게는 금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는 것이 여행이 주는 묘미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는 그래서 중요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멋진 부모가 되는 것, 그것은 단지 여행지에서 맛난 것 사주고, 기념품 사주는 부모가 아니라 그 여행길에서 아이들에게 더 많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부모인 것이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여행은 단 한 번도 같은 곳을 다녀올 수 없는 것이다.
▲ 강촌 구곡폭포 같은 장소라도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여행은 단 한 번도 같은 곳을 다녀올 수 없는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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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매일매일 오고가는 길이 여행길은 아닐까?

식상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행은 먼 곳으로 가야만 맛이 아니라 내가 발딛고 살아가는 일상 속에 얼마나 많은 여행적인 것들이 들어있는지를 볼 수 있다면 매일매일 여행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여행자를 꿈꿀까? 그것은 바로 여행자가 '자유로움'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에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늘 같은 날처럼 살아가면서 특별한 여행을 꿈꾸는 것이다. 매일매일 특별한 오늘을 맞이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듯 늘 그 곳을 지키고 있는 자연이 고맙기만 하다.
▲ 한계령에서 바라본 설악산 변하지 않는 듯 늘 그 곳을 지키고 있는 자연이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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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늘 그 모습 그대로인 듯한 자연을 보면 신비롭다. 볼 때마다 변화무쌍했다면 또 다시 그 곳에 오고 싶었을까? 변하긴 변하되 그 변화의 기복이 사람들과 같지 않아 그 곳을 또 찾는 것이 아닐까?

자연 앞에 서면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야 꿈이런가 하노라'하는 길재의 한탄이 나의 한탄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 변함이라는 것이 성숙한 변함이면 좋으련만 늘 그럴수만 없다. 그럼에도 자연 앞에 서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여행은 그래서 좋다.

여행을 떠나는 날, 햇살이 맑다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 춘천 중도가는 길 여행을 떠나는 날, 햇살이 맑다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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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여행하는 날은 자연에 감사하는 날이다

여행하는 날 일기가 좋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시간을 내가 조정한다면야 좋은 날을 골라서 가면 되지만 갑자기 여행가기 좋은 날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꽃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날이면 날씨가 흐려도 갈 수만 있으면 감사한다. 나에게 있어서 여행하는 날은 감사하는 날이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여행지,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은 곳은 아무래도 부대비용이 많이 들기 마련이다. 단순히 놀러가는 날이 아니라 여행하는 날이라면 가급적이면 인공의 손길이 적은 곳, 자연의 숨결이 많이 남아있는 곳으로 가자. 그래서 자연에 감사하는 날로 삼는 것은 어떨까?

마음만 먹는다고 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그 곳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 해금강 마음만 먹는다고 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그 곳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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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내가 서 있는 곳이 최고의 여행지다

지난 봄 우연찮게 금강산을 다녀왔고, 이번 가을에는 개성에 다녀왔다. 분단된 산하에서 살다보니 그리워도 쉽게 오갈 수 없는 곳이라서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도 여행 전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람이란 금지되어 있는 것에 대한 동경이 많은 것 같다. 금지된 장난의 짜릿함 같은 것, 그래서 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을 더 많이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막상 경험하고 나면 지금 내가 발딛고 서있는 곳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위안삼는 말일지는 몰라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최고의 여행지라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면 다른 곳에서 여행을 온 이들에게 안내해 줘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다.

멀리 종달리의 지미봉이 보인다.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 제주도 시흥바다에서 멀리 종달리의 지미봉이 보인다.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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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최고의 여행지도 일상인 사람들이 있다

제주도 동쪽 끝마을에서 6년을 살았던 경험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축복받은 여행이었다. 가족들과 제주땅을 밟으면서 "여행왔다고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했는데 정말 그 말대로 되었다. 제주가 내게도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도시가 그리울 때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제주를 떠나 도시인이 되어 살아가면서는 끊임없이 제주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여행이란, 일상에서의 탈피다. 그런 점에서 자유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상생활과 다른 패턴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여행을 그리워하는가 보다.

위에서 말한 나의 여행법 열 가지, 그러면 항상 그 열가지 계명을 다 지키면서 여행을 하는가라고 물으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을 한다. 여행은 사람들의 다양함 만큼이나 다양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같은 곳을 같은 주제를 가지고 다녀온 사람들도 다 다른 느낌이다. 그러므로 어느 누군가가 얻은 그 영감을 얻기 위해 그 여행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로 삼는 것이 지혜로운 여행길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글'



태그:#여행, #풍도, #불국사,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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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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