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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국의 진보진영은 북한인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머물러 있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오마이뉴스> <평화네트워크> 공동주최 북한인권강좌의 두번째 강연자로 나선 박순성 교수(동국대 북한학. 참여연대평화군축센터 소장. 사진)는 한 보수인사의 비판을 인용하면서 강좌를 시작했다.

박 교수는 강좌의 서두에서, 북한인권문제에 있어 두가지의 핵심적인 질문을 제시했다. 첫째는 북한 인권의 정확한 상황, 두번째는 어떻게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할 것인가이다. 한국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두 질문 중 첫번째 질문에 얽매여 두번째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북한 인권상황의 개선방안을 논의함에 있어서 국내외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인권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권리는 있고, 그렇기 때문에 좀더 열린 마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갈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 좋은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 교수는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동향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관심을 끌었다.

"국제사회 북한인권 문제제기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 모두 봐야"

북한인권 관련 국제사회의 움직임이라면 최근 채택된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2003년부터 2005년에 걸쳐 매년 채택되고 있는 유엔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2004년 통과된 미국의 북한인권법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은 1983년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보고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 후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1990년대 초반 북한의 공개처형 문제의 실태조사를 위해 실제로 북한에 들어가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2000년대 유럽연합(EU)과 북한과의 인권대화, 2003년~2005년 EU 주도의 유엔인권위원회 '북한인권결의안'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개입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임명하고, 2005년 북한인권결의안은 그 임기를 연장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활동은 "북한이 국제사회, 특히 유엔과 접촉하고 인권상황을 개선할 수도 있도록 하는 기회의 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단서를 달았다.

첫째는 증언의 신빙성이다. 국제사회에서 얘기되고 있는 북한 내 인권침해 사례들은 대부분 탈북자나 해외망명자, 북한 방문자 등의 증언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들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신중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특수한 성격과 관련된 인권침해 부분과 일반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인권침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예를 들면, 수용소 내에서 생체실험, 강제 낙태 등 민감한 사실들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다른 인권침해 사례를 과장되게 부각시키면서 기아와 식량권의 문제를 경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인권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부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북한을 나치와 동일시하는 미국 네오콘들의 사고방식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북한을 "악마화"함으로써 과도한 정책을 유도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10월 통과, 발효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이다.

박 교수는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조항만을 훑어본다면 우리가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정보획득을 지원'하겠다는 조항은 북한체제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부분이며 '북한 난민의 미국 내 입국 지원'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흐지부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 예산도 그리 많지 않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어 정치적 상징성이 큰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인권침해의 원인이 되는 내적, 외적 요소를 제거해야"

박 교수는 북한 인권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층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을 제시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초래한 배경과 원인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원인을 제거해 가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세워야 인권상황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가 제기한 북한 인권문제의 배경은 첫째 분단체제에서 기인한 군사주의와 군비경쟁, 두번째 1960년대 유일지배체제 형성과 1990년대 중반 이후 지배체제의 약화, 세번째 1990년대의 경제위기로 인한 인도적 재난과 정부통제의 약화이다. 이와 같은 북한 상황의 복잡성을 인식해야 올바른 해결책이 나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군사적 긴장과 안보위기가 인권억압의 원인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필요하며, 북한 체제의 '국가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경제적 사회적 복구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박 교수는 북한의 변화들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유엔이나,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유럽연합 등의 국제사회와 인권 관련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인식해 형법, 형사소송법 등의 개정을 행한 바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경제관련 개혁과 개방정책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변화들은 비록 제한적이고 작은 변화이지만 "북한의 인권상황과 관련해서는 체제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자체적인 변화의 노력을 인정하면서 인권침해의 내외적 요소를 제거해가는 노력이 북한 인권문제 해결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점이다.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 북한 인권문제 제기할 때"

강연의 말미에서 박 교수는 이제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 의제로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루기 시작해야 하며, 한국의 시민사회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과 인권대화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와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 분담", "적절한 방법과 수위"를 전제로 제시했다. 자신의 입장을 "대북 포용정책을 지속하면서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특히 한국의 일부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광의의 인권개념 중 발전권 혹은 자주권을 중심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북한의 정치적 시민적 권리의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자칫 현재의 북한 인권상황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감을 표시했다.

한기총의 대규모 반북집회 방식의 접근이나 반북보수단체들의 북한인권 접근방식이 북한인권 문제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발전권/자주권 등에 집중하다보면 정치적, 시민적 권리의 측면을 간과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준규 기자는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입니다. 북한인권강좌의 자세한 내용과 강연자료 등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www.peacekorea.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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