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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를 지나다 보면 노들섬 쯤에 이르러 엄지손가락을 당당하게 치켜세운 한 군인의 동상을 만나 볼 수 있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동상이 그곳에 서 있었는지도 몰랐다. 굳이 변명하자면 여름날 풍성한 나뭇잎에 가리워져 있었거나, 혹은 앞만 보고 달려온 여유 없는 일상 때문이거나 둘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 이원등 상사는 동작대교 방향을 바라보면 서 있다.
ⓒ 손호진
칼날 같은 한강의 찬 바람을 맞고 저렇듯 당당하게 서 있는 동상의 주인공이 문득 궁금해진다. 그의 이름은 고(故) 이원등 상사. '1966년 2월 4일 공수특전단 고공침투 낙하 조장으로 고공 강하 훈련 중 동료의 낙하산이 기능 고장을 일으키자 전우의 낙하산을 개방 시켜주고 자신은 한강에 추락 순직하였다'라고 동상 건립 취지문의 서문에 적혀 있다.

▲ 고(故) 이원등 상사의 동상 : 낙하산을 맨 모습과 오른 팔을 들어 엄지손가락을 치켜 든 모습이 당당하다는 인상을 준다.
ⓒ 손호진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훼손 되어진 동상을 98년에 비로소 다시 재정비 한다며 '하늘에 핀 꽃'이라는 표현으로 말미를 맺고 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문득 그의 모습이 그토록 당당했던 것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넘어가는 하루의 석양 속에서 한 번쯤은 나 자신 보다는, 타인을 위해 의미 있는 삶을 살아 보라고 고(故) 이원등 상사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나지막히 이야기 하는 듯하다.

▲ 당시 상황을 재현한 동판 부조 : 이원등 상사가 부하의 낙하산을 인공적으로 펴주는 모습을 담아 냈다.
ⓒ 손호진
갈수록 각박해지고 내 것만을 챙기는 현대 생활 속에서 그의 죽음이 주는 의미란 새삼 새로워진다. 그래서일까 한 중견 시인의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는 꾸짖듯이 되묻는 반문이 가슴에 긴 여운이 되어 남는다.

고(故) 이원등 상사는 아마도 그 반문에 철저하게 대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그는 영원히 지지 않는 '하늘에 핀 꽃'이 되었을 것이다. 하루에 한 번은 지나게 되는 한강대교에서 부쩍 늘어만 가는 이기심에 대한 엄숙한 교훈이 늘 곁에 있었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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