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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단병호·심상정·천영세 의원과 배일도 의원의 공통점은?'

이들은 모두 80년대 후반 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서노협)의 지도부였다. 서노협은 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합(마창노련)과 함께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출범의 주축세력이었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 말에 따르면, 그가 서노협 의장이었을 때, 단병호 의원은 부의장, 심상정 의원은 사무처장, 천영세 의원은 지도위원이었다고 한다. 특히 88년 사상 최초로 지하철파업을 주도했던 배 의원과, 88년 민주노조운동세력을 총결집시킨 지역업종별노동조합전국회의(전국회의) 의장이었던 단 의원은 90년 전노협 출범 전 초대 의장후보로 오르내렸을 정도로 한국노동운동의 핵심인물이었다.

"내가 정치를 잘하면 노동계의 한나라당 참여공간 커질 것"

@BRI@하지만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몰락하던 90년대를 거치면서 이들의 행보는 완전히 엇갈렸다. 이들 80년대 노동전사들의 엇갈린 행보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극적으로 드러났다.

긴 호흡으로 노동운동와 진보정당운동에 복무했던 단병호·심상정 의원 등은 민주노동당의 첫 원내진출과 함께 국회에 입성했다. 배 의원은 98년 서울지하철공사에 복귀해 '무쟁의 선언'을 주도하며 세차례나 노조위원장을 지내다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금뱃지를 달았다.

배 의원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나라당이 지역정당이고 기득권정당이었다면 내가 중산층 이하 노동자들의 입장을 당내에 반영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며 "한나라당 당론과 다른 의견을 많이 내는데 그것이 내가 한나라당에 들어와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생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지금은 보수정당에 참여해서도 노동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정치를 잘하면 노동계 인사들의 한나라당 참여공간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정치참여의 긍정성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진보진영에 몸담았던 사람이 수구정당에 가는 것은 구색맞추기 등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진보진영에 몸담었던 사람도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이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요구하지 않거나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또하나의 방기"라며 "한나라당에 노동자의 정치참여와 정책실현을 요구하고 이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게 노동자의 권리이자 변화된 조건에서 노동자가 져야 할 당연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한나라당이 더 현실적으로 노동자의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다"며 "노동자들에게도 한나라당에서 함께 하자고 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본이나 권력과의 싸움은 오히려 편했다"며 "하지만 노동1세대로서 내 고민을 경청하지 않고 '자본의 품에 들어갔다'며 변절을 얘기할 때는 징역살이 할 때나 해고될 때보다 더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하지만 변절자니 어용이니 출세주의자니 하는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며 "나는 한나라당이 변화된 시대의 노동정책을 수립하도록 촉구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운동이 변화하지 않으면 나쁜 의미의 보수, 즉 수구가 될 것"이라며 "전투적 노동운동은 이제 낡은 병기이고 낡은 방식이기 때문에 자연히 폐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단병호 의원 등 노동운동가출신 민주노동당 의원들에 대해 "시대변화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여전히 대립주의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그들이 영원히 그렇게 갈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올 대선을 거치면서 더 많은 대중을 확보하기 위해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그가 한나라당에 들어와 정치하는 이유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신문명정책연구윈 기획위원장 시절 97년 월간 <사회평론 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노동운동은 정치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중당이 출현했을 때 반가웠다. 민주노동당이 출현했을 때도 긍정적이었다. 민주노동당이 잘해서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것과, 한나라당이 잘해서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방식은 다를지 모르지만 한나라당도 우리나라가 더 자유롭고 행복하고 양극화가 해소되는 것을 지향한다. 어떤 정치세력이든지 나라가 잘 되고 국민이 잘 살 수 있기를 바라지 보수당이라고 해서 나라를 양극화시키겠나? 다만 자유와 평등, 어느 쪽에 더 방점을 두느냐 정도의 차이는 있다.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보정당이 출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중당이나 민주노동당의 출현에 찬성하는 것이다. 정치세력화란 측면에서 그동안 노동자들은 투표 외에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 인터뷰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얘기한 것이다. 지금은 한나라당에서도 노동자에게 정치적 관심을 갖고 있다. 더 이상 한나라당을 군부독재 정당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노동자들이 노조 대중운동의 단계를 넘어서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활동을 보여줘야 한다. 그 참여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기존 정치권과 연대해서 자기 문제를 실현하는 방법도 있고, 노조 활동했던 사람이 정치인으로 (직접)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 진보정당 건설을 꿈꾼 적이 있는가?
"과거에는 노동자의 권리가 현실정치 속에 반영이 안되고 관심도 안보여서 우리끼리 (진보정당을) 만들어 보려고 했었다. 장기표 선생과 함께 했다. 민중당이나 민주노동당 같은 정치세력이 나타나길 바랐다."

- 왜 진보정당 건설이나 참여를 포기했나?
"포기는 아니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한 것뿐이다. 이미 노조활동을 할 때 진보정당운동도 함께 했다. 그분들은 구체적으로 그런 실천을 했고, 나는 노조운동을 (계속) 한 것이다. 그래서 포기했거나, 그런 것은 필요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그때는 진보정당이라는 부분이 독자적으로 생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반면, 지금은 보수정당에 참여해서도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에 참여해서 배운 것이다."

- 한나라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정치할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2004년 11대 지하철노조위원장을 다 끝냈을 때 4·15 총선이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 지지율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차떼기정당, 부패정당, 딴나라당 등으로 불리며 국민에게 외면당했을 때다. 당시 공천을 맡았던 인사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노동운동을 할 만큼 했고, 그런 뜻을 정치적으로 실현할 때가 됐다, 한나라당도 이제 뉴한나라당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속에 참여해 노동자의 권리도 실현하고 사회개혁도 할 수 있도록 해달라, 한나라당이 가진 한계를 채워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그만 한나라당에서 나를 비례대표로 영입한다고 신문에 내버렸다. 난 그때 노조 상근집행위원(상집)들하고 속초에 있었다. 노동운동 하던 사람이 한나라당에 간다는 게 무슨 의미냐? 상집들과 회의를 했다. 상집들이 '당신이 어디 가든 노동자의 의견을 잘 대변하리라 본다, 오히려 잘 됐다, 한나라당에 가서 제대로 된 정책이 마련되도록 해 달라'고 해서 한나라당에 오게 된 것이다.

당시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보통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을 생각하고 그쪽으로 갔을 것이다. 난 정치권에 기웃거린 적이 없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 제일 먼저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을 한나라당이 언론에 공표해서 정치권에 발딛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지역정당이고 기득권정당이었다면 내가 중산층 이하 노동자들의 의견을 당내에 반영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항상 한나라당 당론과 다른 의견을 많이 낸다. 그런 것이 내가 한나라당에 들어와 정치하는 이유다."

"한나라당이 더 현실적인 노동자의 희망"

- 한나라당 처지에서는 '구색맞추기'라고 볼 수 있는데.
"옛날처럼 계보정치나 보스정치가 통할 때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데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은 계보정치는 아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세력이라면 구색맞추기용으로 나를 데려왔겠나. 국민에게 외면당해 표를 분석해본 결과, 전라도에서 '3% 지지'라는 한계를 갖고 있고,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많이 못받은 것으로 나타나 나를 오라고 한 것이다. 구색맞추기 위해 당규까지 고쳐가며 나를 노동위원장에 앉혔겠나?

당내에서 노동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는 노력이 있다. 옛날에는 몰라서 표가 안된다고 봤다. 하지만 두 번의 집권에 실패한 뒤 그런 문제(노동문제)에 책임있는 의견을 갖고 있지 않으면 또 다시 집권에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더라. 구색맞추기보다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떠안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치권에 기웃거린 사람치고 한나라당에 오려고 안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집권에 가장 가깝게 있는 정당이다. 이것을 우리는 그대로 두고봐야 하느냐? 출세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에 올 필요가 있었겠느냐? 한나라당이 노동정책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노동자가 1500만명이고, 그 가족까지 합친다면 2500만명인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이 정당이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요구하지 않거나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또하나의 방기다. 한나라당의 문은 열려 있다. 요구하고 참여해서 고쳐야지…. 옛날에는 당이 스스로 봉쇄했다. 그러나 정당정치 민주화 속에서 민주노동당에 가는 사람도 있고, 열린우리당에 참여하는 노동자도 막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든지 말든지 노동정책은 빼든지 말든지, 한나라당이 그걸 방기할 정도의 정당이냐? 그런 정도는 아니다. 한나라당에 노동자의 정치참여와 정책실현을 요구하고 이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게 노동자의 권리이자 변화된 조건에서 (노동자가) 져야 할 당연한 책임이다.

물론 노동계 인사 배정에서 한나라당의 노력이 좀 부족하다. 하지만 내가 정치를 잘하고 한나라당에서도 (노동계 인사들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노동계의) 한나라당 참여공간은 더욱 커질 것이다."

- 지금 노동자에게 정당가입을 권유한다면 한나라당?
"한나라당에서 함께 하자고 권유할 것이다."

- 노동자의 희망을 한나라당에서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나?
"한나라당이 더 현실적으로 노동자의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집권을 했던 경험이 있고, 스스로 과거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산업화의 장점과 폐해도 잘 알고 있다. 국민들이 선택했던 현 정부가 남겨놓은 그늘이 사회양극화다. (한나라당은) 양극화 원인과 해결책을 잘 알고 있다. 한나라당만이 그런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대안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한나라당에 참여해서 그런 부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견제하고 촉구하고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를 팔아먹었다고? 변화된 노동자에 대한 모독"

ⓒ 오마이뉴스 남소연
- '한나라당맨'이 다 된 것 같다.
"정당에 몸담았는데 한나라당(맨)이 돼야지. 한나라당이 그런 정당으로 갈 가능성이 없거나 안된다면 싸워야 한다고 본다. 노동계를 대신해 (한나라당에) 와 있기 때문에 출세를 위해 자리 하나 차지하는 데 연연한다면 (노동계에서) 비난해도 (내가) 뭐라고 얘기 못한다. 한나라당이 정치공학을 통한 권력장악만을 목표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 국민이 진정으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기뻐할 수 있도록 내용을 채워야 한다. 단순히 표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열망의 승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거에서 진정한 승리를 이루기 위해서는 변화된 시대의 노동정책을 한나라당에서 수립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 방안도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자의 참여와 지지가 절대적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다. 그게 아니라면 권력장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것이 안된다면 그렇게 되도록 싸워야지."

- 과거 노동운동가들이 보수정당의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를 어떻게 보나?
"그때 그때마다 평가에 좀 차이가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진보진영에 몸담았던 사람이 정치권에 특히 수구정당, 군부독재정당에 가는 것은 구색맞추기거나 정치적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계보가 없어졌다. 진보진영에 몸담은 사람도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내가 여기 왔기 때문에 이런 얘기 하는 게 아니다. 의지만 있다면 바꿔나갈 수 있다. 진보운동 했던 사람은 한나라당에 가서는 안된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배 의원을 대중을 이용해 명망을 얻고 출세하려는 '출세주의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어디에서 해결해야 하나? (결국) 정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진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으로 진입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특히 내가 한나라당으로 갔기 때문에 그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 같다. 내가 만약 민주노동당에 갔으면 출세지향주의자라고 했겠나? 정치권에 와서 반노동적, 반민중적, 반민족적 분위기에 편승해 자리를 보존하려고 했다면 그렇게 보는 게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정치를 하려면 보수정당에 가서 노동문제를 제대로 제기해서 풀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는 현실을 다룬다. 그런데 진보정치세력이 당장 집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집권한다고 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정치권으로 진입하는 것이 출세주의거나 노동자를 팔아서 그 대가로 영예를 누리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노조활동을 했던 사람으로 구색을 맞추면 자기가 살아난다? 내가 여기 올 때 한나라당 내부사정이 나를 그 정도로 사줄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팔아먹었다고 한다면 사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군부독재시절 유신을 위대한 선언이라고 하면서 권력에 협력한 것은 역사적으로 노동자를 팔아먹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파고 살 때가 아니다. 노동자가 패배주의적 사고에 빠져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 꼭 노동자는 남한테 팔려가야 하고 어용짓이나 해야 (높은) 위치에 올라가는 게 아니다. 노동자도 우리 사회를 경영할 능력이 있다. 가난하게 살고 불안한 공용 속에 살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정치를 한다고 해도 잘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당당하게 정치도 하려고 해야 한다. 정치권에 가기만 하면 변절이니 출세주의니 노동자를 팔았다느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변화된 노동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본다. 요즘 노동자는 배울 만큼 배우고 능력으로 봐도 기성정치인에 떨어지지 않는다."

"올 대선을 거치면서 민주노동당도 변화할 것"

- 민주노동당에 노동운동가 출신 의원들(단병호/노회찬/천영세/심상정 등)이 많다. 그들과 배 의원은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당이 다르지(웃음).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어젠다를 가지고 그걸 채워서 우리나라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당장 집권을 해서 국민이 현실적으로 필요로 하는 내용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나는 민주노동당이 열심히 해서 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 민주노동당 노동운동가출신 의원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신자유주의가 갖는 한계가 있다. 그런 부분을 나름대로 극복하기 위해 주어진 공간에서 열심히 한다. 그들은 과거 동지이기도 하다. 그분들이 정치적 욕심을 부릴 사람도 아니다. 다만 시대가 필요한 만큼의 내용을 채웠는지 안채웠는지는 별도로 하고…."

- 그들이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매몰돼 있다고 생각하나?
"시대변화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과거에 완전히 매몰돼 희망이 없는 집단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의미있게 시대변화를 읽고 그것을 진보정당답게 아젠다를 제기하고 나가는 측면이 좀 부족하다. 여전히 대립주의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영원히 그렇게 갈 거냐?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올 대선을 지나면서 더 많은 대중을 확보하기 위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 지금은 보수주의자가 됐다고 생각하나?
"나는 자유민주주의자인 것 같다. 자유를 굉장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루는 게 역사적 과제다. 지나치게 평등에 치중하면 사회주의로 갈 가능성이 많다. 개인적 자유나 정치적 자유는 확보됐기 때문에 앞으로 과제는 사회적 평등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보수정당도 외면할 수 없다. 또 진보정당이라고 잘 푼다고 할 수 없다. 국가사회주의 방식은 안된다고 판명났다. 국유화 등이 아닌 사회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 노동운동 할 때는 내심 사회주의자를 자부하지 않았나?
"노조라는 게 상당히 사회주의적이다. 왜냐하면 자유주의는 개인을, 공동체주의는 집단을 전제로 한다. 노조는 집단을 전제로 한다. 집단의 다른 명제가 '사회'다. 맑시즘은 그런 집단적 힘을 통해 폭력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 아니냐? 이런 부분이 노조의 공동체주의, 집단주의와 유사하다. 하지만 자유주의 기제가 완성된 속에서 노조활동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과거 군부독재시절에는 노동자 권리 실현이 원천 봉쇄됐다. 그래서 그때는 집단의 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것이 사회주의적(인 해결방식)이었다. 하지만 87년을 지나면서 법치주의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들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방식보다 현실 속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효율적이고, 이것은 실현가능하다.

자유와 평등의 문제에서 자유가 어느 정도 갖춰지면 집단주의적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서는 안된다. 어느날 노동자가 자영업자가 될 수 있다. 빵가게가 성공하면 자유는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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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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