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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왔다. 혈육이 무척 그립고 보고픈 명절. 가족의 수가 줄어든 요즘엔 가족 안에서 어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 따뜻한 사랑, 배려 등은 부모가 어렸을 때와는 다른 형태로 다가오기도 한다. <내 방 찾기 전쟁>은 바로 그런 가족 간에 일어나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과 다른 이야기지만, 만화가 강풀이 그린  노인들의 삶 이야기 <그대>를 읽고는 언제나 부모님을 생각하고, 우리 부부가 노인이 되었을 때를 미리 상상해 보곤 했다.

 

<그대>의 완결 편을 읽던 날 나는 작가에게 감사메일을 보낸 후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날치 알이 들어간 초밥을 사가지고 가서 짧은 데이트를 하고 왔다. 어머니와 내가 함께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 방 찾기 전쟁>에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으신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온다. 내가 읽을 때는, 피터는 우리 집 큰 아이 똘망이로, 할아버지는 어머니와 시부모님으로 바꿔서 생각을 했다.

 

뉴욕에 살고 있고 초등학교 5학년인 피터는 자기 방을 사랑한다. 병원에서 태어난 후 퇴원하고 나서 집으로 오자마자 거처한 곳이 바로 그 방이다. 모든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으며, 눈 감고도 방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정도다. 그래서 피터는 자기 방이 아닌 곳에서는 절대 살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피터의 할아버지가 바로 그 방을 차지하며 그 집에서 같이 살게 된 것이다. 절대 살고 싶지 않은 삼층 손님방으로 이사를 하고 그 곳에서 살게 된 피터는 자신의 방을 빼앗겨서 무척 화도 났지만, 문제는 바로 손님방이 무서웠다는 것이다. 부모님과 동생 방도 있는데 오로지 자신의 방만 양보한 것이 속도 상하고, 사랑하는 그 방을 다시 찾고 싶어 할아버지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여러 가지 사건을 벌인다.

 

피터는 현명하고 착하고 지혜로운 아이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아이가 정도를 벗어나 할아버지에게 막 대하면 어쩌나싶어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터는 아주 중요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께 방을 돌려달라고 떼를 쓴다거나, 할아버지를 강제로 방 밖으로 나가시게 하는 일 없이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자신의 방을 되찾는다. 그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피터가 알고 있는 것을 우리도 같이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부모는 원하지만 아이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을 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대개 부모가 이긴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라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유리한 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는 늘 싸움에서 이긴다.’-27쪽 본문에서 

 

우리 집 똘망이와 밤톨이가 느끼는 불만을 주인공 피터 역시 똑같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부모가 싸움에서 이기는 경우가 ‘늘’ 있지는 않다.  피터가 저런 생각을 하고 예의를 조금 벗어난 행동을 하긴 했어도, 아주 못된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피터 부모님의 양육방법이 훌륭해서가 아닐까? 또한 손자를 대하는 할아버지의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과 어른다운 문제해결을 읽으면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할아버지는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피터 외할아버지다. 몇 개월 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살아가시던 할아버지는 일 하시다가 다리를 크게 다치셨다. 거기에다 할머니의 죽음 이후 할아버지에겐 생기 자체가 없어져 피터는 슬픔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을까? 라는 궁금증까지 가진다.

 

피터와 할아버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사이다. 손자를 위해 즐겁게 함께 놀아주고 팔로 안고서 빙빙 돌려주기도 하며 공원이나 동물원에 데려가기도 했다. 그래서 피터는 할아버지와 함께 하면 항상 행복했다. 주고받는 사랑의 아름다움. 아무리 어린 손자라도 할아버지가 주는 그 따뜻함을 제대로 느꼈으리라.

 

피터는 할아버지에게 끊임없이 전쟁을 선포하며 말썽을 부렸다. 슬리퍼를 숨기기도 하고, 새벽 세시에 알람이 울리도록 시계를 조작해 놓기도 하고. 할머니의 죽음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우울하기만 한 할아버지는 급기야 짜증을 내시고 피터의 뺨을 때리기도 하시지만, 근사한 방법으로 피터의 항복을 받아낸다.

 

피터가 할아버지에게 거는 장난 같은 전쟁을 받아들여 게릴라작전을 수행한 것이다. 어르신의 경험과 생각을 피터가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는가? 느끼지 못한 사이에 할아버지는 슬픔 속에서 빠져나오시고 피터에게 방을 돌려주신다. 그러나 아무도 불행하지 않은 해결방법이 책에 나온다. 할아버지의 귀여운 게릴라 작전은 나까지 웃게 만들었다.

 

강풀의 <그대>에서 나오는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으면서 서로를 사랑하는 어르신들 모습이나, 손자를 윽박지르거나 강제적인 복종이 아닌, 방을 빼앗긴 손자를 이해하며 모두가 같이 행복한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피터할아버지 모습은 나중에 되고 싶은 노년의 모습이다. 그런 마음과 여유를 가지려면 역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함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 4학년 똘망이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라고 하고, 2학년 밤톨이는 글이 너무 많아 그림만 보았지만, 작은 부분까지 자세하게 그린 그림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한다. 강풀의 연재만화 <그대>와 함께 읽어 본다면 더 재미있는 책이 바로 <내 방 찾기 전쟁>이다.

 

읽고 나서 가족회의라도 한 번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 간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가족 구성원이 납득하고 저마다 받아들일 수있는 합리적인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피터처럼 전쟁을 선포할 수는 없을테니까.

덧붙이는 글 | <내 방 찾기 전쟁>/로버트 킴멜 스미스 글/남궁선하 그림/ 이승숙 옮김/ 8,500원/ 푸른숲


내 방 찾기 전쟁

로버트 킴멜 스미스 지음, 남궁선하 그림, 이승숙 옮김, 푸른숲주니어(2007)


태그:#푸른숲, #어린이문학, #로버트 킴멜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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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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