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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전남 영암군에서 열리는 F-1에서 담배 광고를 허용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 출처: F1 공식 홈페이지).
2010년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의 F-1 대회인 '포뮬러원국제자동차 경주대회'를 지원하는 특별법이 때 아닌 담배 광고 논란을 빚고 있다.

2006년 12월 7일,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포뮬러원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 16조는 '국민건강증진법' 및 '담배사업법'에 관한 특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포뮬러원 대회 관련 시설 안에서의 담배 광고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담배 광고를 허용하는 기간 및 시설, 광고의 종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증진법시행령' 14조 3호와 '담배사업법시행령' 9조 3호는 '사회·문화·음악·체육 등의 행사'에 광고를 할 수는 있지만 '여성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는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행사 후원 광고를 할 경우에도 직접적인 제품 광고는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일례로 국내 담배 제조업체인 KT&G는 지난 2003년 모터사이클 경주대회인 '코리아 로드레이스 챔피언십'을 후원하며 대회 명칭 앞에 'KT&G컵'이라는 이름만을 덧붙였을 뿐 대회장 어디에서도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10년 영암포뮬러원에 특별법이 적용되면 특정 담배 이미지나 명칭이 경주차, 옥외 광고판을 비롯해 레이서, 레이싱걸 유니폼 등 대회 관련 시설 어느 곳에서도 노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자동차경주와 담배, 30년을 이어온 밀월 관계

▲ 포뮬러원이 담배의 주 공략층인 젊은 남성층의 인기를 끌면서 담배업체들은 상당한 돈을 들여 자동차경주대회를 후원해 왔다(사진 제공: 코리아오토밸리오퍼레이션(KAVO)).
ⓒ KAVO
사실 담배업체와 F-1은 30년이 넘도록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간 유럽 등 각종 국가에서 열리는 F-1 대회를 보면 담배 광고가 대회장을 뒤덮는 일이 흔했다. 많은 나라에서 국민 건강을 이유로 TV, 라디오 등을 통한 담배 광고를 금지시켰기 때문에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는 F-1은 최상의 담배 홍보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방송 중계를 하면 경고문 없이도 담배 제품이 전파를 탈 수 있고 스포츠 대회를 후원함으로써 담배회사가 지닌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자동차 경주를 즐기는 젊은 남성층이 담배의 주 소비층이기 때문에 그간 담배회사들은 F-1에 막대한 규모의 후원을 해 왔다. 세계적인 기업 200여 곳에서 F-1에 연간 100억 달러(한화 9조 4천억) 이상의 돈을 투자하는데 그 중 담배회사가 절반 이상을 부담한다. 다국적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는 연간 2억 달러 이상의 돈을 지동차경주대회에 퍼붓는다.

하지만 이제 담배는 자동차경주대회장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지난 해 1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07년부터 자동차경주대회에 담배 광고를 전면 금지시키기로 했다. 2003년 신문, 라디오, 인터넷, 국제행사 등에 담배광고를 금지시킨 데 이은 후속 정책이다. 세계적인 금연 열풍과 더불어 청소년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자동차경주대회에 담배 광고가 실리면 흡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리고 미국, 영국, 캐나다 역시도 최근 들어 F-1 대회에서 담배 광고를 전면 금지 시켰다. 영국은 2002년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따라 2007년부터 영국 내에서 열리는 자동차경주대회 등 모든 국제 대회에 담배 광고를 할 수 없게 됐다. 담배의 유해성과 청소년들의 흡연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다.

F1 최초 유치하면서 담배 광고까지 유치하나

▲ 2003년부터 상당수 유럽 국가에서는 담배 광고를 할 수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담배 광고의 유해성에 대해 둔감한 편이다.
ⓒ KT&G
때문에 경주장 내 담배 광고를 허용하는 포뮬러원 특별법안이 담배 광고 금지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연 열풍과 더불어 담배로부터의 청소년 보호를 고려치 않는다는 것.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최진숙 사무총장은 "F-1 대회의 규모나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번 특별법안은 사실상 흡연을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담배 광고를 두고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에 배치되는 예외를 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세계적 흐름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 역시 "특별법안이 통과될 경우 청소년의 흡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아울러 담배광고를 규제하고 있는 국내법 및 국제법에 전면 배치된다"며 지난 26일 국회에 문제조항을 삭제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사견을 전제로 "특별법안은 세계적인 추세와 어긋나는 일로 경주장 내 담배 광고가 자칫 청소년들에게 흡연을 부추기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흡연 예방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흡연자들을 낳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특별법안은 2005년 5월 우리나라가 비준했던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과도 상반된다. 협약은 '비준국가는 발효 5년 내에 담배에 관한 광고·판촉·후원 등을 전면 금지'하고 '발효 3년 내에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있는 문구를 담배 이름에서 삭제하는 조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협약이 공식 발효한 지 17개월이 다된 지금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최진숙 사무총장은 "지금까지도 협약 준수가 국제적 기준과 비교했을 때 미진한 상황에서 특별법안까지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국제적 약속인 협약을 비준한 의미가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지역 발전 위해 담배광고 허용?

게다가 특별법안의 '담배광고' 규정은 업무 연관성이 상당한 복지부와 일체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안과 관련해 우리 쪽과 전혀 이야기된 바가 없다. '담배규제기본협약' 이후 각종 정책을 마련했던 만큼 그런 법안이 나와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28일 SBS <8시 뉴스> 보도에 따르면 법안 발의 의원 50명 중 44명은 담배 광고 허용 조항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도가 초안을 작성하고 대다수 의원들을 이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국회에 발의한 것.

한편,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임태희 의원실 관계자는 "대회에 나오는 일부 팀들이 스폰서 등의 문제로 담배 광고를 달고 나오는 것이 불가피해 전남도가 특별법안 제정을 강력히 요청했다"며 "지방자치단체를 돕고 레저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측면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법률안 상태이기 때문에, 상임위원회와 법안심사소위에 충분히 다루어 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태그:#담배광고, #F1, #포뮬러원,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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