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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김양건 북측 통일전선부장은 8월 5일 평양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서명했다.
ⓒ 청와대 제공

절대 다수가 입을 모은다. 범여권에 유리하고 한나라당엔 불리하다고 한다. 남북정상회담의 파장을 두고 내놓는 진단이다.

망원경으로 보면 이론을 달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다르다.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얼마나 유리하고, 얼마나 불리한가?

아무도 모른다. 의제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성과를 예측할 수 없고, 성과에 따라 창출될 후속국면을 점칠 수 없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과 대선 사이에는 넉 달의 시차가 있다. 자고나면 새로운 일이 뻥뻥 터지는 한국사회에서 넉 달이란 시간은 선거지형을 몇 번 만들었다가 허물고도 남을 시간이다.

남북정상회담이 한나라당에 던지는 주먹이 '잽'일지 '어퍼컷'일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정상회담의 직접적인 정치효과는?

다르게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대선 본선이 아니라 경선에 미치는 영향을 짚을 필요가 있다. 범여권 경선이다.

성과 여부와는 무관하게 남북정상회담 그 자체가 가져올 직접적인 정치효과가 하나 있다. 접착효과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결합이다.

다 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연결고리를 끊은 결정적 사건은 대북송금 특검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에 얼룩이 생겼고 이른바 전통적 지지층은 갈라섰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렇게 엇갈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다시 묶는다. 두 세력의 화해 또는 갈등 해소의 결정적 계기를 선사한다.

물론 충분조건은 아니다.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민주당 분당이다. 이를 극복해야 남북정상회담으로 창출된 필요조건이 충분조건으로 확장된다.

주목할 보도가 있다. <서울신문>이 오늘 전한 내용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신당이 대세인데 괜히 발목을 잡을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이 부르트도록 강조한 통합에 노무현 대통령도 동의했다는 뜻이 된다. 얼개가 갖춰진다. 이른바 전통적 지지층 복원을 위한 명분과 조직의 토대가 얼추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만났지만, 반노와 친노는...

▲ 조순형 중도통합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조순형 후보가 박상천 대표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물론 단정할 일은 아니다. 한 세력이 남아있다. 반노로 대변되는 민주당과 그 당에 속한 조순형 의원이다.

조순형 의원은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판하던 조순형 의원이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에 대해서도 완강한 태도를 밝히고 있다. 시기와 형식이 잘못됐다고 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그것도 서울이 아니라 평양에서 만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태세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전통적 지지층이 갈라졌을 때와 다시 뭉쳤을 때의 조순형 의원 입지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크다. 전자의 상황에서 조순형 의원은 '여럿 중 하나'가 되지만 후자의 상황에선 '별종'이 된다.

이 고민을 가장 크게 안을 곳이 바로 민주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공학 차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명분에서까지 한 몸뚱이가 되면 민주당의 '친노 배제론'은 힘이 빠진다. 민주당 지지기반이 급속히 와해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동요하면 조순형 의원의 지반이 흔들린다.

여기까지다. 남북정상회담이 범여권 경선판에 미칠 직접적 효과는 여기서 멈춘다. 반노에게는 일정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친노와 비노 어느 쪽에 더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지는 않는다.

'도진개진'이다. 모두가 대북포용정책의 후광을 입었고, 모두가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했다. 특정 주자가 남북정상회담의 막후 주역이란 확증을 보여주지 않는 한 정치적 초과이윤을 향유할 자격도, 그럴 여지도 없다.

남북정상회담은 범여권에 문을 열어주지만...

▲ 범여권내 예비대선주자인 손학규ㆍ김혁규ㆍ이해찬ㆍ한명숙ㆍ정동영ㆍ천정배 후보 6인은 지난 7월 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근태 전 의장 주선으로 열린 대선예비주자 6인 연석회의에서 만나 대선체제 정비와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선출문제를 논의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범여권 주자 모두가 공유하는 조건이라면 이것이 경선 판도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승부는 다른 요인에 의해 갈린다.

전체 대선판도 마찬가지다. 남북정상회담은 범여권에 문을 열어준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이다. 하지만 초과이윤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남북정상회담이 상당한 성과를 낸다 해도, 그래서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이 다시 뭉친다 해도 그것이 대선판을 좌우하는 건 아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더 굳게 결속할 가능성도 함께 키우기 때문이다.

부동층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도 헛될 수 있다. 남북관계의 우여곡절을 지켜본 부동층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신상품으로, 범여권을 선도기업으로 간주할 가능성은 적다.

이치는 늘 간단하다. 초과이윤은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서만 실현된다. 남북정상회담은 조건을 만들 뿐이지 결과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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