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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중도우파연합의 승리를 크게 보도하고 있는 BBC 인터넷판.
94년부터 현재까지 12년간 집권했던 스웨덴의 여당인 중도좌파연합이 재집권에 실패했다. 17일 일요일,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우파연합은 박빙의 승부 끝에 중도좌파연합을 가까스로 물리치고 차기 집권에 성공했다.

스웨덴의 기존 좌파중심적 복지정책은 정권 교체로 인해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복지정책을 자랑했던 스웨덴이 과연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란 문제는 이제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에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9% 지지율 차이로 바뀌는 스웨덴 정권

ⓒ 오마이뉴스 고정미
이번 17일 스웨덴에서 거행된 총선의 최종결과는 178 대 171. 온건당, 자유당, 기민당, 중도당으로 구성된 중도우파연합은 48.1%의 지지를 받았으며, 사민당, 좌파당, 녹색당으로 구성된 중도좌파연합은 46.2%의 지지를 받았다. 기타 정당들은 5.7%의 지지를 받았다.

전체 349석 중 불과 7석, 지지율 1.9% 차이로 명암이 갈리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어떻든 간에 온건당 대표인 프레데릭 라인펠트가 이끄는 중도우파연합은 정권획득에 성공했으며, 중도좌파연합 및 사민당 대표로 96년부터 계속 스웨덴의 수상직을 수행해온 고란 페르손(57)은 관저에서 이제 짐을 싸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페르손은 총선 결과에 책임을 통감하고 이미 대표직을 사임해 놓은 상태다.

공개된 바에 따르면, 스웨덴 의회는 10월 2일에 개회될 예정이며, 새 정부는 10월 6일에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중도우파연합 정권의 새 수상은 온건당 라인펠트의 몫이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는 지난 70년 동안 단 9년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집권했던 사민당을 이기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중도우파연합의 승리는 단순히 실업과 세금문제 부각?

2006년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우파연합의 승리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정책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국민들이 이제는 좌파적인 복지 대신 우파적인 성장과 효율을 훨씬 더 선호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간단히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에서 중도우파연합은 실업문제 및 국가경쟁력 문제를 부각시켰다.

중도우파연합은 4.8-6%대라는 스웨덴의 실업률이 숨겨진 부분까지 감안하면 10%가 훨씬 넘으며 18%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더욱 노력할 것임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집권 중도좌파연합은 스웨덴의 실업률은 OECD 국가 중에서는 그래도 낮은 편이라 반박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중도우파연합이 이처럼 중도좌파연합에 버금가는 지지율을 얻게된 이유는 단순하게 이런 문제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유의 중심에는 중도우파연합을 이끈 온건당의 젊은 대표 라인펠트(41)가 있다. 그는 당의 전통적 우파 정책 상당 부분을 수정하고 중도적인 면을 더욱 강화해서 스웨덴 국민들로부터 폭 넓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라인펠트는 고소득자를 포함한 전체 국민에 대한 세금 경감 대신, 저소득자 및 중간소득자에 대한 세금 경감에 더 집중할 것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그는 그간 우파측에서 단골 메뉴로 써 먹었던 복지정책에 대한 순도 높은 비판 대신 현 복지정책에 대한 '재정비 및 개혁'을 강조했으며, 우파적인 민족자존 대신 EU내 스웨덴 역할 확대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따라서, '외면당한 스웨덴식 복지모델' 식의 한국 보수언론의 보도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우파연합의 슬로건은 "더 많은 일자리, 더 많은 몫"이었으며, 온건당 라인펠트 당수의 캐치프레이즈는 '새로운 온건(New Moderates)'이었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새로움과 변화의 힘'으로 승리

▲ 지난 17일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우파연합이 승리한 것을 두고 <조선>은 19일자 기사를 통해 복지 만능주의가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총선 유세 기간에는 나라 전체를 들썩일만한 스캔들도 있었다. 선거 2주를 남기고 좌파 사민당과 우파 자유당 사이에서 발생한 컴퓨터 해킹 스캔들이 바로 그것.

지난 9월 4일, 집권 사민당은 당 내부를 연결하는 컴퓨터 네트워크 연결망들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음을 발견하고, 조사 끝에 내부 선거 관련 자료들이 우파인 자유당 사람들에 의해 해킹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5일에는 이와 관련 자유당의 핵심 간부가 사임했다.

그러나 이 스캔들도 라인펠트와 중도우파연합의 질주를 막아내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새로움과 변화'에 지지를 보내는 스웨덴인들은 계속 많아졌다. 스웨덴인들은 젊은 피에 의한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승리 소감 연설에서, 라인펠트는 "우리는 '새로운 온건'으로 선거 운동을 했고, '새로운 온건'으로 우리의 동지들과 함께 승리를 일구어 냈으며, '새로운 온건'으로 스웨덴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 저는 모든 스웨덴인들의 대표자로서 정무에 임할 것입니다, 장차 우리는 새로운 스웨덴을 눈뜨게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새로운 온건'과 '변화의 힘'이란 이미지가 스웨덴 중도우파연합의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반면 사민당 페르손 수상을 중심으로 뭉친 중도좌파연합의 패배는 노쇠한 정권이란 이미지를 벗어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대체적으로 많다. 하지만 현재 사민당은 근소한 차이로 진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우리는 완전히 진게 아니다. 2010년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41세 당수 라인펠트, '복지국가' 스웨덴 어떻게 개혁할까

<더 타임즈>, BBC등 영국의 유력 언론들은 금번 라인펠트의 승리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 라인펠트의 승리 모습에서 1997년 노동당 블레어의 승리 모습이 오버랩되며, 또한 중도우파인 라인펠트에게서 보수당 캐머론의 최근 면모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복지사회를 함께 주장하는 2006년 라인펠트의 '새로운 온건당'은 1997년 당시 블레어의 '신노동당(New Labour)'과 많이 닮았다. 또한 전통적 우파 정책들 대신 중도를 강하게 부각시키는 라인펠트의 모습에서 세계화를 좋게만 봐서는 안된다고 역설하는 보수당 데이빗 캐머론의 최근 모습이 함께 보인다.

'새로운 온건'을 강변하는 라인펠트판 중도우파적 정책의 세부 청사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가 현재 비대화되고 무직계급(Working-free Class)을 양산하는 스웨덴 복지정책의 군살을 빼고 국민들로 하여금 일에 더욱 열중하게 하는 사회분위기 진작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라인펠트는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향후 유럽 정치계에 좌-우파의 정책과 이념으로 동시에 중무장한 중도우파의 회오리가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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