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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장항제련소 전경
ⓒ 뉴스서천
최근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암리 옛 장항제련소 주변 흙이 중금속으로 크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정부와 서천군이 오래 전부터 이 일대의 오염사실을 알고도 대책활동을 소홀히 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지역 주민들은 최근 몇 년동안 수 십여명이 암에 걸리는 등 발병율이 크게 높아졌다며 중금속 오염과 암발생과의 연관 가능성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충남지원은 지난 해 10월, 환경부 요청에 따라 장항제련소 및 산업단지 부근 4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중금속 오염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중 한 곳에서 카드뮴이 기준치(0.2ppm)를 크게 초과(0.74ppm)해 검출됐다.

품질관리원충남지원으로 이 같은 결과를 통보받은 서천군청은 해당 농산물 생산자가 생산한 벼 전량(720kg)을 폐기처분 했다. 하지만 인근 지역 다른 농산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고 대책도 전무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해 '취약농경지 토양환경 변동조사' 결과에서도 충남 장항제련소 인근 농경지에서 비소(As)가 기준치를 초과해 발견됐다.

매년 기준치 초과한 비소-카드뮴... 정부-자치단체 뭐했나

이에 앞서 국립환경연구원이 지난 1997년 장항읍 일대에 대한 토양오염정밀조사 결과 25곳 중 21곳(84%)에서 비소함량이 대책기준(15㎎/㎏)을 최고 5배이상 초과(76.60㎎/㎏)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책기준을 2배이상 초과한 곳만 17곳에 이른다. 또 농경지 6곳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환경부와 농림부 또한 주변 일부지역에 대한 복토작업 외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천군이 최근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해당 지역 농경지 등의 중금속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비소는 기준치의 31배나 검출됐고, 납 16배, 구리 7배, 카드뮴은 기준치를 5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카드뮴, 니켈, 아연 등도 기준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오래 전 부터 이 일대가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대책사업을 소홀히 해왔다"고 성토하고 있다.

▲ 장항제련소 전경
ⓒ 뉴스서천
장항읍 장암리 마을 주민 171명은 지난 달 청와대 등에 보낸 진정서를 통해 "제련 공장에서 배출되는 공해로 50여명이 암으로 사망하거나 죽어가고 있다"며 "공장에서 배출된 공해와 산업폐기물이 불법매립 되거나 인근 바다로 무단 방출돼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암으로 사망했거나 투병 중인 주민외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역학조사를 벌여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서천군, 지난해 농가 생산물 폐기처분 '쉬쉬'.. 언론엔 보도 자제 요청

주민들의 민원이 줄을 잇자 농림부와 환경부는 올 5월 초 경 농산물품질관리원충남지원에 농산물 중금속 오염조사 대상지를 지난 해 12필지에서 올해 250필지로 대폭 늘려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등 때늦은 대응에 나섰다.

충남도도 지난 10일 한국지질자원연구소에 장항 제련소 인근 토양에 대한 중금속오염 조사를 의뢰하고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 광범위한 역학조사를 촉구했다.

나소열 서천군수도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구 장항제련소 일대에 대해 산업재해지구 지정 신청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 군수는 암 집단 발생 및 토양 중금속 오염 사실이 각종 언론 매체들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면서 부정적 측면이 일어나고 있다며 언론 보도의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서천환경운동연합 여길욱 사무국장은 "정부와 충남도가 뒤늦게 조사사업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형국"이라며 "특히 지난 해에는 일부 농산물을 폐기처분까지 하면서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조차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양오염이 확인된만큼 우선 해당지역 농작물의 생산과 유통 활동을 모두 중단시키고 조사결과와 대책사업이 마무리될때까지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항제련소는 1936년 가동을 시작해 19년전인 1989년 용광로 가동을 중지했다.

태그:#장항제련소, #암발병, #역학조사, #중금속, #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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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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