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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두 번 보고도 질리지 않은 드라마는 <눈의 여왕>이 처음이야!" 인터넷으로 <눈의 여왕>을 보고 난 아내의 감탄사다.
"이 사람은 현빈이만 나오면 맛이 가는구먼!"
"현빈이의 눈빛 연기를 봐. 눈 하나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잖아!"
"원래 잘생긴 사람은 눈으로 말한다더라."
"질투하는 거야! 지금. 그 뿐이 아니야."
"또 뭐가 있는데."
"영상미가 예술이야. 수채화와 스크린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림처럼 아름답잖아."
"그래! 자연스러운 영상미가 좋긴 하다. 그리고 력셔리한 성유리가 넘 이쁜 것 아녀?"
"당신은 김혜수가 좋다며? 갑자기 웬 성유리?"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까 귀여운 성유리가 좋은 가봐."

우리 가족은 지금 '눈왕족'(눈의 여왕 폐인)이 되어가고 있다. 아내와 딸내미의 현빈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나도 아들도 카메라 앞에 쪼그려 앉혔다. 급기야는 결혼할 때 구입한 텔레비전이 갑자기 논쟁의 핵심이 되었다. 16년이 지난 텔레비전은 아직은 그런대로 잘 나온다. 별 탈 없이 16년을 견디어준 텔레비전이 원망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집은 텔레비전을 바꿔야 해. 우리 TV는 완전히 꼴았어."
"무슨 말이야. 아직은 잘 나오잖아. 지금까지 말썽을 부리지 않은 TV에게 투정을 해."
"요즈음도 25인치짜리 TV를 보는 사람이 어디 있어?"
"25인치짜리도 잘만 보이더만. 골프공도 제대로 보이고 야구공도 제대로 보이잖아?"
"그래도 테이프로 여기저기 때운 TV를 보면 괜히 마음이 심란해. 이번 기회에 바꾸면 안 될까?"
"혹시? 현빈이가 나오는 <눈의 여왕> 때문에 그런 것 아니야?"
"그런 면도 있고, ……."

드라마가 과소비를 야기한다는 말은 들어왔지만 우리 집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결국 42인치냐 50인치냐를 저울질하다 나중에 이사갈 아파트를 고려한다는 구실로 50인치 텔레비전을 들여놓기로 한 미친 짓(?)를 저질렀다. 벌써 50인치로 <눈의 여왕>을 보는 상상으로 우리가족은 즐거운 엔돌핀이 집안에 가득하다.

▲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채화같은 한 장면
ⓒ 노태영
드라마 <눈의 여왕>에서는 안데르센 동화의 상상력과 한국적 드라마의 감수성이 절묘하게 만나고 있다. 동화 <눈의 여왕>의 가르다와 케이의 이미지를 드라마의 주인공의 이미지와 연결시키는 새로운 기법이 이야기 구조를 다변화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이는 화면과 탄탄하면서도 대사의 생략이 많은 이야기 구성이 시청자들에게 공감각적인 느낌을 준다.

여기에 눈빛 연기로 유명한 현빈이의 감정표현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현빈의 강렬하면서도 촉촉하게 젖어 있는 눈빛연기와 더불어 중견배우의 중후한 감정연기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그리고 터프하면서도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한태웅(현빈 분)과 력셔리하면서 세련된 김보라(성유리 분)의 대조미가 화면을 압도한다.

특히, 이형민 PD의 빠른 이야기 전개와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가 출연자들의 적절하게 표현된 이미지 연기와 결합되어 감성의 상승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상두야 학교가자>에서 보여준 이형민 PD의 독특한 맛을 <눈의 여왕>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태웅의 엄마(고두심 분)와 김보라의 아빠(천호진 분)의 중후하면서도 절제된 연기가 드라마의 흐름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단지 국민드라마로 자리를 잡고 있는 <주몽>이 시청률의 유일한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눈왕족' 폐인을 만들어 낼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눈의 여왕>은 대조의 구조가 많이 나타난다. 순수한 한태웅과 세련된 김보라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서로의 부족한 이미지의 보상효과를 만들어내 완벽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로 정반합(正反合)의 이미지 창출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70년대의 사회의 강하면서도 원시적인 이미지였던 권투가 이야기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부유한 현대식 공간인 보라네집은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승리체육관은 70년대의 향수를 자아내면서도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에 세련되고 귀족적인 취향의 보라네집은 미래감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복잡한 삶의 역정을 짐작하게 해준다.

순수하면서도 약간은 터프한 모습의 한태웅이 보여주는 눈빛연기와 수다스러우면서도 통통 튀는 대사를 거침없이 해대는 김보라의 세련된 아름다움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감정의 사이클을 만들어 내면서 더 깊은 내면의 감정을 자아낸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뻔하지 않게 여기도록 만드는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천재성과 권투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강인한 의지와 체력을 바탕으로 한 운동경기와 과학적 지식과 수학적 원리를 가진 천재성이 교묘하게 상호작용하면서 한태웅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시청자들은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범인과 우리의 삶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천재사이를 넘나드는 한태웅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눈의 여왕>의 백미는 영상미라고 할 수 있다. 절묘한 화면의 배치와 다양한 색채의 조화가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접사카메라를 사용한 수채화 같은 배경과 선명한 인물이미지 처리는 압권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팀이 촬영했다고 화제가 되었던 눈의 왕국 '라플란드'를 상상하도록 만드는 장면들은 우리 드라마의 영상미를 한 단계 올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눈의 여왕>은 70년대의 감수성과 오늘날의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된 미래'처럼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여전히 미래의 상상 속에 남아있는 동화적 환타지를 표현하고 있다. <눈의 여왕>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상상력은 우리 가족의 엔돌핀을 만들어 주는 '행복발전소'가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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