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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겉그림
ⓒ 소나무
근래 들어 유기농식품이 유행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농약을 치지 않고, 화학비료도 쓰지 않는 그야말로 생짜식품이 널리 팔리고 있다. 그런데 농약을 사용한 일반식품을 유기농이라 하여 속여 파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터지기도 한다.

그에 반해 한혜령씨가 쓴 <농부의 밥상>(소나무·2007)은 그야말로 농약을 사용하거나 가공식품이 아닌 생짜 유기농식품으로 만든 자연밥상을 취재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기계나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법보다는 오직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연농법을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 그 속에서 그들이 가꾼 것들로 밥상을 만들어내는 참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분들은 모두 오래된 농부들이다. 자연농법을 하기도 하고 유기농사를 짓기도 하고, 산 속에 틀어박혀 살기도 하고 공동체를 이루기도 하는 등 사는 모양은 제각각이나 그 뿌리는 다르지 않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생명에 대한 사랑. 이 마음이 삶의 바탕을 이루고 있으니, 첨단 기술과 거대 자본의 힘을 업은 물질문명이 세계를 휩쓰는 오늘날에도 삶의 근본으로서의 농사를 우직스럽게 지키고 있다."(여는 글)

여기에는 동광원과 풀무학교에서 생활하다 전남 진도에 몸을 부린 지 20년이 된 김종북과 장금실 부부, 오행의 원리와 일치하는 다섯 색깔의 오행미를 되살린 벼 박사 강대인과 전양순 부부, 강원도 화천에서 장애인들을 비롯하여 오갈 데 없는 사람들 30여명과 함께 살아가는 시골교회 임락경씨 등 모두 열 집의 밥상이 소개돼 있다.

이들의 특징이 있다면 밥상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반찬들이 가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두들 스스로 만들어낸 천연자연 식품이라는 것이다. 된장과 고추장은 물론이요, 깻잎과 콩잎 장아찌를 비롯하여 산초잎 장아찌와 머위장아찌까지도 모두 직접 담근 것들이다.

어디 그 뿐인가? 김치와 가지무침, 양배추 채, 무 채, 무 조림, 호박나물, 멸치볶음, 비름나물 등도 다르지 않다. 거기에다 현미와 멥쌀, 보리, 콩이 제 각기 색깔을 내며 어우러진 고봉밥 한 그릇은 무엇보다 먹음직스럽고 탐스럽기까지 한다. 그만큼 눈은 즐거울 것이요, 입 또한 행복하지 않겠나 싶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재배하는 것들인가? 몇 몇 분들은 큰 야산을 밭으로 일궈 씨를 뿌려 재배하기도 하지만, 어떤 분들은 엉겅퀴만 뽑아준 채 그저 야산에서 거둬들이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야산에서 자라는 것들이야말로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참된 먹거리라 여기는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 봄철 야산에 지천으로 깔린 산나물은 물론이고, 여름철 잎채소도 텃밭에서 줄곧 따먹고, 깊어지는 가을엔 산에서 절로 나는 머루, 다래, 도토리, 밤 등을 주워 먹거나 묵을 쒀 먹고, 겨울철엔 무청과 배춧잎을 말린 시래기와 호박, 토란 등도 맛나게 해 먹는다. 물론 부엌일을 담당하는 분의 손맛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조선간장과 고춧가루로 버무린 가지무침, 새우젓 넣고 볶은 호박나물이며 간이 세지 않게 졸인 무조림, 식초 살짝 넣은 무채와 양배추, 어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여름 반찬이지만, 멸치를 빼면 모두 이 집 텃밭과 산자락에서 밥 때 전에 바로바로 거두어 조리한 열매며 나물이고, 천연조미료이기에 더욱 입맛을 돋운다."(156쪽)

"도토리는 중금속을 해독시키고, 녹두는 약을 먹고 체했을 때, 미나리는 생선을 먹고 탈이 났을 때 좋은 해독제가 된다. 식중독에 걸렸을 때는 일단 땀을 되게 흘리고, 된장 두 숟가락 정도를 조리에 걸러 그 물을 마시면 응급처치는 된다. 미리 조심하려면 모든 생선회는 식초를 쳐서 먹고, 돼지고기는 새우젓을, 쇠고기는 배를, 개고기는 살구 등을 많이 넣어 먹는 것이 좋다."(177쪽)


그렇듯 그들은 산과 들, 밭에서 나는 식품으로 자급자족한다. 자연에서 얻고 자연으로 되돌려 주고, 또다시 자연을 통해 받는다. 그 까닭에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편이지만, 최소한의 경제적인 여유를 위해 '한살림'과 같은 생협에 자신들이 만든 고추장과 된장, 그 밖의 유기농 채소와 쌀을 내 놓는다.

다만 이들은 뭐든지 돈만 된다면 기업화하려는 사람들과 달리 다량으로 찍어내듯 하지는 않는다. 그저 적게 먹고 적게 쓰려는 최소한의 도리, 즉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살고 있다. 그런 그들이 만들어내는 밥상이니 얼마나 소박하고 담백한 맛이겠는가? 그들의 밥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이요, 입맛 또한 무지 행복할 것이다.

농부의 밥상 - 유기농 대표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안혜령 지음, 김성철 사진, 소나무(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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