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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나절, 우리 어린이도서관에 처음 온 엄마 한 분은 안양에서 5년째 살다가 이 곳 춘천으로 오셨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려서 뛰고 노는 편인데,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면서 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태 제재를 가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 곳 춘천,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요즘 속상한 일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아이들이 조금만 뛰어도 아래층 사람이 올라오고, 천장에 달린 선풍기 한번 돌려도 위층 사람이 내려오고 아래 위로 조용히 하라고 하는 통에 숨이 막힌다고 한다.

그 엄마의 말을 듣다보니 문득, 도서관에 있는 그림책 하나가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 겉그림
ⓒ 비룡소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의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란 그림책 내용이 도서관에 온 엄마의 상황과 꼭 들어맞았다.

시골에 있는 3층집 새집으로 이사 온 '위층 가족'. '위층 가족'은 넓은 시골 위층집에 이사 온 것에 들떠서 온 방을 돌아다니면서 즐거워했다. 식구들은 매우 기뻐서 손을 잡고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춤도 추었다. 그 때 울리는 초인종 소리.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예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천장이 다 무너지겠어요!"

아래층에서 올라 온 할머니의 이 말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할머니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도 아니고 날마다 올라와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했다.

"할머니가 올라와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가면 엄마, 아빠는 속상해 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은 할머니가 뛰어 올라올 일을 절대로 하지 않기로 결심했죠. 언제든지 아주 조용히 있기로 한 거예요. 하지만 가끔씩 결심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어느 날 일이었다. 위층 아이들이 아래층 할머니가 낮잠 자는 시간에 화장실 변기 물을 내렸더니 아래층 할머니는 벌컥 화를 냈다. 엄마는 매우 속상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여기는 사람이 사는 집이지, 생쥐가 사는 집이 아냐!"

그 뒤로 위층 아이들은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다니고 귓속말로 조용히 속삭이게 된다. 마치 생쥐처럼 말이다. 엄마, 아빠가 타일러도 아이들은 밥도 잘 먹지 않고, 양탄자 위에 가만히 누워 있거나 풀죽은 얼굴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한편 아래층 할머니는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까? 위층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할머니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천장에 가까이 귀를 대고 쫑긋 세워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할머니가 소리를 들으려고 수를 쓰자 할머니의 귀는 날마다 커지게 되었다. 점점 커지더니 며칠 지나자 접시만하게 커졌다.

"할머니, 귀가 왜 이렇게 커요?"

할머니는 점점 귀가 커져 프라이팬만해지더니 마침내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로 길어졌다. 할머니를 찾아온 의사는 다음과 같은 쪽지를 위층에 전해준다.

"아래층 할머니가 '못 들어서 생기는 병'이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이 병은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야 나을 수 있습니다.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 이러쿵 저러쿵 의사 올림"

위층 가족은 아래층 할머니를 도와주기로 한다. 아이들은 모처럼 마음껏 뛰어 놀고 깔깔깔 웃고, 팔짝팔짝 뛰었다. 아래층 할머니는 귀를 쫑긋 세우지 않아도 잘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귀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할머니는 용기를 내어 집 밖으로 나가 보았다.

"아래층 할머니, 안녕하세요!"
"얘들아, 안녕!"

그 뒤로 이 시골집 아랫집, 윗집은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이야기처럼, 들리는 소리에 인상 찡그리며 이웃집을 찾았더라도 결국 웃으면서 다시 친해질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 하나 둘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덧붙이는 글 | 이선미 기자는 춘천시민광장 부설 꾸러기 어린이도서관과 꾸러기공부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

엘리자베트 슈티메르트 글, 카를리네 캐르 그림, 유혜자 옮김, 비룡소(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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