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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6일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는 황우석 교수. 결국 황 교수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교수직을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그 이후에도 황 교수의 거짓말은 속속 밝혀지고 있다.
ⓒ 연합뉴스 최재구
"연구원 난자 제공은 전혀 몰랐다. 연구에 직접 참여중이었던 여성 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결혼도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말렸다. (연구원의 난자 기증에) 절대 동의하지 않고, 지금도 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성 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10일 서울대 조사위원회 최종발표에서 이는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황 교수의 연구 의혹과 관련한 최종 보고서에서 "2003년 3월 황 교수 차로 함께 강남 미즈메디 병원으로 가서 노성일 이사장으로부터 직접 시술을 받았다"는 박을순 연구원의 진술을 근거로 내놓았다.

조사위는 이밖에도 황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연구가 시작된 2002년부터 3년간 129명의 여성으로부터 2061개의 난자를 미즈메디병원 등 4개 병원에서 황 교수팀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 "죄책감으로 난자 제공했다는 소문은 사실무근" = 황 교수팀 소속으로 직접 난자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박을순 연구원(현 미국 피츠버그대)은 자신과 관련된 소문을 전면 부인했다.

조사위 발표에 따르면, 박 연구원은 "자신이 실수로 난자를 깨뜨려 죄책감 때문에 난자를 제공하게 됐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며 "논문 저자로 참여하려고 난자를 제공했다는 소문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난자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뒤부터 난자채취 시술까지 과정을 진술했다. 그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실험 부진에다 부족한 난자 문제 등으로 향상된 결과가 보이지 않아 황 교수와 실험 진행 여부에 대해 걱정하다가 실험자로서 자신의 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2003년 1월) → 황 교수에게 자신의 뜻을 알려 난자 제공 승인(2월) → 강남 미즈메디병원에서 첫 검사(2월 7일) → 황 교수 차로 미즈메디 병원으로 가서 노 이사장으로부터 직접 시술을 받은 이후 다시 황 교수와 실험실로 복귀(3월 10일)

박 연구원은 미즈메디 병원에서 난자를 채취한 후 연구실로 돌아와 자신의 난자로 실험을 했는데, 이 과정에 대해 동료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처음에 시작은 제가했지만 무서워요, 전신마취 self cloning,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자신의 난자를 자신이 복제하고 지독하게 독해요-내 자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지난 3일 < PD수첩 > 보도). 결국 이날 박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하는데 황 교수가 동행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연구원 난자 제공은 전혀 몰랐다"는 황 교수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심지어 황 교수팀은 2003년 5월 여성 연구원들에게 난자가 필요할 때 난자 기증의 의향이 있다는 내용의 난자 기증동의 관련 양식서를 나눠주고, 연구원들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위는 "남아있는 연구원 가운데 당시 양식서에 서명했다고 진술한 연구원은 7명이고, 전 연구원 1명 또한 서명했다"고 밝혔다.

▲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 재검증을 맡은 정명희 서울대 조사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한 여성에게서 최대 43개 난자 채취 = 조사위가 황 교수팀에 제공된 난자 개수를 확인한 결과, 3년간(2002년 11월∼2005년 11월) 129명의 여성으로부터 2061개였다.

이 중에는 1명의 여성이 무려 43개의 난자를 제공했다. 미즈메디병원에서 시술받은 여성 중 1명은 3회, 5명은 2회에 걸쳐 난자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즈메디병원에서 시술받은 여성 대부분도 순수기증자가 아니고, 노 이사장이 금전을 대가로 지급했다고 밝힌 경우에 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즈메디병원을 통해 난자를 제공한 83명 중 12명만 순수 기증자였다.

황 교수는 2004년 논문에서는 16명에게 242개의 난자를, 2005년 논문에서는 18명에게 185개의 난자를 각각 사용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두 논문을 합한 난자의 수는 427개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려 5배에 달하는 2061개의 난자를 사용한 것이다.

황우석 교수팀에 제공된 난자 수 및 출처

병원

채취기간

난자 공여자수(명)

난자개수

미즈메디 병원

2002.11.28~2005.2.23

83

1423

한나 산부인과 병원

2005.1.25~2005.8.17

36

509

한양대 산부인과

2005.4.12~2005.11.8

9

121

삼성제일병원

2004.12.22

1

8

합계

 

129

2061

ⓒ 서울대 조사위원회

▲ 엄격한 동의절차 밟은 여성은 6명뿐 = 조사위는 또 미즈메디병원 등 4개의 채취기관에서 한양대 IRB(기관윤리심의위원회)에서 승인한 난자 기증 동의서 양식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즈메디병원의 경우 난자 채취에 따른 합병증 등 위험성에 대한 기술이 없는 약식 난자기증 동의서를 사용했고, 한나산부인과병원도 비슷한 약식 동의서를 사용한 데 그쳤다. 약식 동의서에는 난자의 무상기증 원칙, 난자 채취에 따른 합병증 등 위험성에 관한 기술이 빠져 있었다.

감시기관인 한양대 IRB는 한술 더 떠 황 교수팀의 연구계획서를 승인할 때(2004년 10월)와 1차 연구계획 변경승인을 할 때(2004년 12월) 난자 채취에 따른 합병증 등 위험성에 대한 기술이 미비한 난자 기증동의서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

2차 연구계획 변경 당시(2005년 1월) 첨부된 기증동의서에는 비로소 난자 채취에 따른 위험성이 서술됐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적용된 사례는 한나 산부인과 병원에서 시술받은 6명에 불과하다. 129명의 여성 중 단 6명만이 난자 채취 후유증에 대한 정보를 얻은 셈이다.

▲ 무용지물에 그친 서울대 수의대 IRB = 조사위는 서울대 수의대 IRB에 대해 구성 초기 교수회의 등을 거치지 않은 점, 황 교수 주도의 위원 선정, 이영순 위원장이 초기 회의 개최 사실조차 보고받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구성과 운영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의대 IRB는 지난해 11월 황 교수팀의 난자제공과 관련한 윤리문제를 조사한 뒤 '황우석 교수 연구팀 난자수급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보건복지부에 보고했지만, 여성 연구원의 난자 제공 관련 정황 등에서 조사위 확인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증폭되는 난자 의혹... 황우석 교수가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밝힌 사용 난자의 갯수는 427개지만, 실제로는 무려 5배에 달하는 2061개의 난자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 연합뉴스 백승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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