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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덕성여대에서 한국사회포럼2007의 일환으로 열린 식량주권대토론회. 나 '사카구치 마사아키'(가장 오른쪽)는 이 자리에서 식량주권·식품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일본 시민운동 '쇼켄렌'을 소개했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일본 '쇼켄렌'을 아십니까? 이는 '국민의 식량과 건강을 지키는 운동 전국 연락회'의 줄임말입니다.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시민사회 운동이지요. 저는 쇼켄렌 사무국장 사카구치 마사아키입니다.

식량주권은 식량에 관한 문제를 민중 스스로 결정할 권리입니다. 식량주권이 중요한 이유는 농업 분야의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식품 안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국적 유통, 공장식 축산이 광우병·유전자변형 농산물(GMO)·구제역·조류독감 등 세계적인 질병을 만들었습니다.

식량 부족 문제도 심각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기아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현재 10세 미만 아동이 5초에 한명씩 굶어죽고 있습니다. 또 전세계 8억5000만명은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입니다.

식량주권의 확보는 모든 사람이 안전한 음식을 먹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는 중요한 문제가 됐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상으로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사회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 쇼켄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오늘(7일) 서울 덕성여대 대강의동에서 한국사회포럼2007의 일환으로 열린 식량주권대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수입 식품만 먹으라고?"... 일본 쇼켄렌이 탄생하기까지

"식량주권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대안"

식량 주권은 식량에 관한 문제를 민중 스스로 결정할 권리입니다. 이는 식량안보와 식품안전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식량주권은 1996년 2차 비아캄페시나(사회운동 단체) 세계 총회에서 처음 토론됐습니다. 같은 해 11월 FAO(유엔식량농업기구)의 세계 식량 포럼에서는 공식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세계 식량 이사회(World Food Summit)는 식량주권에 대해 신자유주의를 대신할 정책으로 평가했다.

2001년 쿠바 하바나에서는 UN주최의 식량주권 국제 포럼이 열렸습니다. 이때부터 식량주권이 국제적 이슈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식량주권은 WTO, FTA, 다국적 기업, 세계은행 등에 대항하는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주요 의제였습니다.

지난 2월 아프리카 말리에서는 식량주권 국제토론회 '닐레니 2007'이 열렸습니다. 닐레니는 사회단체들이 국제 연대를 강화하고 식량주권의 정당성을 확산시킨 자리였습니다. 이곳에 모인 전세계 80여개국 500여명의 활동가들은 식량주권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를 저지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현재 쿠바·베네주엘라·볼리비아·니카라과·우루과이·에콰도르·네팔·말리 정부가 식량주권 중심의 농업 정책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식량주권 문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기차게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농업 분야를 홀대했습니다. 경제 발전에 역량을 집중해서였을까요. 식량 문제는 뒷전이 된 듯 했습니다. 식량은 '싸게 수입하면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이에 시민들이 1990년 3월 쇼켄렌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일본은 1945년 전쟁이 끝난 뒤 미국의 잉여 밀가루 수입을 강요받았습니다. 이 탓에 종전 후 약 20년이 흐르고 나서야 쌀을 자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1970년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농가에 쌀 생산조정(감소)을 강제했습니다. 당시 쌀이 부족해 한국으로부터 급히 쌀을 수입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국민들의 반발했습니다. 농민들은 농협·농림성·항만·세관 소속 노조 및 소비자와 함께 바다에서 선박데모를 전개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급증하는 수입농산물·식품이 국내 농가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식품의 안전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항만 노동자들과 세관 노조의 협력으로 '항만견학'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이 덕분에 농민과 소비자들은 수입식품의 실태를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국내 농업을 축소하고 수입을 증가시키려는 정책을 이어갔습니다. 국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전국에서 '국민의 식량과 건강, 그리고 국내 농업을 지키자'는 저항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쇼켄렌 운동이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던 것이죠.

"일본 국민은 유전자 조작 식품의 실험 대상"

일본의 식량주권 확보는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정부는 다국적 기업의 이익만을 옹호합니다. 또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생활과 건강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40%입니다. 주식인 곡물 자급률은 27% 수준에 불과합니다. 세계인구의 2%를 차지하는 일본이 식량 부문 교역량의 10%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던 1995년 이후 10여 년 동안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농민 수입의 3분의 1 이상이 감소했습니다. 농민층의 어려움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면서부터는 먹을거리 안전 문제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수입재개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본 정부는 공업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하는 대신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 정책을 실시해 왔습니다. 일본에는 '경제재정자문회의'가 있습니다.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재계 인사와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문회의에서는 공공연하게 "일본 농업이 FTA, 그리고 FTA를 중심축으로 포괄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EPA(동아시아 경제연대협정)에서 장애가 된다"는 논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무역이 완전 자유화가 될 경우 식량 자급율이 12%까지 저하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전체 식량 생산이은 약 70% 감소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설탕과 밀은 생산이 중단되고, 쌀과 우유 생산은 90% 정도 감축된다고 합니다. 일본 땅에서 농업이 자취를 감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일본은 곡물과 콩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유전자 조작식품의 실험용 동물로 전락했습니다.

"쇼켄렌은 일 정부의 가장 골치아픈 존재"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소켄렌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쇼켄렌은 농민뿐만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음식 가공·유통업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리는 식량 부문의 무역 자유화를 막고 식량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안전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모든가 건강하게 살기위해 말이죠.

쇼켄렌의 가장 큰 성과는 국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킨 데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 1987년 '싼 먹을거리를 수입하는 게 좋다'고 대답한 국민들은 약 20%였는데, 지난해에는 8%로 격감했습니다. 특히 '먹을거리는 국내산이 좋다'고 응답한 국민은 같은 기간 71%에서 87%로 증가했습니다.

쇼렌켄은 안전한 국산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직거래 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이죠. 가령, 학교 급식에 그 지역 먹을거리 재료를 이용하게 하거나, 생산지·생산방법 등이 명확히 검증된 국산 재료만 사용하게 하는 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습니다. 병원급식이나 한국의 경우 군부대 급식에도 적용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 쇼켄렌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등 먹을거리 문제에 과감하게 맞서 왔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대기업에게는 가장 골치 아픈 존재가 됐습니다.


태그:#쇼켄렌, #식량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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