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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름은 ‘느림’이나 ‘여유’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게으름은 늪과 같아서 어느 정도 몸이 잠기고 나면 더 깊이 빠져든다. 게으름을 극복하는 것은 바로 ‘자아를 찾아가는 지름길’이다.
ⓒ 강북삼성병원
귀차니스트라는 말을 아는지? ‘귀차니즘(귀찮은 일을 몹시 싫어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이라는 신조어에서 나온 파생어로, 귀찮은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은 ‘어떻게 하면 덜 움직이며 살 수 있는가’이다.

30대 주부 김미경(가명)씨는 가족들도 두손들어버린 소문난 ‘귀차니스트’다. 청소, 빨래, 설거지를 미뤄놓는 건 다반사고, 식사를 마치고 난 식탁을 며칠씩 치우지 않아 보다 못한 남편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때가 많다.

정리하기 귀찮은 물건들은 장롱 속이나 침대 밑 같은 안 보이는 곳에 슬쩍 밀어 넣고, 필요한 쇼핑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 클릭 몇 번으로 해결한다. 간단한 먹을거리, 생활용품조차도 동네 마트에 배달을 시킬 정도다. 가족을 위한 식사 준비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손수 요리를 하기보다는 외식이나 중국집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 과자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그런 그가 새해 들어 게으름을 벗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출산 후 무려 10kg 이상 늘어난 몸무게 때문.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좀 더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부지런해진다면 육중한 몸매도, 나태한 생활도 다시 꽉 조여질 거라 그는 굳게 믿고 있다.

연초, 모 기업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새해 목표를 실천하는 데 가장 큰 방해물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네티즌들이 작심삼일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귀차니즘의 달인인 나 자신’을 꼽았다고 한다. 새해의 첫 마음, 첫 다짐을 방해하는 최대 걸림돌이 바로 게으른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게으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다음에’라고 한다. ‘다음부터’, ‘내일부터’라는 말은 찰싹이는 파도가 모래성을 서서히 허물듯이 조금씩 조금씩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무서운 적이다. 하지만 빈둥거리지 않는데도 ‘왜 나는 만날 바쁜 게으름뱅이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게을러서 바쁘고, 바빠서 게을러지는 악순환의 쳇바퀴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BRI@게으름 카운슬러들은 게으름을 판단할 때는 ‘삶의 방향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누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겉으로만 보면 늘 바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삶의 목표가 없다면 게으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아침형 인간되기’도 이 같은 지적에 빗대 보면 사실은 팥소 없는 찐빵에 비유될 수 있겠다.

게으름 예찬론자들은 게으름은 ‘느림’이나 ‘여유’와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평론가 조병준씨는 “진정한 귀차니스트들은 잡다한 일상적인 일들은 귀찮아하면서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일에 집중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변론한 바 있다. 이래저래 게으름에 대한 철학과 변명이 쏟아진다 해도 변치 않는 사실은 ‘시간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삶의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뛰어간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꿈꾸는 유토피아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삼월, 봄기운이 생동하면서 겨우내 묵혀두었던 게으름을 벗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나의 삶은 나의 것! 세상의 귀차니스트들이여, 이제 게으름이란 옷을 훌훌 벗고 한 해를 좀 더 멋지고 알차게 채워나가자! Life is blooming!!

‘굿바이, 게으름’저자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씨
“게으름은 삶의 방향 잃은 방황이다”


ⓒ 우먼타임스
“보통 사람들에게 당신은 게으른가, 부지런한가 물으면 대부분은 부지런한 편이라 대답합니다. 게으름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정적인 뜻을 지니거나 비난의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정말로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부지런한 사람들 속에서 그런 척 위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최근 <굿바이, 게으름>(더난출판)이라는 책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41)씨는 게으름의 본질은 움직임이 빠르냐 느리냐 하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게으름을 노골적으로 피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얼마나 중요한 일에 우선적으로 매달리느냐가 게으름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제시한다.

“아무런 의문이나 생각 없이 반복적인 일상을 바쁘게 산다고 해서 부지런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아무 일 하지 않고 쉬고 있더라도 그 자체를 온전하게 즐기고 있다면 게으른 것이 아닙니다.”

결국 게으름은 행위 자체가 아닌 ‘능동성’에 의해 구분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게으름에도 작은 게으름과 큰 게으름이 있다고 말한다. 주변을 잘 치우지 않는다든지, 잘 씻지 않는다든지, 아침잠이 많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 작은 게으름에 속한다.

“사실 작은 게으름에 속하는 행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삶의 한 영역에서는 게으르게 마련이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든 영역에서 부지런하려고 할 때 오히려 더욱 게을러지는 아이러니와 마주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도 삶의 지향성이 없으면 결국 큰 게으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문씨가 이처럼 게으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어릴 때부터 늘 ‘열심히 살아라’라는 말을 듣고 자란 그는 엄한 아버지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아도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했고, 언제나 무언가 하는 척해야만 했다.

그렇게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산 것이다. 언제나 주어진 일은 똑 소리 날 만큼 잘해냈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알려고도, 또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고. 하지만 그의 이러한 생각은 자녀가 태어나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지겹게 들어왔던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라는 요구를 자신의 아이에게 대물림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넌 나처럼 살아라’라고 자식들에게 가르치는 부모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자식들이 대신 살아줬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게 요구하는 순간 자식들 역시 나와 같은 삶을 살게 됩니다. 결국 삶의 방향성 없는 게으름이 대물림되는 것이죠.”

문씨는 게으름이 천성적인 것이 아닌 후천적 습관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병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더욱이 병적 게으름이 지속될 경우 희망이 없다거나 삶에서 자기를 상실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술이나 약물중독에 빠지거나 심한 경우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게으름은 천성이 아니라 후천적인 습관

“게으름이 습관이냐 병이냐를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제가 봤을 땐 후천적인 요인이 강합니다. 유아기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습득하려는 노력을 보면 알 수 있죠. 특히 게으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없으면 병적 게으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게으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삶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삶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노력을 기울일 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노력이 다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헛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희망을 가진다고 변화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생에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2의 인생을 맞이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지 않겠습니까. 이를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얼마나 변하려는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희망이나 삶의 의미를 찾아야 진정으로 게으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이 같은 노력이 다소 추상적일 수는 있으나 삶에서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상태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엽적인 문제로 게으름을 풀기보다는 자기답게 살아야 해요. 더 구체적인 해답을 원한다면, 책을 많이 읽고 스스로 묻고 대답하며 일기를 쓰는 것도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무한경쟁시대... 나를 바꾸자”

ⓒ 우먼타임스
자신의 미래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보통 사람은 ‘내가 현재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옳은 길인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능력 위주의 경쟁 체제가 확산되면서 살아남기 위한, 혹은 자신의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자기계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 저절로 자기계발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외적인 성공뿐 아니라 자아실현에 도움을 주는 자기계발 서적이나 강좌 등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 출판시장에서 자기계발서는 소위 ‘돈이 되는’ 상품이다. 인터넷 서점 YES24에서는 2007년 주요 키워드로 ‘자기계발’을 꼽을 정도로 자기계발서는 인기를 끌고 있다. 자기계발 도서의 남성 독자는 2005년 8만3천명에서 2006년에는 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고, 여성 독자는 5만9천명에서 21만 명으로 증가했다. 도서 분야별 판매 점유율을 보면 2005년과 2006년 각각 7.2%, 8.8%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율도 63%에 달했다.

자기계발을 위한 아카데미나 클리닉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숙영 자기계발클리닉, 휴넷, 윌리엄석세스트레이닝 등이 대표적인 기관이다. 이들 기관은 대부분 “자기계발이란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마음먹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전제 아래 목표 설정, 시간관리,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정신과 전문의로 최근 ‘굿바이, 게으름’을 펴낸 문요한씨가 운영하는 ‘정신경영 아카데미’는 자기계발의 기술이 아닌 정신 능력 향상을 통한 자기실현에 도움을 주고 있다.

게으름 탈출 유형별 실천 노하우

ⓒ 우먼타임스
사람들마다 게으름을 피우는 행태가 다르듯 게으름의 원인도 여러 가지다. 전문가들은 게으름은 성격적, 심리적, 사회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성격적 요인은 선천적이라는 것. 그렇다고 해서 게으른 성격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성격별로 게으름을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아보자.

완벽주의형=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자신이 게으르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에게 완벽은 ‘흠 잡을 데라고는 없는 완벽한 상태’이다. 실수는 절대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선택은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하는 것’과 ‘차라리 안하는 것’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내가 할 줄 몰라서 도전하지 않는 게 아냐. 그런 도전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성공과 발전은 늘 실수를 통해 얻어지는 법이다. 실수를 통해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라. 실수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선 실수를 실수로 흘려보내지 않는 자세와 환경이 중요하다. 왜 실수했는지 분석하고, 그 한계를 보완하여 다시 시도하는 자세를 가져라. 또 자신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습관을 떠올려 목록을 만들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긍정적 습관을 찾아본다.

수동공격형= 이들의 게으름은 분노의 표현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자신을 고통이나 불행에 빠뜨림으로써 상대를 더 고통스럽게 한다. 또 마음을 잘 열지 않고,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직장인의 경우 상사에게 불만을 표현하지 못하고, 대신 상사와 관련된 일을 의도적으로 망치거나 대충 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한다. 이 해결되지 않는 분노 때문에 꾸물거리고, 잊어버리고,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비능률적으로 일한다.

능동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 게으름에서 벗어나려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의식을 조절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오문·오감 일기란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 짧은 문답식 일기를 써내려가는 것으로, 강력한 긍정성 훈련의 도구이며 부정적인 마음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거 한 줄(긍정적 경험), 현재 세 줄(감사할 일,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 일, 새롭게 느낀 점), 미래 한 줄(원하는 미래상) 등 모두 다섯줄에 걸쳐 작성하되, 생각이 아닌 솔직한 감정으로 써내려 간다.

과도한 낙관주의형= 이들은 게으름을 피우면서도 무사태평한 여유 만만형이다. 늘 방심하고 할 일을 미루는 데 익숙하다. 심지어 게으름을 피운 대가가 눈앞의 현실로 닥쳐도 ‘걱정도 팔자’라며 현실을 무시해버린다. 요즘 사회에선 긍정적 사고와 낙관적 태도를 강조하고 있지만, 무책임한 낙관주의는 실패와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현실적 판단을 흐리게 할 정도로 과잉된 낙관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 실천적 낙관주의다. 게으름은 늪과 같아서 어느 정도 몸이 잠기고 나면 더 깊이 빠져든다. 초기에 ‘멈춰!’라고 외치는 행동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멈춤 신호를 만들어 게으름이 고개를 들 때마다 의식과 상황을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자신의 신념을 종이카드에 적거나 상징적인 물건을 지니고 다니거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독백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처: ‘굿바이, 게으름’(문요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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