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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국회 안...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김충환·이군현·신상진(왼쪽부터)한나라당 원내부대표가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중앙일보>가 옳은 말을 했다.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들을 향해 "머리 깎는 게 능사냐"고 따졌다.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삭발 의식을 거행한 데 대한 비판이다.

"삭발은 힘없는 사람들이, 주목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항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수단"이라고 전제한 <중앙일보>는 여기에 국회의원들을 대비시켰다. "자기가 할 일은 하지 않고 어린애 떼쓰듯 머리를 깎아서 누구에게 주문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은 뒤 "(삭발)결의가 있다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법안 처리를 위해 애쓸 일"이라고 했다.

토를 달 여지가 거의 없다. 사학법 재개정에 찬성해온 언론마저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들의 '오버'를 탓하고 나선 게 이채로울 정도다.

삭발하니 사학법 재개정?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수용할 뜻을 밝혔는데 그 이유 역시 '삭발'이다.

"교회 목사님들이 삭발하는 상황까지 오니 더는 논리로만 해결할 수 없겠더라"고 했다. 그래서 종단의 요구를 수용할 예정이고, 개방형 이사제의 완전한 폐지는 안 되지만 절충 차원이라면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당 의장·정책위의장과 의견 조율을 끝낸 상태라고 했다

닮아있다. <중앙일보>나 장영달 원내대표나 모두 '목불인견'을 거론한다. 하지만 차원이 전혀 다르다.

장 원내대표는 '교회 목사님들의 삭발'을 더 이상 두 눈 뜨고 못 보겠으니 자신들이 물러서겠다고 하고, <중앙일보>는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들의 삭발을 더 이상 두 눈 뜨고 못 보겠으니 제발 정신 차리라고 한다.

희한하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뒤집기가 아니다. 도대체 무슨 배경이 깔린 건가?

때마침 나온 뉴스가 있다. 한나라당의 김형오 원내대표가 주택법 개정안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 민간 아파트에까지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동시 적용하면 공급 물량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답을 준다면 28일 이후까지 주택법 개정안 처리를 미룰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또한 뒤집기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가운데 하나만 택하라고, 또 주택법 개정안과 사학법 재개정안을 교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한나라당의 기존 태도와는 너무 다르다.

뒷거래 의혹이 스멀스멀...

그때 국회 밖에선...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자, 아파트값거품내리기모임 등 34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26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 앞에서 "한나라당은 건설업계를 대변하지 말라"며 항의집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지점에서 어쩔 수 없이 추측이 나온다. 혹시 거래를 한 건 아닐까? 열린우리당은 사학법을 주고 한나라당은 주택법을 주기로 '뒷거래'를 한 게 아닐까?

차라리 그렇다면 인정 여부를 떠나 이해는 하겠다. 하지만 아니라고 한다. 장영달 원내대표가 분명히 밝혔다. 사학법 재개정과 주택법 개정을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여론은 열린우리당 편이었다. 주택법을 고리로 건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한 언론의 비판 논조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35개 시민단체가 나서 주택법 개정에 발목을 거는 한나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 뿐인가. <중앙일보>마저 '어린애 떼쓰기'를 질타하지 않았던가.

열린우리당으로선 압박을 가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꺼내든 건 '채찍'이 아니라 '당근'이었다.

이걸 우려했는지도 모른다. 국회 건설교통위에서는 직권상정과 표결처리를 통해 처리를 한다 해도 한나라당이 위원장 자리를 갖고 있는 법사위에서 막힐지 모른다고 걱정했을 수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법사위에서 사학법과 주택법의 '딜'을 모색한다는 보도가 적잖았다.

한 발 물러서서 이렇게 봐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긴 말 필요없다. 국회 건교위원장의 직권상정은 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 요지경 현상을 해독해야 할까? 간단한 데서부터 찾자. 정치인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이게 문제다. 사학법과 주택법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장영달 원내대표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

태그:#사학법, #국회, #삭발,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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