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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결국 타결됐습니다. 타결 이후에도 독소조항, 이면합의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사회 각계각층의 일반 국민과 함께 한미FTA를 다시 고민해보는 장을 마련합니다. <편집자주>

"지금 정부는 유신, 5공 시절로 회귀했다. 한미FTA 반대집회를 원천봉쇄하면서 수많은 국가기관을 동원해 융단폭격식으로 FTA 찬성 여론몰이를 강행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유신시대와 5공의 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

누구보다 참여정부 출범에 힘을 보탰던 천정배 의원이 '친정'을 유신시대와 5공에 빗대 날을 세웠다.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찬성 여론몰이를 위해 정부가 취하고 있는 태도들에서 유신시대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무효화를 외치며 단식을 벌이고 있는 천 의원을 단식 16일째인 지난 10일 오후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장에서 만났다.

"융단폭격식 FTA 여론몰이, 유신·5공 같다"

▲ 천정배 의원은 지난 10일로 단식 16일째을 맞고 있었다.
ⓒ 오마이TV 김호중
어쩌면 이번 단식농성의 뜻이 그렇지 않을까. 스스로 '참여정부'라고 이름붙인 현 정부가 정작 국민의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역설적 현실에 대한 자괴감과 책임감.

그래서 그는 "단식은 대선을 겨냥한 정치쇼"라는 일각의 비난에도 "자업자득"이라며 달게 받겠다고 했다. 대신 "무책임한 선동"이란 평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단식을 하면서도 국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각종 반FTA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지난 9일에는 정치권 내 반FTA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첫 모임을 주도했고 우리 협상단의 국회 상임위 보고 때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단식 17일째인 11일에는 한미FTA 농축산업분야 평가와 대응방안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건강상태를 이유로 짧게 인터뷰를 해 달라는 보좌진의 요구에도 천 의원과의 인터뷰는 1시간 가까이 '길게' 이어졌다. 그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무엇보다 그는 "나 자신이 먼저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협상을 막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과 국민들에 대한 죄송함도 있다"며 당분간 단식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협상점수는 가차없이 '가'를 줬다. 천 의원은 "주권의식이 추호도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나라를 위험에 빠뜨려 놓고 '수' 운운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고 말했다.

"노무현의 FTA 대연정은 국민에 대한 배신"

또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3각동맹'을 지적하면서 "정확하게 이들 사이에 FTA판 대연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국민들은 대통령을 뽑을 때 우리 내부의 분배문제, 민생안정 문제에 기대를 걸고 표를 준 것인데, 그 점을 도외시하고 성장주의자들 편에 서서 대연정을 해버렸기 때문에 국민에 대한 배신인 셈이다"고 비판했다.

현재 유력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전 시장 등이 아직 내용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FTA를 찬성하고 나서는 것은 낡아빠진 사고의 산물"이라며 "이들은 아직도 낡은 성장 지상주의, 그것도 불균등 성장, 과거 개발독재시대 파이만 키우면 된다는 식의 낡은 생각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가서는 절대 안 된다"며 "한미FTA가 현재 한국 사회를 위기에 빠뜨렸지만 한편으로 사회적 대연대를 만들고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뒷받침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비준동의와 관련해서 천 의원은 "국회가 국민들의 뜻을 받든다면 반드시 부결시킬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단식을 끝내더라도 국회 비준반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천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국회 본관 앞에서 한미FTA 협상 무효화 단식을 벌이고 있는 천정배 의원.
ⓒ 오마이TV 김호중
- 단식 16일째다. 건강상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단식을 중단하고 현장에서 싸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나 아니어도 많은 의원들이 밖에서 이 문제로 고생을 하고 있다. 나도 단식 중이지만 한미FTA 관련된 일은 다 하고 있다. 비상시국회의도 나가고 며칠 전엔 정부 협상단의 국회 상임위 보고에도 나가고 관련 일을 차질없이 하고 있다.

단식 농성은 당초 나 자신이 한미FTA에 대해 나름대로 의사표시를 해왔지만, 이런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상황에서 타결 1주일을 앞두고 강력한 의사표시 방법으로 시작했다. 이제 타결이 됐으니까 국면도 달라졌다. 현재 심정으론 주권을 포기한 조공협상, 국가적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졸속 타결에 대해 항의하는 심정으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나 자신이 먼저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막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과 국민들에 대한 죄송함도 있다. 이 문제는 지금 끝나는 게 아니다. 앞으로 5~6개월 동안 국민적 힘을 조직화해서 반드시 막아야 할 사안이다. 그런 투쟁의 의지를 북돋기 위해서 그리고 아직 건강이 허락하는 만큼 단식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FTA 성적 '수' 운운 웃긴 일... 공부해 보니 '가'"

- 우리 협상단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번 협상이 대등한 협상이었다며 '수'를 주고 있다. 이번 협상의 득실을 포함해 총평을 하신다면.
"얼마 전 내가 '양'을 준 적이 있는데, 공부를 더 해보니까 '가'밖에 안 된다. 나는 협상팀이 과연 주권의식이 있는지 극히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권을 포기하고, 우리 스스로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데 극히 위축되는 상황이 단지 노대통령 임기 중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한미FTA가 존속하는 한 우리 후손들까지 준영구적으로 계속되는 것이다. 주권의식이 추호도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나라를 위험에 빠뜨려 놓고 '수' 운운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

- 정부는 국정브리핑과 보수언론을 활용하여 타결 이후 융단폭격하듯이 FTA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홍보논리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5공으로 회귀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건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미FTA와 같은 중요한 사안을 국민적 논의 없이 느닷없이 해 버린 것이다. 국회는 그 논의에 참가했나? 여당은 참여했나? 내가 그 당시(협상 초기) 국무위원이었지만 나 역시 전혀 몰랐고 일반 국민과 같은 시기에 알았다. 그냥 느닷없이 대통령과 몇 사람이 결정했던 일이다.

그동안 정부의 홍보과정에서도 한국사회의 가장 큰 권력인 정치권력, 언론권력, 대기업 등 돈 있고 목소리 큰 사람들이 다 나서서 일방적으로 홍보했다. 지금도 한미FTA 반대 집회를 원천봉쇄하는데 이건 5공, 유신 때나 있는 일이다. 일단 집회는 허용하고 범법행위가 있으면 잡아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제주공항을 폐쇄해 집회 말고 서울로 올라가려는 사람까지 막았다. 이것이야말로 위헌이다. 이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는 5공, 유신 폭압정치 시대 짓거리들이다.

게다가 국회의원인 나를 포함해 국민들은 협상타결 내용을 모르고 있다. 과거 12·12사태 당시 난 군법무관이었다. 당시 신군부에서 5공 헌법을 기안해서 홍보하라며 우리 부대까지 지시가 내려왔다. 홍보를 위해 헌법 초안을 달라고 하니까 초안은 비밀이라며 안 줬다. 지금 이 정부가 하는 짓이 딱 그 격이다. 내용은 주지도 않고 타결되고 난 뒤 좋은 것만 뽑아서 융단폭격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극히 5공식이다.

그러다 보니까 한미FTA로 인해 대한민국의 경제주권이 침해되고 공공정책권이 심각히 제약되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현재의 논쟁은 도대체 얼마가 이익이고 손해인지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려는 데 그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가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피해액수와 범위를 가지고 논쟁하자는 입장이고 대다수 언론도 이 논리에 충실하고 있다."

"융단폭격식 홍보, 12·12 때의 신군부가 하던 짓"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타결 직후 국회 통외통위 보고에서 "협상결렬위기가 있었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통화한 뒤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만큼 이번 한미FTA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 보니까 대통령의 '통상독재'란 말까지 흘러나온다.
"통상독재만으론 불충분하다. 물론 FTA 해볼 수 있다. 관세에 도움이 된다면 철폐할 수 있다. 우리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위해 개방할 수 있다. 원칙적으론 FTA에 대해 찬성이다. 그러나 그 개방이 전략적 개방이 돼야 한다. 우리 자신의 준비도 있어야 하고 우리 자신의 주체를 살리는 전략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우리가 주권을 송두리째 넘겨 준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 세제개편은 우리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일회적으로 주고받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주권을 송두리째 내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국민들이 대통령이나 정부한테 부여해준 권한을 완전히 넘어서는 일이다. 위헌이나 마찬가지다."

- 협상 타결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보수언론의 3각 동맹이 구축됐다는 지적도 있다. 주목할만한 현상인가.
"FTA 협상 과정에서도 미리부터 이를 걱정했다. 정확하게 이들 사이에 대연정이 이뤄진 것이다. FTA판 대연정이다. 참으로 한탄스럽다.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한미FTA가 체결되면 양극화가 심해진다고 생각한다. 민생이 어려워진다. 대기업이나 사회적으로 유복한 사람들은 더 많은 기회가 생기겠지만 중산층, 서민, 농민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미FTA가 보수 극우세력들이 반기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우리 정부나 대통령은 반드시 양극화 해소 등 그로 인한 부작용을 시정할 수 있는 대책을 한꺼번에 제시하면서 한나라당 등과 대연정을 했어야 되지 않나. 민생안정을 패키지로 거래했어야 되지 않나. 국민들은 대통령을 뽑을 때 우리 내부의 분배문제, 민생안정문제에 기대를 걸고 표를 준 것이다. 그 점을 도외시하고 성장주의자들 편에 서서 대연정을 해버렸기 때문에 국민에 대한 배신인 셈이다."

- 양극화 얘기를 좀 더 해보자. 한덕수 총리는 "한미FTA의 결과로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대통령도 협상 타결 직후 국민담화에서 "양극화 심화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득해 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미FTA 반대 진영 일각에서는 양극화에 대한 방어체제가 구축이 안 된 상태에서 추진된 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은데.
"한미FTA 이후 미국식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것은 당연하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게 경쟁이다. 물론 잘 살아남아서 경쟁력을 지키는 곳도 있겠지만 그곳은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도산할 것이다. 농민들은 명백하게 농업을 그만둘 상태가 돼 있다. 그런 문제를 두고 양극화가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양극화가 무엇이냐. 외부충격에 대해 얼마나 적응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린 문제인데, 적응하지 못하는 곳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제조업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둘이 싸우면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지는 곳이 지게 돼 있다. 우리 제약회사도 제일 큰 곳이 미국의 100분의 1 밖에 안된다. 결국 경쟁력에서 뒤처지면 결국 도산하게 되고 거기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왜 우리 정부는 이런 현상을 보지 못하는가."

"헌법 부정하는 '투자자-국가제소', 협상 초기에 넘긴 것 아닐까"

- 협상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독소조항 및 이면합의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을 꼽는다면.
"투자자-국가제소, 래칫 방식(역진 불가능 방식의 개방) 등으로 공공정책권이 반신불수가 됐다. 나는 우리 정부가 협상 초기 우리 협상 초안에 투자자-국가제소를 넣어서 미리 제안했고 아마 협상 초기에 다 넘겨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투자자-국가제소를 무슨 평등권 위반 정도로 보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헌법 질서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을사조약이 단순한 평등권 위반인가. 마찬가지로 한미FTA는 입법-사법-행정권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같은 독소조항을 따지고 나면 이번 협상은 통상독재 정도가 아니고 국익·민생·민주주의를 다 다 부정하는 이른바 '삼반밀약'이며 쿠데타 수준이다."

- 쇠고기 수입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많다. 정부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 총회 이후 수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고 미국은 지금이라도 수입 여부를 결정짓지 않는다면 협정을 깨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쇠고기 위생검역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이 문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국민의 건강과 자녀들의 생명보호와 관련된 문제다. 한국인은 뼈와 내장을 포함한 소의 모든 부위를 먹기 때문에 수입 위생조건이 더 철저하고 깐깐해야 한다. 국제수역사무국의 결정만을 근거로 전체 협상을 깨지 않기 위해 은근슬쩍 넘어간다면 이는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의 생명보호 의무를 내팽개치는 일이 될 것이다."

"김근태 등 FTA 반대의원, 열린우리당 탈당해야"

ⓒ 오마이TV 김호중
- 지난해 협상이 처음 시작되고 1년이 넘는 동안 우리 국회의 활동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일부 의원만 고군분투할 뿐 정치권은 대부분 침묵이었다. 또 협정문이 공개되는 5월 중순까지 사실상 국회도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통상절차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나 심의마저 못하고 있는데.
"국회가 이번 사안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관행이나 의식 수준에 있어서 행정부와 대등한 관계에서 이를 견제하고 균형의 원리를 지켜야 하는데 부족하다. 한미FTA 진행과정에서도 기존의 관성을 넘지 못했다. 죄송스럽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본연의 기능을 다 해야 한다.

첫째 협상 내용이 국회의원들에게도 공개돼야 한다. 일반 국민에 대한 공개는 5월 중순이라고 하지만 하루빨리 국회에 공개돼야 한다. 국회도 특위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모든 상임위가 나서야 한다. 이들이 청문회 등의 방법으로 내용을 검증해야 한다. 의원들만으론 전문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FTA를 찬성하는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 적어도 절차적인 정의는 보장해야 된다. 국회 내 가장 큰 두 당이 앞장서서 이 일을 해야 한다. 비판적 진영에선 비상시국회의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를 촉구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아직도 의원들한테 협정문이 전달 안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통상절차법이 없다는 게 통탄스럽고 지금이라도 만들어져야 한다."

- 한미FTA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 온 김근태 전 의장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사회적 대연대'를 이룬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으로 아는데, 꼭 탈당을 해야 역할을 할 수 있나.
"한미FTA는 워낙 중요해서 이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대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도 비상시국회의 안에서도 민생정치모임이 제안했지만 한시적 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열린우리당에서 FTA 반대 목소리를 내는 분들은 탈당을 해야 한다.

꼭 한미FTA가 아니어도 우리 쪽의 대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해서도 김근태 의장과 견해를 같이하는 분들이 빨리 탈당을 해야 한다. 또 지금처럼 한미FTA가 중요하고 긴박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이들이 결단을 내릴 때라고 생각한다."

- 현재 유력 대권주자 가운데 하나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한미FTA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미FTA가 이번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국민들이 알면 알수록 한미FTA가 졸속타결이라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커질 것이다. 한편으론 한미FTA 반대를 계기로 이것을 막아내고자 하는 여러 시민단체, 양심세력들, 정치인들을 아우르는 사회적 대연대가 형성될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 등이 아직 내용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찬성하고 나서는 것은 낡아빠진 사고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낡은 성장 지상주의, 그것도 불균등 성장, 과거 개발독재시대 파이만 키우면 된다는 식의 낡은 생각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누누이 강조한 주권의 문제에 대한 고려도 없다. 이들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가서는 절대 안 된다. 한미FTA가 현재 한국 사회를 위기에 빠뜨렸지만 한편으로 사회적 대연대를 만들고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뒷받침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대선이나 국민투표 통해 국민이 결정해야"

- 한미 FTA에 대한 비준이 이뤄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반대하는 의원들 중심으로 새롭게 정치세력을 모으고 조직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여권 내에선 상당수가 찬성론이다. 이렇게 입장을 달리하는 의원들과 대통합이 어려운 것 아닌가.
"협상 내용이 세세하게 알려지고 국민 토론이 시작되면 여론도 달라질 것이다. 이미 정부의 융단폭격식 홍보에도 국민들 중 상당수가 반대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나 역시 지금 생각하면 할수록,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문제가 많다는 게 느껴진다. 실상이 알려지면 국민여론도 반전될 것이다. 국회도 그 국민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부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국회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제대로 역할 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 향후 국회 비준동의 시기와 전망은 어떻게 보나.
"원칙이 중요하다. 이 문제는 주권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 실질적인 주체는 국민 자신이다. 국민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후에 국민적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하나는 대선과정에서 각 후보가 서로 상반된 견해를 내걸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대선 투표에 의해 국민들이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되면 대선 이후에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국민투표를 적당한 시기에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충분한 국민적 토론이 이뤄진 다음에 해야 한다. 졸속으로 하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자기들 행위를 추인받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대선 과정에서 또는 그에 준하는 국민들의 논의를 거쳐 국민들이 결정할 사안이고 거기에 따라 국회가 비준동의를 결정해야 한다."

- 지금은 단식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단식을 풀고 무효화투쟁에 앞장설 것으로 본다. 단식을 중단하고 나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무기한이니까 그만두려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내 입장에서 보면 10여 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그동안의 정치생활과 일생을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심정적으로 훌훌 털고 일어나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조금 더 할 생각이다. 단식을 중단하더라도 이후 다른 의원들과 합쳐서 국회활동을 열심히 하고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반드시 비준동의를 저지할 수 있는 활동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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