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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하다. 세 명의 청년이 1년 여 동안 '생태여행'(에코투어)을 위해 전 세계를 돌겠다는 계획은 무모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여행의 취지에 맞게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태양열판을 달고 시속 90km 최대 속력으로 하는 장난감 같은 차 에코토이를 이동수단으로 삼겠다고 하니 이들의 계획은 무모함을 넘어 기가 막힐 지경이다.

▲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 효형출판
그럼에도 이들은 떠난다. 안락한 생활을 뒤로 하고 굉음을 내는 에코토이를 몰고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아프리카. 아프리카에서 이들은 무엇을 하는가. 사막을 횡단한다. 또한 아프리카의 자연을 감상한다. 감상만 할 뿐인가? 이들의 생태여행은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운동에 종사하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일종의 공부이며 지혜를 나누려는 시도로 아프리카에서도 그것을 한다.

아프리카에도 환경운동이 존재하는가? 검은대륙이라고 불리는 그곳에서도? 물론이다. 경제성장을 당면과제로 삼는 이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세 청년은 검은 대륙에도 희망이 있음을 발견하는데 특히 모로코의 풍력발전소가 대표적이다. 풍력발전소는 바람으로 전기를 만든다. 모로코의 경우 국가 전력 공사가 그 전기를 사서 각 지역에 분배하고 있는데 풍력 발전소 84대가 40만 명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풍력발전소가 전기를 공급한다는 것, 이것은 직접적으로 그 효과를 느끼기가 어려울 텐데 말을 바꿔보면 쉽게 이해된다. 풍력발전소가 만드는 이 에너지를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방법으로 생산한다면 매년 23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 된다. 무슨 뜻인가. 이 정도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나무를 1200만 그루 이상을 심어야 한다는 말이다!

라바트의 태양광 전지는 어떤가.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것으로 아직까지는 생산량이 미비하지만 앞으로 모로코의 에너지를 책임질 기대주로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자원 고갈에 대처하는 해결책이자 경제적인 청정에너지로서 평가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그럴 듯한 핑계로, 당장의 경제논리로 자연을 평가해 결국에는 지구를 파괴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아프리카 다음으로 찾은 곳은 남아메리카. 세계의 허파라고 불리는 열대우림이 있는 그곳에 도착한 이들은 경악한다. 축구장만한 숲이 1초마다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논리인가. 경제발전 논리인데 이 대목에서 세 청년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굳이 세 청년이 아니더라도 환경과 경제발전이 충돌할 때 환경을 옹호하는 이들 모두가 겪는 문제이다. '당장 먹고 살아야, 환경을 보호해야 할 것이 아니겠느냐'하는 뼈아픈 말 때문이다.

수긍이 간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데 어찌 환경보호를 운운하겠는가.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경제성장을 할 때 그 대가는 진정 '모두'에게 가는가? 아니다. 더군다나 먹을 것과 입을 것이라는 당면과제의 끝은 어디인가. 그런 말은 끝이 없다. 이제껏 인류가 보여줬듯이 인류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지구를 파괴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 뻔하다. 게다가 남아메리카 민중이 요구하는 먹을 것이나 입을 것에 대한 해결은 지금처럼 무모하게 환경파괴를 하지 않더라도 사회 구조만 제대로 정리해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한 일이다.

세 청년도 그것을 안다. 때문에 '우리도 잘 살아보자'며 숲을 파괴하는 이들 앞에서 이들은 경악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은 분노만 하지 않는다. 남아메리카에서도 희망을 발견한다. 숲을 보호하는 사람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실현가능한 그들의 노력을 본 것이다.

그 노력의 일환인 코스타리카의 관광업을 보자. 코스타리카는 30%를 보호 구역으로 삼아 생태 여행을 권장하는데 지금은 관광객의 70%가 보호 구역을 방문할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굳이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돈을 버는 방법을 쫓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서구식 발전 모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류의 보물 '자연'을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경제 발전'운운하며 숲을 파괴하는 이들은 이것을 보고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을 테다. 지구멸망을 유도하는 경제 발전을 주장하는 그들이 어찌 비판할 수 있겠는가.

희망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미국에서도 있고 아시아, 러시아에서도 있다. 그렇다. 세 청년은 지구가 병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그것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세계를 하나로 묶는, 지구를 살리자는 열의를 지닌 뜨거운 가슴들이 만든 희망의 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 청년은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그것은 희망의 끈을 붙잡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곳곳에서 성장에 집착하는 정부와 다국적 기업에 힘겹게 맞서 싸우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평소 생활에서부터 아끼고 다시 쓰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기실 이들이 인터뷰한 것만큼이나, 그리고 이들이 돌아다닌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것일 테다.

'한 사람의 무모한 열정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들은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무모한 열정으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냈다. <에코투어, 지구를 인터뷰하다>는 그 가능성을 전해준다. 이들이 세계를 돌아보며 찾아낸 그것들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일상 속의 에코투어'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타난 소중한 가능성은 진정으로 빛을 볼 수 있을까? 금방 꺼져버리는 불씨처럼 금방 빛을 잃을 수 있다. 반면에 활활 불타오르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나 하나쯤이야!'에서 '나부터!'로 여행한 이들이 있다면 가능하다. 세계적인 환경운동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개인이 할 수 있는 환경운동까지 그린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귀 담아 들을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 태양, 물, 바람과 함께하는 좌충우돌 생태 여행

리오넬 오귀스트.올리비에 프뤼쇼.토마 가이 지음, 고정아 옮김, 효형출판(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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