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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매리 호프먼 지음/일러스트 - 캐롤라인 빈치
ⓒ 인터파크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게다가 실제로도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누군가가 "너는 할 수 없어"라고 말해 실망했던 적이 있는가. 그 때 기분은 어땠고,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나. 어른이 되고도 적지 않게 부딪히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기 좋은 그림책이 있다. 흑인 여자아이 그레이스 이야기,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그레이스는 꿈꾸는 소녀다. 이야기를 읽고 나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요정이 되었다가, 해적선 선장도 되었다가, 전쟁터의 장군도 되었다가... 어느 날 선생님께서 <피터팬> 연극 공연을 한다고 발표하시고 그레이스는 주인공 피터팬 역을 하겠다고 자원한다.

곁에 있던 한 친구가, "피터팬은 남자인데 넌 여자잖아! 넌 피터팬이 될 수 없어!'라고 말을 한다. 또 다른 한 친구는 "그리고, 피터팬은 백인인데 넌 흑인이잖아!"라고 이야기한다.

실망해서 집에 돌아온 그레이스를 할머니가 극장으로 데리고 나간다. 할머니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을 연기한 흑인 발레리나 로잘리 윌킨슨의 포스터를 보여주면서,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레이스는 피터팬 배역을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마침내 맡겨진 피터팬 역을 멋지게 해낸다.

다 읽고 그림 그리기, '진짜 나'와 '상상 속의 나'

책을 읽고 나면 종이 두 장을 묶어 아이에게 준다. 윗 장에는 '진짜 내 모습'을 그리게 하고, 뒷장엔 '상상 속의 나'를 그려 보게 한다.'내가 이런 사람이었으면...'싶은 그런 인물. 책에서 읽은 인물이어도 좋고, 영화 속 사람도 좋고, 유명한 역사 속 인물도 좋고, 운동선수나 연예인도 좋다.

▲ "Amazing Grace"를 읽고 나서 그린 '진짜 나'와 '상상 속의 나'
ⓒ 김윤주
우리집 초등학교 2학년짜리 큰 아이는 제법 제 모습에 충실하게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다. '상상 속의 나'로 요정친구들과 함께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건 인상적이었다. 가운데 자기를 중심으로 양쪽에 친한 친구들을 고스란히 그려 놓았다. 꽤나 꼼꼼하게 정성을 들인 것으로 봐서, '요정이 되어 요술봉을 흔들어 보고 싶다'는 말이 간절한 꿈이긴 했나 보다.

둘째 아이는 아직 만 네 살 때였는데 '현재의 나'의 모습으로 백설공주를 그리더니 '상상속의 나'로 이빨 요정(Tooth Fairy)를 그려 놓았다. 어떤 것이 상상의 세계이고 어떤 것이 현실 세계인지, 경계선 없이 마구 섞여 있는 네 살 꼬마의 머릿속을 엿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참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이제 다섯 살이 된 우리집 둘째 딸아이는 요즘 피터팬이 아닌 '후크 선장을 따라다니는 선원'역을 하느라 매우 바쁘다. 까만 소녀 그레이스도 피터팬 연기를 멋지게 해내는 마당에, 얼굴 노란 계집아이라고 '후크 선장 보필하는 해적선 선원'이 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덧붙이는 글 | - 미국 버지니아 주 래드포드 대학에서 주최한 '2006년 가을 유아 및 초등 교육 컨퍼런스'에 참가해 발표한 내용을 기본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어린이 그림책을 이용한 다양한 독서 후 활동에 관한 내용입니다. 
- 쑥쑥닷컴에 중복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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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통해 시대를 넘나드는 기호와 이야기 찾아내기를 즐기며,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인문학자입니다. 이중언어와 외국어습득, 다문화교육과 국내외 한국어교육 문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교수입니다. <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 <다문화 배경 학생을 위한 KSL 한국어교육의 이해와 원리>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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