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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 코스피(KOSPI)는 지난 1980년 100P으로 시작하여 지난 금요일 1983.54P을 기록하며 27년 동안 20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2000P 시대에 접어든 이때 제가 증권업계에서 몸담은 14년 동안 겪은 수많은 일들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넘을 듯 말 듯, 네 자릿수 증시의 꿈

1980년 100P에서 시작한 지수는 1989년 1015.75P를 정점으로 지난 10년간의 긴 대세 상승을 마감하며 큰 조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기간 1000P는 4번 찍었고 그 때마다 네 자릿수 증시의 기대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후 2005년 말에 다시 지수가 1000P대에 진입하기까지 중간 중간 많은 상승과 하락을 겪게 됩니다. 1997년 IMF금융위기, 2000년 IT버블붕괴 등등 숱한 우여곡절을 거친 뒤 2005년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1000P대에 안정적으로 들어섰습니다.

오랜 학습효과 탓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또 다시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증권가에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설마 설마 했지만 그 상승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1994년도에 증권시장에 들어온 뒤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 상황이 이러다 보니 최근 과거의 패턴을 기억하고 있던 고참급 직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과거에 이러한 것을 경험하지 못했던 젊은 직원들이 오히려 장세를 더 잘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1990년대 객장의 전설, 전광판 아주머니

▲ 한 증권사 객장에 앉아 주식시세 전광판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김시연
1994년 7월 증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교육받고 있는데, 북한의 김일성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때 당시는 김일성의 죽음이 얼마나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혹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던 기억이 납니다.

1992년 외국인 투자가 허용되면서 주가는 상승기에 접어든 상태였고 이 때문에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였지만 악재를 무시하고 1994년 10월 기어이 1145P를 보여주었습니다.

94년 입사 당시 처음 배치 받은 곳이 한 지점이었는데 한창 주식시장의 열기를 느낄 시기였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전산 시스템 때문에 인해 주문표를 주면 순서대로 여직원이 주문을 넣어줬고, 안면이 있는 고객이면 슬그머니 주문지 순서를 앞으로 해서 빨리 넣어주는 등 약간은 인간적인(?) 모습도 있던 시기였습니다.

89년 이후 주식시장이 최대호황을 보이고 있어 증권사 객장에는 수많은 투자자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오직 전광판을 보고 불이 깜박거리는 것으로 시세의 변동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수많은 투자자들 사이에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 투자자 한 분이 일어서면 다른 아주머니들도 덩달아 일어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주머니는 오직 전광판의 깜빡임만 보고 주문지를 가지고 직원에게 주문을 내는데, 덕분에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 아주머니만 일어나면 다른 분들도 재빨리 직원에게 달려와 같은 종목으로 넣어달라는 부탁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기술적인 분석이니 기본적인 분석이니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 전광판 시세의 변동만을 참고하여 오직 감으로만 투자하면서 많은 돈을 번다는 게 지금도 가능한 일인지 장담할 순 없지만 적어도 당시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증시 폭락에 신랑감 순위도 동반 추락

이것도 잠깐 이후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277P를 찍을 때까지 내리 3년 한국 주식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97년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신랑감 순위에서 증권사 직원이 맨 꼴찌로 추락하고 당시 결혼하지 못한 총각 직원들의 걱정은 날로 더해만 갔습니다. 이후 98년 10월을 시작으로 99년 10월 1052P까지 재차 상승하면서 다행히 결혼을 걱정하던 총각 직원 중 하나였던 저는 99년 9월 간신히, 그리고 무사히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대박을 맞을 수 없었지만 인생의 대박을 맞이할 기회를 주식시장이 제공해 주었던 것입니다.

최근 시장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시장 환경이라든지 시장 시스템으로 시장의 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주문지를 직접 적어 내던 시절도 아니고 집에서 직장에서 편안하게 컴퓨터로 주문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서 투자자들의 투자 습관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투자 수단은 편리해졌지만 투자 마인드는 아직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편안한 환경을 빠르게 이용하고 시장의 성격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고 먼저 행동해야 최근 장세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한순간에 물거품 된 대박의 꿈

▲ 증권사 객장
ⓒ 오마이뉴스 김시연
얼마 전 작전세력에 의해 주가가 급등한 종목이 있었습니다. 자동차부품주였는데, 한 투자자는 작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주가가 단지 싸기 때문에 단기 매매하려고 매수하였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점차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2000원대에 샀던 주식이 5만원이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수량도 무척 많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평생 올까 말까하는 기회를 잡아서 인지 욕심이 과해서 인지 몰라도 이러한 대박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업 가치가 거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한데, 조금만 더 생각하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었는데 매도 권유에도 10만원까지 간다는 말만 믿고 마냥 보유하고 있는 순간, 사건이 터지고만 것입니다. 주가는 다시 원위치로 왔고 말 그대로 꿈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반면 한 고객분은 삼성전자를 보유하고 계십니다. 최근 증시 급등에도 전혀 움직이지 못했던 대장주 삼성전자를 보유하고 계시지만 마음은 편안하다고 합니다. 다른 것은 다 올라가는데 자신의 주식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조급해 하거나 어떻게 되는 건지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단기적인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시장에 뛰어드는 순간부터 시장을 대하는 방법까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느 것이 더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000P시대에 걸맞은 투자 습관 찾아야

최근 주식형 편드의 잔고가 70조원에 육박하는 등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것이 시장 수급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1000P 아래에서의 투자 습관과 지금 2000P대의 투자습관은 완전히 바뀌어져야 합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이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의 한국 시장이 아니라는 것 입니다. 최근 급등한 현대중공업이라는 주식이 우리의 투자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상승하는 종목에 단기적인 차익을 보고 '투기'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기업의 가치가 꾸준히 향상되는 주식을 보고 장기 안정적인 '투자'를 하시겠습니까?

주식시장은 모든 재료를 먹는 블랙홀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 본다면 그 기업의 가치를 보아야 합니다. 주식을 사지 말고 그 기업을 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기업을 보고 그 기업의 진정한 주주가 돼서 함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평생을 보유할 수 있는 기업(아내)에 투자해서 지금 대박(아들, 딸)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덧붙이는 글 | '대박·쪽박의 기억' 응모글


태그:#주식투자, #증시, #2000P, #대박,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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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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