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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주말 드라마 <9회말 2아웃>.
ⓒ MBC
여자 20대가 '황금'이면 여자 30대는 '황금 똥'일까? MBC와 SBS 주말 드라마가 잔치가 끝날까 노심초사하는 30대 여자 이야기로 맞붙었다. MBC <9회말 2아웃>, SBS <칼잡이 오수정> 둘 다 찬란한 20대를 지나 해놓은 것 없이 30대에 들어선 여자가 '패자부활전'을 꿈꾸는 이야기다.

두 드라마 다 30대 여자들이 느끼는 '노처녀 공포'를 기반으로 '인생 역전'에 초점을 맞췄다. <9회말 2아웃>은 야구 이야기가 아니고, <칼잡이 오수정>은 요리사 이야기가 아니다. 30대 여자들이 펼치는 '멜로의 귀환'에 여자들이 두근두근 대기 시작했다.

MBC <9회말 2아웃>(여지나 극본, 한철수 연출)이 나이 서른에 아직도 '작가의 꿈'만 꿀 뿐 별 볼일 없는 출판사 직원인 홍난희(수애)가 30년 지기 친구로, 남자가 아니었던 남자 변형태(이정진)와 새삼 '러브 라인'을 그리는 정세 역전기라면, SBS <칼잡이 오수정>(박혜련, 박지은 극본, 박형기 연출)은 과거 '퀸카'였으나 이제 34살짜리 별 볼 일 없는 노처녀인 오수정이, 과거 '폭탄'이었으나 지금은 프로 골퍼인 킹카가 돼 돌아온 칼의 마음 쟁취기다.

<9회말 2아웃>이 연애 젬병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대작전이라면, <칼잡이 오수정>은 연애 고수들이 펼치는 밀고 당기기 대작전이랄까.

MBC <9회말 2아웃>이 보여주는 현실은 <칼잡이 오수정>에 비하면 자잘하고 적나라하다. 그럭저럭은커녕 다 쓰러져가는 바람에 매달 꼬박꼬박 월급 나온다는 보장도 안 해주는 출판사에서 그저 그런 직원인 난희(수애)가 꾸는 꿈은 작가다. 하지만 신춘문예는 넣는 족족 어쩜 그리 번번이 낙방만 해대는지 결선도 올라가본 적 없고, 남친이 있긴 하지만 무려 여덟 살이나 어려 미래가 아득한 스물두 살짜리 야구선수다.

이래저래 엄마의 구박을 견디다 못해 급기야 딱 1년만 독립해 살며 칼을 갈아 기필코 등단하겠단 꿈을 안고 독립한다. 그것도 여자는 아니지만 30년지기 친구로 잘 나가는 광고대행사의 잘 나가는 직원인 변형태(이정진)가 휴직계를 내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기에 그 동안 집 지켜주는 셈치고 살려던 게 갑자기 형태가 돌아오는 바람에 얼떨결에 동거생활에 들어간다. 그렇게 본의 아닌 동거생활은 온갖 못 볼꼴을 보게 하며 넌덜머리를 나게 하더니, 이상한 감정까지 싹 트게 만든다.

<9회말 2아웃>은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시청자들 반응은 호의적이다. "빛나는 청춘이잖냐. 희망이 밥이구 도전이 생명이구 기적은 옵션이구, 실패가 거름이구" 같이 대사마다 재치가 빛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아기자기 하게 풀어내, 20대·30대 여성들이 공감했단 목소리가 높다.

"주인공이랑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수애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팍팍 와닿습니다(진선영)"거나, "가슴에 너무 와 닿는 삼십대의 현실(김경희)"이란 감상이 넘친다.

▲ SBS 주말드라마 <칼잡이 오수정>.
ⓒ SBS
<칼잡이 오수정>보다 2주 먼저 방송을 시작해 3주가 지났지만 지금까지 4회분이 방송됐다. 잦은 결방 탓이다. 축구 중계 등으로 2주를 두 번이나 결방했다. 이에 대한 시청자들이 항의하는 목소리도 높고, 잦은 결방이 드라마 흡인력을 높이는데 장애 요소로 작용한 걸로 보인다. TNS 미디어 코리아 결과 <9회말 2아웃>시청률은 7월 29일 8.3%를 기록했다.

너무 가슴에 와닿는 30대 여자 이야기?

이에 비해 지난 7월28일 시작한 <칼잡이 오수정>은 29일(일) TNS 미디어 코리아 결과 시청률 14.8%를 기록하며 순항할 태세다.

<칼잡이 오수정>은 일단 제목부터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오수정은 엄정화가 맡은 서른네 살짜리 주인공 이름이다. 직업이 칼을 다루는 요리사 같은 '칼잡이'가 아니라, '칼'도 사람 이름이다. 오수정(엄정화)이 과거에 폭탄이라 차버렸으나 8년 만에 킹카로 급변신해 돌아온 프로 골퍼가 '칼'이다.

제목부터 코믹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거기다 과거에 사시에 떨어지는 바람에 오수정에게 차이는 뚱뚱한 고만수 역을 위해 오지호가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을 능가하는 특수 분장으로 변신해 시청자들의 초반 시선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야기도 산뜻하고 코믹하다.

뚱뚱하기 그지없는 폭탄이었지만 잘 나가는 서울대 법대생으로 사시2차까지 붙고 오수정과 결혼식을 올리려던 찰나, 사시 3차에서 떨어졌단 말에 그 길로 오수정에게 차인 고만수는 심기일전 미국으로 건너가 프로골퍼로 성공한다. 결혼은 돈 많고 잘난 남자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수정은 과거엔 날리는 퀸카였으나 지금은 서른네 살에 다이어트가 아쉬운 노처녀 주얼리 매니저다.

자기가 처절하게 차버린 고만수가 킹카로 돌아온다는데 놀란 오수정은 그를 다시 사로잡기 위해 관장약까지 먹으며 급 다이어트에 들어가고 동창회장에서 만나 급기야 아직도 나를 위해 목매는지 칼을 떠보며 '칼잡이'에 들뜨지만, 칼은 과거 오수정을 떠올리며 복수를 꿈꾼다. 물론 잘 될까?

<칼잡이 오수정>은 동화 속 개구리가 오수정 앞에 나타나 "내가 왕자 되는 것보다 노처녀가 공주 되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한다거나 칼을 만나러간 동창회장 건물에서 처음 보는 여직원에게 "내가 몇 살로 보여요?"라고 묻곤 "스물아홉이요"란 소리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환호의 댄스를 추는 장면처럼 코믹하기 그지없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도 "엄정화는 한국의 짐 캐리(송선재)" 라거나 "드라마 보다가 웃겨 죽는 줄 알았다(추혜숙)”는 반응이다.

주말 밤 남성 시청자들이 드디어 시청률 30%를 넘어선 <대조영>에 올인 하는 사이, 여성 시청자들은 SBS <칼잡이 오수정>과 MBC <9회말 2아웃>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한 시청자는 "중요한 건 그 시간대에 K방송사에서 사극드라마를 하는 것"이라며, "<9회말 2아웃>을 보고 싶어도 아버지의 권력 때문에 못 보는데요(안정웅)"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태그:#주말 드라마, #9회말 2아웃, #칼잡이 오수정,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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