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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울산광역시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후보 선출선거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와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사이에 두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지선언이 잇따른다. 이명박·박근혜 캠프가 29일에 나란히 지지선언을 발표했다. 이명박 캠프는 '지식인 1천인 지지선언'을, 박근혜 캠프는 '포럼 동서남북'의 지지선언을 내놨다.

<한겨레>가 지적한다. 재탕이라고 한다. 이명박 캠프가 발표한 '지식인 1천인' 가운데 270여명이 지난 5~6월에 이명박 캠프가 발표한 400여 명의 '자문교수단' 명단에 이미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라고 한다. 박근혜 캠프가 내놓은 '포럼 동서남북'의 주축 회원들도 올해 초에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한 '71동지회' 회원들이라고 한다.

지식인들의 '재탕' 지지선언

그러려니 하자. 세 과시용이란 건 세상이 다 안다. 단식 부기보다 복식 부기를 선호할 건 자명하다. 다른 점을 짚자.

<중앙일보>의 일갈이 귀청을 때린다. 경선판에 무슨 '지식인 선언'이냐고 한다. "'지식인 선언'이란 다섯 글자에는 한국 현대사의 피와 땀이 묻어 있다"고 한다. "지식인의 시국선언은 70~80년대 군사독재 정권에는 섬뜩한 저항이었다"고 한다. 지식인 선언은 "공적인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얘기도 있다. '포럼 동서남북'의 주축 회원들이 지난 2월에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할 때 자신들을 위수령 발동으로 제적된 인사들의 모임인 '71동지회' 회원이라고 밝힌 데 대해 그 단체의 한 핵심인사가 "71동지회를 팔지 말라고 이미 얘기했다"고 한다. <한겨레>가 전한 소식이다.

맥락은 같다. 팔지 말라는 것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공적인 영역, 과거의 민주화운동을 팔지 말라는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휴대폰 문자메시지로는 지지·반대 금지

토를 달 게 없다. 비판의 줄기는 이미 섰다. 재론은 사족이다. 하나만 추가하자.

재갈이 채워졌다. 네티즌이 인터넷 게시판이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에서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을 올리는 것이 6월 22일부터 금지됐다. 심지어 일대일 소통수단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금지됐다.

무차별적이다. 대상과 범위를 가리지 않는다. 지지·반대 표명의 대상이 다중이든 개인이든 가리지 않는다. 사실상 전면 봉쇄다. 그런데도 한편에선 지지선언을 한다. 1천명이 떼를 지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

이해할 수 없다. 개인이 특정 후보에 대해 지지·반대를 표명하는 건 안 되고, 사람들이 떼를 지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건 괜찮다고 한다. 보통의 상식으론 헤아릴 수 없는 법 논리다.

따지고 보면 같다. 한 개인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행위나, 자칭 지식인들이 떼를 지어 지지 선언을 하는 행위 모두 근본은 같다. 개인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참정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행위다.

개인이 인터넷 게시판에 특정 후보 지지·반대의 이유를 글로 남기는 것이나, 무슨 포럼 회원들이 특정 후보 지지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이나 행위의 속성은 같다.

특정후보 지지, 혼자 하면 불법이고 떼로 하면 괜찮아?

다른 게 하나 있긴 하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판이하다. 이런 말이 있잖은가.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고…. 게다가 '지식인' '동지'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달았으니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개인과 견줄 바가 아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거꾸로다. 한쪽은 사법경찰관이 수갑 들고 찾아오고 한쪽은 후보가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정말 요지경 선거판이다. 방법이 없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야 한다. 그래도 이 뿐이면 다행이다. 굿판이 어떤지 가늠도 하지 못한 채 돼지머리에 돈을 올려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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