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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6일 안양9동 보영운수 차고지에서 주민들과 보영운수 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이진현
▲ 9월 26일 안양9동 보영운수 차고지에서의 집회 당시 119구급대원이 한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 이진현
경기도 안양시 안양9동 아파트 앞 가스충전소 설치 반대 집회에 나섰다가 뇌사상태에 빠졌던 한 주민이 끝내 사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수습대책위원회는 1일 오전 8시 20분께 주민 백 아무개(59)씨가 안양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주민들 "깡패들이 우리를 짓밟았다"

숨진 백씨는 지난 9월 26일 오전 10시께 보영운수 측이 안양시 안양9동의 아파트 단지 옆 차고지에 가스충전소 설치를 강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 20여명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백씨는 보영운수 단체복을 입은 20여명의 사람들과 몸싸움 도중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 10월 1일 숨진 백 아무개씨의 영정 사진.
ⓒ 선대식
당시 병원에서는 백씨가 뇌출혈의 일종인 '지주막하출혈'로 생명이 위태롭다고 밝혔고, 이후 백씨는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날 백씨 외에도 주민 8명이 등, 팔, 다리 등에 타박상을 입고 치료를 받거나 병원에 입원했다.

최성규 사고수습대책위원회 임시위원장은 "보영운수 단체복을 입은 사람들이 (백씨를 포함한) 주민들을 넘어뜨리고 발길질을 했다"며 보영운수 측의 책임을 강조했다.

숨진 백씨와 함께 26일 집회에 참가했던 마을 주민 조복임(50)씨는 "회사 직원들이 (백씨의) 머리를 확 잡아당기고 팔을 비틀고 넘어뜨렸다"며 “직원들이 (백씨의) 머리를 발로 차면서 ‘쇼’ 부리지 말고 일어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마을 주민은 “회사 직원들이 백씨를 넘어트리고 발로 백씨의 머리를 눌렀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날 마을 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인 사람들이 용역회사 직원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미숙(78)씨는 "공사 현장 진입을 막은 사람들이 덩치가 크고 젊었다"며 "그들은 용역회사 직원"이라고 주장했다. 최인숙(50)씨는 "깡패 같은 사람들이 우리를 짓밟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보영운수 측은 "자세한 내용을 경찰에 물어 보라"며 대답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문제는 가스충전소 설치

백씨의 죽음은 가스충전소 설치반대 시위가 발단이 됐다. 안양시 안양9동 보영운수 차고지의 가스충전소 설치는 지난 3월 허가가 났다.

보영운수 차고지 주변은 주택 밀집지역이다. 차고지 정문에서 8m거리에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고, 차고지 뒤편에는 15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허가를 내준 안양시는 지난 4월, 낮 시간을 이용해 20여명도 안 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 개최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게 대다수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 강길은(38)씨는 "3월에 허가가 난 가스충전소 설치 사실을 7월에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7월 28일 보영운수 가스충전소 설치반대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대책위는 8월 3일 주민 532명의 이름으로 "주택 밀집 지역에 폭발 위험이 큰 고압가스 충전소가 말이 되느냐"며 안양시에 공사중단 촉구 진정서를 제출했다.

▲ 안양9동 보영운수 차고지 전경. 차고지 주변에는 15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 선대식
하지만 안양시와 보영운수는 공사강행 의지를 밝혔고, 이후 공사를 강행했다.

안양시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천연버스로 교체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가스충전소 설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필운 안양 부시장은 29일 주민들과의 면담자리에서 "가스충전소 설치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영운수 측 역시 "충전소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

9월 이후 주민들은 차고지 앞에서 가스충전소 설치 반대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택밀집 지역에 가스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은 주민들 다 죽이는 것"이라며 1일에도 집회를 열었다.

주민 80여명은 1일 집회에서 "백씨를 살려내라"고 외쳤다. 지난 번 집회 때보다 많은 주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강길은씨는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숨진 백씨의 분향소를 한림대학교 병원과 사고 현장 등 2곳에 설치했다. 주민들은 사고수습위원회를 중심으로 숨진 백씨의 장례 절차, 피해자 보상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성규 임시위원장은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10월 1일 주민들이 안양9동 보영운수 차고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선대식

덧붙이는 글 | 선대식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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