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도와줘야 하지요. 그러나 그게 도와주고 싶은 속마음과는 달리 행동으로 옮기기 참 힘듭니다.

어젯밤(7일) 11시 10분경 사무실 복도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느라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는데 버스중앙차로 정류장에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고 쓰러져 잠이 들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 오른쪽 번진 불빛 아래로 쓰러져 잠든 사람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휴대전화로 촬영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은 모른 척 쓰러진 사람을 외면했습니다.
ⓒ 최육상
밖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사람은 지붕이 있는 정류장 안에서 쓰러져 많은 비를 맞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정류장은 버스를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제가 지켜봤던 불과 1~2분 사이에도 십여 대의 버스가 멈춰 서서 승하차를 반복했고, 그 곳을 거쳐 간 사람만도 수십 명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쓰러진 사람을 돌보는 이는 없었습니다. 우산을 쓴 채 그 사람 주위를 서성거리는 사람들만 몇 있었을 뿐, 대개는 한 번 쓱 쳐다보고 무심하게 제 갈 길을 갔습니다.

누군가는 도와주겠지, 하고 지켜보던 저는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술에 취했든 아니면 어딘가 정말 안 좋았든, 쓰러진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112로 전화를 걸어 상황설명을 하고 경찰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고는 계속 창가에서 정류장을 지켜봤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술에 취한 청년들이 그 곁을 서성거릴 때는 '혹시~지갑을 털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버스는 거들떠도 안 보고 의자에 앉아 그 사람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있을 때는 '그래~도와줘~'라고 속으로 응원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지 10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도록 경찰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꼼짝 않고 있는 그 사람을 보며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불안했습니다. '이거, 신고하고 바로 정류장으로 내려가서 도와줬어야 했는데', '잠시 한 눈을 팔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저는 이러저러 생각에 정류장으로 가지도,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도 못했습니다.

드디어 20여 분이 지나자 경찰차가 도착해 상황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찰관들은 역시 술에 취했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 사람을 깨우고 달래서 경찰차에 싣고 떠났습니다.

휴~. 순간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20여 분간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던 저는 세상이 정말 각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바로 눈앞에 쓰러져 있는데, 그것도 여러 사람이 모여 있던 정류장에서 그랬는데 어떻게 저리들 무심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인심이 사나워지다 보니 도와주려는 것이 지갑 등을 털려는 모습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남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수상한 사람들이 접근하면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냥 지나쳐서야 되겠습니까. '내 일 아니다'고 생각하던 것이 언제 내게 내 주변에 생길지 모를 일입니다.

태그:#취객, #경찰차, #정류장, #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