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가 발표된 지난 5월 4일 오후 경기도 분당에 있는 주택공사 견본주택을 보러온 당첨자들이 당첨확인 절차를 거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열린우리당의 해석능력, 왜 이렇게 떨어질까?

보도에 따르면, 여당은 선거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정책'을 지목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당이 그 해석을 전혀 엉뚱하게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여당은 그동안 내놓은 수많은 부동산 정책이 미흡하고 불철저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국민들에게 부과했기 때문에 선거에 대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헌정사상 유래 없는 여당의 패배'라는 충격 때문일까? 어찌 같은 현상을 두고 대다수의 국민들과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런 인식 하에 열린우리당은 지금까지 추진한 부동산 정책, 특히 세금의 수준을 인하할 뜻을 내비쳤다. 말이 좋아 국민의 세금 부담이지, 정확히 표현하자면 '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토지불로소득이 더 많이 발생하게 해서 소강상태로 접어든 부동산 투기에 다시 불을 지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식의 인식과 대응이라면 아무리 비대위를 구성해도 소용이 없을 듯하다. 국민의 생각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데, 어찌 국민의 지지를 받고 회생할 수 있단 말인가.

부동산 투기에 불 지피면서 비대위는 구성해서 뭐하나

우리 사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인정하듯이,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은 온 국민의 염원인 투기는 막고 경제는 활성화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그토록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면서 만들었던 '8ㆍ31 부동산대책'을 살펴보자. 물론 이 정책이 그 이전 정책, 그리고 이전 정권의 정책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고 많은 문제점 또한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 대책의 가장 실망스런 부분은 '토지보유세 1% 이상 달성'의 포기이다. 이것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주장했고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토지보유세 목표치를 그 절반 수준인 0.61%로 잡아버렸다.

이 외에도 이 정책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많이 있는데, 이런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선거 패배의 진정한 원인은 그동안의 정책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에 많이 미흡하고 불철저하기 때문인 것이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토지보유세 1% 이상'이라는 목표치와 일정표를 제시하고, 양도소득세와 개발이익환수제를 보완·강화하여 입법화했다면 이번 선거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선거결과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있는 부동산 문제가 점차적으로 해결되는데,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뿐 아니라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단지 '부동산'에만 머물지 않고,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는 세금을 그만큼 감면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면.

그랬다면,국민의 염원인 투기는 막으면서 경제는 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고, 이것은 다시 다른 부문의 개혁에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러한 정답과 개혁의 로드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

'토지보유세 1%' 제시했다면 이번 선거는 어땠을까

▲ 김원기 국회의장이 3·30 부동산 후속 대책 법안 등 4개 민생법안에 대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지난 5월 1일 저녁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기 위해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보좌관 등이 회의장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밤늦게 도착한 김근태 최고위원이 본회의장 로비에서 돗자리위에 앉아 의원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부동산대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고 그 태도가 부동산정책의 입법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한 그것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3년 '10ㆍ29 대책'의 국면이었다.

'10ㆍ29 대책'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평가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입법화 과정에서 크게 반발했고 결과적으로 원안보다 대폭 후퇴된 법률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2005년초 부동산 투기의 도화선이 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0ㆍ29 대책'에서 여당의 이런 태도는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에게 일종의 '학습효과'로 작용해 그 후에 내놓은 수많은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켜왔던 것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의지만 있다면 부동산 관련 개혁 법안을 입법화할 수 있는 확실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시기였고, 그렇기 때문에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 전에 여당은 국회의원 수가 모자라 개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조건이 충족되었는데 오히려 개혁을 후퇴시켰던 것이다.

그러다가 여당은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면에서 미흡하고 불철저한 '8ㆍ31 부동산대책'을 마련했다. 만족하지 않지만 "이것만이라도 입법화시켜야 한다"는 대다수의 국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지원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열린우리당의 부동산 정책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떠밀려 마지못해 추진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이 말하는 '개혁'과 '민생'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단언컨대, 부동산 대책에 관해서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항상 모호하고 의지가 결여된 모습으로 일관하였다. 민생과 국민경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안을 말이다. 그러고도 열린우리당은 민생을 걱정하는 개혁정당임을 자임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선거대패의 원인이 자명하지 않은가.

모호하고 의지 없던 부동산 대책이 선거대패의 원인이다

보도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종부세 인하, 거래세ㆍ양도세 인하, 그리고 공급대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스스로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정책을 스스로 후퇴시키겠다고 한 것이니 이 얼마나 웃지 못할 광경인가.

다른 것과는 달리 부동산시장은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이런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약간 소강 상태로 접어든 투기 심리를 부추길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렇게 되면 열린우리당이 그토록 염려한다고 했던 '민생', 즉 국민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양극화는 심화될까, 아니면 진정될까. 더 나아가서 열린우리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대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국민들의 삶은 지금보다 더 나빠지고, 양극화 혹은 빈부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며, 열린우리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부디 여당은 선거패배의 원인을 진지하게 숙고하기 바란다. 그리고 현재 여당의 '역사적 소임'이 무엇인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의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 토지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인 토지배당제를 위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아파트 민주주의》(2020),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201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