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적암 입구 도로 건너편 산기슭에는 부도군이 한 줄로 정렬되어 있으며 칠장사 입구 일주문 전방 200m 지점에는 전국에 몇 개 없는 완전한 모습의 철당간이 서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칠장사 사적비'가 있다. 이 사적비는 칠장사의 내력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며 이 사적비에 의하면 고려 충렬왕 34년 안성 출신의 고승 혜송국사의 높은 유덕을 기리기 위해 칠장사가 창건되었다고 한다.
혜소국사가 칠현산에 홍제관을 세우고 일곱 악인을 교화한 일에 따라 칠장사라 한 것이 이 절의 시초라고 전한다. 비의 규모는 높이 2.2m, 폭 1m, 두께 27cm이다. 비신에는 '조선국 죽산 칠현산 칠장사 중수 향화 사적비명' '대명승정 44년 신해 6월일 立' 이라고 쓰여 있다.
칠장산 당간은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높이 11.5m의 철제 당간으로 사찰에 큰 행사가 있을 때와 부처와 보살의 공덕과 위신을 기리는 당(깃발)을 달기 위한 깃대를 말한다. 본래는 30개의 원통이 연결되어 있었다고 전하나 현재는 14마디의 원통이 남아있다.
일주문을 지나 제2주차장에 들어서면 높은 단을 세워 놓은 듯한 큰 마당에 절이 우뚝 서있으며 왼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진흙으로 만들었다는 사천왕상이 나온다.
칠장사는 차령산맥의 줄기를 품고 있어 고려 말 왜적의 침입이 잦을 때 사서를 이 곳에 옮겨 소실을 면한 일이 있다.
대웅전은 오랜 세월을 견뎌 온 풍상의 흔적이 엿보이며 대웅전 오른쪽 옆에 조각솜씨가 빼어난 석불입상 한 기가 모셔져 있다.
본래 죽산리 봉업사터에 있었던 이 불상은 절이 폐사되자 죽산중고등학교 교정에 옮겨져서 자연 방치되다가 이곳 칠장사로 옮겨왔다고 한다. 불상은 큼직하고 깨끗한 화강암 꽃무늬 대좌 위에 모셔져 있다. 불상은 눈, 코 부분의 마모가 심하지만 불상을 빚은 조각 솜씨는 매우 섬세하고 화려하다. 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 광대의 조각 솜씨가 그 시대의 정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화려한 조각솜씨를 미루어 보면 8세기 통일신라시대 양식의 우수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대웅전에 있는 오불회괘불탱(七長寺五佛會掛佛幀)은 국보 제296호이다. 한 폭의 괘불탱으로 제작연대는 1628년(인조 6년)이다. 세로 길이 6.56m, 폭 4.04m. 그림에는 '용화회도(龍華會圖)'라고 표기되어 있다. 형태는 삼단구도로서 상단은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석가불·노사불, 중단은 아미타불·약사불, 하단은 지장보살·관음보살이 배치되어 있다.
인조반정 후 인목대비가 억울하게 죽은 영창대군의 원혼을 달래기 위하여 화사(畵師) 영관(靈貫)과 법문(法門)으로 하여금 완성하게 하였다고 전한다.
입동이 지난지 한참이건만 가을의 아쉬움이 이리도 길 줄 누가 알았을까.
단풍나무가 우거진 대웅전 왼쪽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혜소국사 비를 볼 수 있다.
혜소국사 비를 자세히 보면 그 중앙부가 대각선으로 잘려진 흔적이 남아 있다. 이것에 대해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임진왜란 때 가토오 기요마사가 이 절에 들어오자 노승이 크게 꾸짖었다. 적장이 칼을 빼어 노승을 치자 노승은 간데 없고 대신에 이 비석이 피를 흘리고 있으니 매우 놀라 그대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다.
혜소국사 비를 돌아서면 숲 사이로 등산로가 나타난다. 등산로를 따라 약 500m 정도 올라가면 삼거리 능선에 올라서며 오른쪽으로는 칠장산 정상이고 왼쪽 능선으로 가면 칠현산으로 이어진다. 산 능선을 걷노라니 영하의 초겨울 서풍이 뺨을 사정없이 스치고 지나간다. 산길은 굴참나무 마른 잎이 바스락거려 발의 감촉이 매우 좋으며 산자갈 하나 볼 수 없는 촉감이 매우 좋은 흙길이다.
산능선이를 타고 약 1km 정도를 가면 100평 정도의 헬기장에 닿는다. 이 곳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칠현산이 매우 멀고 높게 보인다. 헬기장에서 더 가다 보면 안부 사거리에 닿게 된다. 이 곳에는 칠순부부탑이라는 돌탑이 있으며 계속해서 가슴까지 차는 산죽 군락지와 골프장의 녹색 그린을 보며 걷노라면 어느새 칠현산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에는 칠현산 정상비와 돌탑(케른)이 서있다. 이곳에서 계속해서 남쪽으로 주능선을 타면 덕성산에 이를 수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사방으로 매우 좋으며 동쪽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타고 명적암을 거쳐서 칠장사로 다시 돌아왔다
단풍이 지고 하얀 눈이 내리기 전에는 입산금지 구역이 많아진다. 울긋불긋한 단풍마저 지나간 산은 볼거리 없이 삭막하게 느껴진다. 칠현산은 바로 이 계절에 찾기를 권한다. 그리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그동안 견뎌 온 오랜 세월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등산로가 완만해 적설기라 할지라도 가족동반에 좋은 산이며 중부권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칠장사 바로 아래 일주문이 있는 주차장까지 대형버스 진입이 가능하며 주차장 또한 넓다.
덧붙이는 글 | 등산코스 : 칠장사 주차장→ 칠장사→ 대웅전 왼쪽 계단길→ 혜소국사비→ 칠장산 삼거리 능선→ 헬기장→ 안부(돌탑)→ 칠현산(516.2m)→ 명적암→ 칠장사 주차장 (약 4km. 2시간 30분)
가는 길 : 중부고속도로 이용 - 일죽 IC - 안성방향 38번 도로 - 죽산리 램프에서 우측으로 나간 후 다리 아래에서 좌회전 17번 도로(진천방향) - 안성CC 정문 지난 후 삼거리에서 좌회전(칠장사 이정표 있음) - 칠장사
주변 볼거리 : 망이산성, 죽산순교성지
관광 문의처 : 죽산면사무소 031-678-2692, 칠장사 031-673-0776
이 글은 우관동 기자의 블로그(http://blog.daum.net/koreasan)에 동시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