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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 이번 제 53회 백제문화제에서는 매우 특별한 장면이 연출되어 눈길을 끌었다. 무려 말 100여마리가 동원되어 대규모 군사행렬을 보이는 것이었는데, 공주에서 개막식 전에 그 자태를 드러난 기마군단 행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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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난히도 공주 시내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다. 공산성 아래에 커다란 무대가 있고 그 앞에는 수많은 의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그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그 주위에 일어서서 한쪽을 응시하고 있다. 모두들 무엇인가를 기대하면서, 서성이면서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그 사람들이 바라보는 방향이 소란스러워지면서 무엇인가가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도대체 무슨 날이기에 이렇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일까?

700년 대백제의 꿈을 보여주겠다는 백제 문화제의 개막

10월 11일(목)부터 10월 15일(월)까지 백제의 고도였던 두 도시, 즉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에서는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바로 이번으로 제 53회를 맞는 백제 문화제다. 백제문화제추진위에서 주관하는 이번 행사엔 기존의 배가 넘는 40억이라는 대규모의 돈을 들인지라 크게 신경을 쓴 모양이다. 지금 공주와 부여는 축제 분위기로 넘치며, 그 화려한 모습을 관광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공주와 부여의 백제 문화제는 서로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하기도 하고, 같은 기간에 같이 진행하기도 하기도 하였다. 이번에는 공동개최로서 겉으로는 서로 협력하면서 하는 것처럼 보이나, 내심 경쟁하는 눈치다. 이번에 개막식은 공주에서, 폐막식은 부여에서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공주에서는 사실상 공산성 주무대에서 주 공연이 펼쳐지며 그 외에 금강둔치공원과 무령왕릉 등에서도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부여에서는 구드래 주무대에서 주 공연이 펼쳐지며 구드래광장에서도 여러 행사를 할 계획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부소산성과 정림사지, 백제왕릉원에서 하는 행사는 많지 않다.

백제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공주의 둔치공원. 금강 옆에 자리잡았으며, 이곳에서는 밤을 비롯한 여러 먹거리들과 특산품들이 전시되고 또 팔리고 있다.
▲ 공주 둔치공원. 백제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공주의 둔치공원. 금강 옆에 자리잡았으며, 이곳에서는 밤을 비롯한 여러 먹거리들과 특산품들이 전시되고 또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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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부여가 행사 무대를 이곳으로 정한 것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기에 적절한 장소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공산성 주무대는 옛 웅진백제의 도읍으로 추정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교통으로도 공주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반면 부여 시내에는 그럴만한 장소가 없고, 대신 부여의 한쪽에 치우쳐 있지만 넓은 부지와 코스모스가 만개한 구드래를 선택하여 수많은 인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유적지인 부소산성과 백제왕릉원이 주 무대가 아니라는 점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대신 부여는 백마강을 가운데로 구드래와 마주보고 있는 부산에 대형 조명을 설치하여 저녁에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주 터미널에서 내리면 그 앞에는 바로 금강이 펼쳐진다. 금강쪽을 바라보면 하얀 천막들이 축제임을 보여주고 있고, 이곳에선 군밤을 비롯한 수많은 먹을거리나 특산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섶다리로 갈대밭을, 부교로 금강을 건너며...

섶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다리로서 이 다리를 밟으면 푹신푹신하고 약간 흔들리는게 정겨움을 안겨준다.
▲ 섶다리. 섶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다리로서 이 다리를 밟으면 푹신푹신하고 약간 흔들리는게 정겨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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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쪽으로 가면 무성한 갈대들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으며, 그 갈대밭을 가기 위해선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한다. 이곳에는 섶다리를 설치해 놓았는데, 옛 방식으로 만든 다리로서 주로 섶나무와 흙 등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도시인들에게 이 섶다리는 그동안 느끼지 못하였던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해준다.

섶다리는 푹신푹신하면서도 섶나무로 만들었기에 약간 흔들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도 끄떡없는 것이 튼튼하며, 풋풋한 흙냄새의 정겨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사람들은 섶다리를 밟는 순간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다가, 다시 한걸음을 디디면 이런 것도 있구나란 표정으로 신기해 한다. 그리고 섶다리에서 마지막 한걸음을 내려 본래의 땅을 밟으면 땅이라는 게 땅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섶다리를 밟던 순간 느꼈던 남모를 정취에 그쪽을 뒤돌아보게 된다.

공주에는 이 섶다리를 2개 설치해 놓았으며 그 옆에 등불을 걸어 놓아, 저녁에 훤히 비칠 수 있게 해 놓았다. 관광객들은 이 섶다리를 건너며 즐거워하고, 새로운 맛에 흠뻑 젖어든다.

금강 위에 떠 있도록 만들어 놓은 다리로서 이 위를 걸어가면 물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은 색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 부교. 금강 위에 떠 있도록 만들어 놓은 다리로서 이 위를 걸어가면 물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은 색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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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다리를 지나면 부교가 있다. 부교는 물에 뜬 다리로서 이곳에 올라서면 역시 살짝 흔들리는게 느껴지지만 안전하다. 해병대가 주위에서 서성이면서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고, 길목에 줄이 쳐져 있다. 가운데 즈음엔 전망대가 있어서 그곳에 서서 금강을 바라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땅 위에 서 있는 것도, 배 위에 서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의 발아래에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그 색다른 맛에 또 한번 흠뻑 빠지게 된다.

특히 이곳에서 공산성을 바라보는 것도 그렇게 장관이 아닐 수도 없다. 다만 부교와 금강교 사이에 무엇인가 다리의 흔적이 보이는데, 이는 배다리로, 옛 사람들이 배를 이어 놓아 다니던 곳이다. 사실 저런 배다리를 복원해서 관광객을 지나갈 수 있게 해 놓았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도 살짝 든다.

공주는 이런 단순히 다리라는 것을 이용해 축제 분위기를 듬뿍 높이고 있다. 이 또한 특별한 아이템이라면 아이템일까?

대백제국에 오셨으면 대백제국의 여권이 필요하오!

공산성 앞에서는 여권을 발급하고 있다. 앞에 ‘대백제국여권’이라 적혀 있는 이 여권은 신청만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발급해준다. 가운데에는 이번 축제의 마스코트인 용이 한 마리 그려져 있는데, 이 용은 사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단룡문고리자루칼에 새겨진 용의 문양을 본떠 만든 것이다.

대백제국여권은 첫 페이지를 열면 여권번호와 성명, 생년월일, 사는곳, 연락처를 기입해 놓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 “위 사람을 대백제국의 백성임을 증명하며, 축제기간 중 불편함이 없도록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어 제법 그럴싸하다.

그 다음 페이지엔 스탬프 날인하는 곳이 있어 공주와 부여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리고 이번 축제의 일정표도 모두 나와 있어, 간단한 이 여권 한 장이면 이번 축제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 그리고 그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도록 잘 구성해 놓았다.

더불어 엽전도 환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백제시대 때 화폐가 쓰였을지는 의문이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다. 이곳에서 체험행사를 하려면 이 엽전이 필요하며, 기존의 수원 화성행궁과도 비슷하다고 하겠다. 기념주화로 몇 개 사서 간직해도 나쁘진 않다.

대백제군의 위용을 자랑하는 기마군단

이 사진은 선봉대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은 이번 축제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 대백제 기마군단. 이 사진은 선봉대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은 이번 축제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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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축제에서 가장 볼만한 것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이 있겠다. 100여 마리의 말들이 동원되는 이 행렬은 공주에선 공주고등학교에서 공산성까지 이어진다. 개막식 바로 전에 하는 것으로서 공주고등학교에서 공산성까지의 길은 이미 사람들로 꽉 채워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다만 수많은 말들이 지나감에도 도로 정리는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았다. 군데군데 길마다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아무리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관광객들이 이 행렬을 볼 때 큰 방해가 된다. 게다가 경찰들도 관광객들이 앞으로 나오는 것을 제지하고 있는데, 기존에 미리 양해를 구해 차들을 빼놓게 하는 게 어땠을까? 그러기는커녕 행사를 10~20분 정도 앞두고 그 속에 트럭이나 택시나 지나가면서 경찰들과 옥신각신 하는 등의 모습은 그다지 보기엔 좋지 않았다. 차량통제만 했지 차량정리는 미흡했던 게 원인이라 하겠다.

이윽고 백제 기마군단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개막식 전에 그 웅장한 위용을 한껏 자랑하는 듯 처음에는 몇몇 기들이 달려왔다. 말은 역시 달려야 제맛이다. 갑옷을 입고 투구를 썼으며 칼을 찬 백제의 무사들이 도심 한가운데를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러한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 또한 즐겁고 놀랍다. 사람들은 연신 플래시를 터트리고 박수를 하며 그들을 맞는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선봉부대였다. 다시 더욱더 많은 기마군단이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실제로 보병들보다 기병들을 더 많이 배치함으로서 그 위용을 살리고 있는데, 물론 전쟁에서 쓰이는 진법 등은 무시하였다. 이것까진 별로 상관하고 싶진 않다고 하나, 보병들은 그저 밀집대형으로 해 놓아서 깃대를 들고 걸어가게 하였는데, 기병을 강조하다보니 도리어 보병들 행렬이 초라해진 느낌이다. 차라리 이럴 것이라면 기병만을 운용하여 행차를 하거나, 보병도 좌우에 두며 그 모습을 자랑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말 100필은 과연 장관은 장관이다. 국내에서 말을 동원한 예로서는 가장 큰 스케일일 뿐 아니라 이러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주목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는 처음인지 어느 정도 보완할 부분도 엿보였다.

가장 먼저 기마군단 행렬에서 그 행렬이 지나가는 길목의 주차된 차들은 웬만해선 다른 곳으로 빼 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한계를 단순히 경찰들만 배치해놓기보다는 간단한 바리게이트를 쳐 놓음으로서 그 선을 넘지 말란 식으로 표시하는 게 더 좋다고 본다.

소품에서도 백제의 것과는 다른 게 보인다는 것이 살짝 아쉬웠다. 백제의 유물이 많은데 왜 백제의 유물을 이용하지 않는 것인지……. 역사고증은 역사를 주제로 한 축제에서는 애초에 기본을 따라야 하는 것임에도 이런 것에 대한 신경이 미흡할 때마다 약간 아쉽긴 하다. 차후 축제에서는 이런 고증의 문제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본다.

기마군단 행렬은 다른 축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백제 문화제의 진정한 맛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으며 크게 자랑할만하다. 이 기마군단 행렬을 오늘 보지 못하였다고 해도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기마군단 행렬은 다음주 월요일, 즉 10월 15일(월) 오후 4시부터 5시 반까지 부여의 부여중학교에서 시작해 구드래 주무대까지 이어지니 말이다. 100필에 이르는 말에 모두 편자를 박아 그 소리 또한 경쾌하며 모습 또한 장대하니 생각이 있는 분은 한번 시간을 내어 그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덧붙이는 글 | 백제 문화제는 10월 11일 목요일에 시작하여 10월 15일 월요일까지 충청남도 공주시와 부여군에서 한다. 그리고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은 10월 15일 부여에서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태그:#백제문화제, #공주시, #부여군, #백제, #공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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