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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뛰리에 거리에서 만난 홍보공연단
ⓒ 박종훈
축제기간중 아비뇽 시내에서 가장 흥미로운 거리는 땡뛰리에 거리(rue des teinturiers)가 아닐까 한다. 중앙대로나 시계광장, 교황청 광장이 드러난 명소라면 이 땡뛰리에 거리는 약간 숨겨져 있지만 좀더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거리 자체의 매력이라면 길을 따라 늘어선 가로수들과 그 옆으로 흐르는 수로가 만들어내는 청명함과 그 주변의 옛 건축물들이 어우러내는 하모니를 들 수 있지만 축제기간 중에는 이와 더불어 거리를 한가득 메우고 있는 공연포스터들과 극장들이 한걸음 걸음마다 계속되는 것도 매력으로 들 수 있다.

그렇다고 시장처럼 정신없이 번잡하지는 않다. 그저 활기가 넘친다고나 할까. 드문드문 난간에 기대 쉬는 사람들과 길가는 행인에게 자신들의 공연을 홍보하는 사람들, 까페 테라스에서 맥주 한잔과 함께 이를 여유로이 구경하는 사람들 등 여러 모습이 혼재되어 진정한 축제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렇든 거리구경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땡뛰리에 거리에서 홍보공연 중 잠시 쉬고 있는 배우들. 노래와 연주가 정말 흥겨웠다.
ⓒ 박종훈
간단한 취재를 위해 약간 일찍 도착할 요량으로 <선녀와 나무꾼>이 공연되고있는 극장인 알리제(L'Alize) 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세기를 거쳐온 성벽길을 따라 걸어 도착한 극장은 성벽과 어울려 그 분위기가 이채로웠다. 더우기 그러한 공간에서 한국의 연극을 관람할 것이라 생각하니 묘한 감동마저 생기는 것이 아닌가.

▲ Theatre ALIZE. 오른쪽으로 성벽이 보인다. 안쪽에는 까페가 있어 공연을 기다리며 한잔 마시기에도 좋다.
ⓒ 박종훈
극장앞에 몇몇 외국인들과 한국분들이 계셔서 여쭤보니 마침 극단 초인의 단원들이었다. 전팀의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몇분은 분장중이고 몇분은 잠시 쉬는중이시라 한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공연이 이어지다보니 역시 애로 사항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극단 초인의 대표이자 연출을 맡고 계신 박정의 대표를 만나 짧은 시간이나마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 선녀와 나무꾼의 어머니. 얼마 안 되는 막간을 이용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 박종훈
-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국 극단을 만나 아주 반가운데 처음에 어떻게 아비뇽에서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나?
"한국에서 공연을 해오면서도 언제나 세계로 진출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2005년 처음으로 <기차>란 작품을 가지고 아비뇽 축제에 노크를 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공연을 하게 되었고, 생각외로 많은 관객들의 호응과 매스컴의 리뷰가 이어졌다. 그때의 조그마한 성공을 바탕으로 작년 공연은 조금 수월하게 진행하게 되었고 올해에는 <선녀와 나무꾼>이란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찾아왔다."

- <선녀와 나무꾼> ! 정말 한국적인 제목인데 작품에 대하여 설명해달라.
"<선녀와 나무꾼>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평소부터 약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기본적인 배역과 이야기의 초입부분만을 차입하여 이야기 전개를 시작하였다. 그런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창작작품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전작 <기차>에서처럼 휴머니티를 주제로 설화와 전쟁이라는 요소를 첨가한 무언극이다."

- 세번째이지만 어려움은 언제나 있을것 같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그렇다. 진행상의 어려움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어려움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숙소의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야 각자의 숙소가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단체생활을 하며 24시간을 함께 보내다보니 초반에는 약간의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과 함께 나아졌다.

그리고 여러 공연이 한 장소에서 연이어 이어지다보니 공연과 공연 사이의 시간이 짧아 무대장치와 분장 등의 준비에서 언제나 바쁘다. 물론 리허설 같은 거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배우들이 연기와 무대장치를 직접하는 것은 기본이고 종종 번화가로 나가 홍보공연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연 후의 관객들의 환호가 있기에 즐겁게 해나갈 수 있다."

▲ 공연이 끝나고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배우들
ⓒ 박종훈
아비뇽에서 만난 무언극 <선녀와 나무꾼>은 정말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었다. 수많은 작품속에 파묻혀 사라져 버리는 작품이 많은 상황에서 관객들 사이의 입소문만으로 연일 객석이 가득차 있다니 말이다. 오프공연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에서도 관객들의 환호는 여전했다. 그러한 관객들 중 이름을 '질'이라고 밝힌 관객에게 연극에 대한 소감을 들어봤다.

▲ 인터뷰에 응해준 질. 정말 재밌게 보았다고 엄지손가락을 번쩍 올려준다.
ⓒ 박종훈
- <선녀와 나무꾼>에 대해서 한마디 하면?
"친구들이 추천을 해서 와봤는데 만족한다. 훌륭한 공연이었다. 전체적으로 흠잡을데 없는 정말 흥미로운 연극이다."

-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나?
"감정의 전달. 무언극이라 대사가 없지만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나에게 와 닿았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지만 특히 노모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그리고 음악이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림자극 등도 재미있었다."

- 중간중간 한국적인 요소가 등장하는데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잘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언어와 글로 설명한 것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그림자극이 충분한 설명이 된 것같다."

마지막으로 질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사진촬영을 요청했는데 기쁜 마음으로 포즈를 잡아주었다. 그녀가 <선녀와 나무꾼>팀에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다.

극단 초인은 하루 남은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프린지 페스티발로 향한다. 그곳에서도 많은 관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가을로 예정돼있다고 하니 한국에서 만날 <선녀와 나무꾼>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극단 초인 :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 5가 67번지 우.136-055 TEL:(02)929-6417  
                http://www.train3.com/                   sanghi99@lycos.co.kr


태그:#아비뇽, #축제, #공연, #연극, #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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