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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성관
지난해 광주지방법원은 유흥업소의 성매매 사건과 관련, 해당 업주들에게 이례적인 판결을 내려 주목받았다.

그동안 성매매 알선 혐의가 짙은 업주 등에 대한 사법부 판결은 집행유예형이나 소액 벌금형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광주지방법원 가정지원 선재성 전 원장은 지난해 광양 성매매 사건과 광주시 송정동 유흥업소 화재 사건에 대해 징역형과 고액의 벌금형을 선고해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보호와 성매매방지법의 실효성 있는 법적용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평가에 따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7일 제22회 한국여성대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선재성 전 원장을 김미화씨 등 3명과 함께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그동안 국가가 성매매를 불법행위로 규정했으나 사법기관의 처벌이 미약해 성매매 여성이 법의 보호를 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실효성있는 판결로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성매매 유흥업소 업주에 이례적 중형... "직무상 했던 일인데"

이에 대해 선재성 전 지원장은 28일 "직무상 했던 일인데 좋은 평가를 해줘서 감사하다"며 "법원의 판결에 관심을 갖고 (성매매 사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선재성 전 지원장은 성매매 사건에 대한 '중형 선고' 배경에 대해 "(종업원을) 폭행을 행사하고 선불금으로 얽매이게 하고 장금장치를 설치해 감시하는 등 업주의 착취구조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면서 "재판과정에서 피의자들이 '이번만 잘 넘어가면 별 문제 없겠지'라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경각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고액의 벌금형도 선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성희롱·성추행 등 성 범죄 사건에 대한 법원의 남성주의적 시각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판사들이 성매매 사건 등에 대해서 구조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 남성주의적 관념이 무의식적으로 드는 측면이 있다, 판사들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 전 지원장 자신도 성매매 사건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03년 광주지법 형사10단독 판사와 지법 가정지원장을 겸임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선 전 지원장은 "지법에서 성매매·가정폭력·청소년 관련 사건을 가정지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서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단독 판사로 성매매 사건에 대한 구조를 잘 모를 경우, 업주가 '안했다'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한 것이다'고 항변하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판사들이 성매매 구조 잘 모른다, 나도 이해못한 적 있었지만"

ⓒ 오마이뉴스 강성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그를 성평등 디딤돌로 선정한 이유는 또 있다.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선 혐의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치료 법정'을 도입한 것이다.

지난해 6월 광주지법 가정지원은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에 의뢰해 성매매 방지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선고 전에 교육을 실시해 그 성과에 따라 판결을 다르게 내리는 제도를 운용했다.

이에 대해 선 전 지원장은 "단순히 형사처벌을 위한 판결보다는 치료교육을 병행해 당사자들의 개선 정도 등에 따라 적정한 판결을 내리는 일종의 시험관찰 과정으로 도입했다"며 "일부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평했다. 지난해 가정지원은 두 차례에 걸쳐 16명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했다.

선 전 지원장은 지난해 성매매 업주에게 집행유예와 보호관찰 처분을 내리면서 '특별준수 사항'을 주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별준수 사항'은 "성매매 알선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지 말라"는 것으로 "주문사항을 어기면 집행유예가 취소된다"고 말했다.

선 전 지원장은 지난해까지 광주지법 형사10단독 판사와 가정지원장을 겸임하다 올 2월부터는 광주지법 행정부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업주의 선불금 독촉 등에 못이겨 종업원이 자살한 사건과 관련 해당 업주에게 1심에서 2년 실형을 선고했다. 또 광주 송정리 성매매 집결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의 종업원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업주에게 징역4년 벌금 3천만원을, 실질적인 업주에게는 징역2년 벌금 5천만원을 각각 선고한 바 있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오는 5일 오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제22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하고 여성운동상과 성평등 디딤돌과 걸림돌 수상식을 열 계획이다.

'여성운동상'에 학교급식 조례제정 운동 이끈 배옥병씨
디딤돌에 김미화·정영임씨... 걸림돌에 서울고법·주성영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은 27일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배옥병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를 '제18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배 대표가 2002년부터 학교급식 개선운동을 토대로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를 결성해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출범시켜 전국적으로 학교급식 조례 제정을 이끌었다는 점 등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또 여연은 "배 대표는 학교와 지역사회를 참여와 나눔의 공동체로 변모시켰으며 진정한 풀뿌리 주민운동의 모델을 제시했다"며 "여성노동자의 권익운동에도 헌신한 여성운동가"라고 평했다.

이와 함께 여연은 성평등에 기여한 '성평등 디딤돌'과 성평등에 어긋난 ‘성평등 걸림돌’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성평등 디딤돌'에는 ▲평등가족 홍보대사 김미화·권해효씨 ▲40세 조기직급정년의 간접차별 판례를 이끌어 낸 정영임씨 ▲광주지방법원 선재성 전 가정지원장을 선정했다.

김미화씨와 권해효씨는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방송인으로 민감한 사항인 호주제 폐지를 위해 길거리 캠페인, 집회, 기자회견 등에 적극 참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영임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과 승진시 차별을 받다, 5직급으로 승진했으나 40세 직급정년으로 퇴직을 맞아 4년여 동안 소송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이 규정한 '결과적 차별(간접차별)' 판례를 처음으로 이끌어냈다.

'성평등 걸림돌'로는 ▲이마트 용인수지 지점 ▲서울고등법원 특별11부 ▲주성영 의원 등을 선정했다.

이마트 용인수지지점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노조에서 탈퇴시키기 위해 감금 상태에서 탈퇴서 작성을 강요하고 탈의실과 화장실까지 미행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 선정됐다.

서울고등법원 특별11부는 여교사에게 술 따르기 강요가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결해, 성희롱 여부 판단을 피해자 관점이 아닌 가해자 즉 남성의 시각에서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군가산점제를 부활시키는 '제대군인지원에관한 법률'을 지난해 제출했다. 여연은 이에 대해 "여성 및 장애인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또다시 침해하는 시도"라며 "또 주 의원은 피감기관의 검사들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제공받고 폭력적인 언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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