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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시장 한 오토바이에 묶여 있던 말라뮤트 강아지
ⓒ 신혜란
성남에 사는 신혜란씨. 지난 6월 29일 집 근처 철물점에 묶여 있는 말라뮤트 강아지 한 마리를 봤습니다. 신씨는 개인적으로 동네에서 개를 키우지 않았으면 하는 집들이 있답니다. 키워서 잡아먹을 거라는 사람들. 새끼 낳게 해서 모란시장에 팔 거라는 사람들. 개들을 방치하는 사람들.

그런데 철물점도 그런 집 중 하나랍니다. 다가가 어디서 데려온 개냐고 물었더니 주인은 모란시장에서 15만원이나 주고 사 왔는데 아프기만 하다며 속았다고 하더랍니다. 그리고 다시 시장에 데려가 팔 거라고 했답니다.

신씨는 퇴근길에 철물점에 다시 들렀는데 강아지는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주인에게 물었더니 다시 모란시장에 팔았다는 것입니다. 신씨는 차를 몰고 강아지가 팔린 곳으로 갔습니다. 집도 없이 오토바이에 묶여 있는 강아지. 주인은 건강원도 하고 판매업도 하는 사람이랍니다.

강아지를 사겠다는 신씨에게 '죽여서 데려갈 거냐'고 물었답니다. 죽여서 데려갈 거면 근수로 따져 5만원에 가져가라고…. 신씨는 키우려고 하니 그냥 팔라고 했습니다. 8만원에 신씨의 품에 안긴 강아지. 이름은 둥이가 되었습니다.

▲ 병원에 입원한 둥이의 모습
ⓒ 신혜란

▲ 폐렴에 걸린 둥이의 엑스레이 사진.
ⓒ 신혜란
30일 둥이는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뼈만 앙상한 둥이는 극심한 빈혈에 영양실조, 그리고 폐렴에 걸려 있었습니다. 계속 토하기만 하고 먹지 못하는 둥이. 둥이는 사람을 보고 꼬리를 치거나 손을 핥지도 않더랍니다.

둥이가 3개월간 살았던 그곳은 개들에게 평화로운 곳이 아닙니다. 개들의 비명소리, 피비린내. 옆에 있던 개들은 사람 손에 끌려 어디론가 사라졌겠지요. 강아지를 상자에 넣어 파는 곳과 개 도살장이 함께 공존하는 그 곳. 둥이의 고향입니다.

아픈 개 때문에 발 동동 구르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수의사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7월 8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병원에 갔던 신씨는 토하고 눈이 빨갛게 되어 있는 둥이를 치료해달라고 부탁했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나를 못 믿느냐? 기분 나빠서 더 이상 치료 못하겠다'는 답변.

신씨는 퇴근 후 다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기분 나쁘면 나에게 항의해라. 하지만 강아지는 치료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항의하자 수의사들은 신씨에게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너무 자주 병원에 들른다. 고마운 줄을 모르고 항의나 한다. 짜증난다.'

▲ 하늘나라로 가기 하루전 둥이의 모습.
ⓒ 신혜란
오줌이 흥건한 그대로 누워 있는 둥이의 패드를 신씨가 갈아주자 수의사는 또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패드를 왜 함부로 갈아주느냐? 다 병원 물건이다. 이곳은 영업장이다.' 수의사들에게도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어야겠습니다. 수의사도 직업이고 밥벌이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생명을 다루는 직업에 윤리의식은 어디로 간 것인지.

7월 9일 신씨는 동물병원에서 둥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둥이는 차 안에서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더랍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 집으로 간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하지만 도착한 곳은 다른 동물병원. 실망한 듯 풀죽어 있는 둥이의 모습에 가슴이 아픕니다.

다른 동물병원에서 둥이는 다시 검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홍역 양성 반응. 일주일을 견디면 생존율은 50%. 그리고 일주일에 생존율은 10%씩 올라갑니다. 8주의 시간을 견뎌줘야 둥이는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둥이는 7월 11일 밤 9시 10분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생명이 태어나면 언젠가 죽게 마련이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 둥이는 슬픈 기억만 남기고 그렇게 갔습니다.

▲ 둥이는 결국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 신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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