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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화평 전 국군보안사 비서실장.
ⓒ 연합뉴스
제5공화국의 대표적 정치인 허화평(사진)씨가 MBC 정치드라마 <제5공화국>(이하 <5공>)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5공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그는 12·12에 대해 "정당한 임무수행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강변한 바 있지만, 5·18에 대해서는 "아직 방송이 나오지 않아 코멘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허씨는 15일 저녁 인터넷신문 <독립신문>에 '5공 드라마를 보는 마음'이라는 제목의 시청소감문을 올려 5·18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허씨는 자신의 글에서 "1995년 드라마라는 이름으로 5공 주역들을 단죄하기 위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MBC가 지난 4월부터 또다시 5공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며 "6월 11일과 12일, 2회에 걸쳐 방영된 광주상황을 보고 비로소 그들(<5공> 제작진 - 필자 주)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5공>은 지난 주말 방영분에서 80년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의 잔혹한 진압으로 인해 피로 물든 광주의 참상을 생생히 그려냈다. 특히 군인들이 독서실에까지 난입해 학생들에게 사정없이 곤봉을 휘두르고, 비무장한 민간인을 총검으로 찌르는 장면은 5·18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젊은 층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잔혹한 진압 장면에 뒤이어 당시 신군부 실세였던 허씨가 95년 검찰 조사에서 "당시 광주사태는 일부 폭도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는 장면이 나오자 시청자들의 공분은 극에 달했다.

음모설 제기 "제작진의 초점은 반군, 반미 정서 부추기려는 것 아닐까?"

허씨의 시청소감문을 보면 그의 역사관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허씨는 "제작진의 초점은 이미 정치적으로 끝나버린 한 줌의 5공 주역들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반군(反軍), 반미(反美)정서를 부추기려는데 있지 않을까?"라며 정치적 음모설을 제기했다.

"그들은 5공 당사자들에 대한 확인 한마디 없이 재판기록에 의존하여 촬영하고 방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재판과정에서 확인되거나 시비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제작진의 창조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계엄군이 시민의 가슴에 대검을 찌르는 참혹한 장면이 대표적 예이다. 그 장면이야말로 5공드라마를 방영하는 방송사 제작진의 진정한 의도의 한 부분이 아닐까. 그것은 왜곡의 극치다."

허씨는 이어 "5·19 이전까지 계엄군 및 시민 쌍방간에는 어떠한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계엄군은 착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허씨의 이같은 주장은 그동안 밝혀진 사실관계조차 부인하는 것이어서 거센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허씨 주장을 무색케 하는 대표적인 반론은 95년 7월 18일 검찰의 수사 발표문에서 찾을 수 있다.

"­군 관계자들은 대부분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대검을 사용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나, ­착검 상태에서 트럭을 타고 위력시위를 하던중 시위대로부터 투석 공격을 당하자 일부 부대원이 착검 상태에서 하차하여 시위대를 추적, 체포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는 바, 그 과정에서 대검부분으로 피해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음.

­실제로 하헌남, 최승기, 김인윤, 이인선, 최미자 등이 당시 자상을 입었고, 사망자 손옥례, 권근립, 윤개원, 김평용, 박종길, 민병렬, 허봉, 김경환 등의 사체에서 자상이 발견된 점으로 종합하면, ­지휘관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수부대원들에 의하여 시위진압 현장에서 대검이 사용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


80년 관선 광주시장이었던 구용상(96년 작고)씨도 80년 작성한 보고서에서 "금남로에서 군인들에게 쫓긴 대학생들이 북동 쪽 민가에 잠입하자 군인들이 가정집을 수색하여 대학생으로 보이는 장발 청년과 여자를 마구 때리고 차고 대검으로 찌르는 등 난폭한 행동을 한 후, 차에 실어 연행해감"이라고 80년 5월 18일 오후 3시45분 상황을 그리고 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부인으로 일관

▲ 허화평 전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이 15일 "(80년 광주의) 계엄군은 착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복진 <전남일보> 사진부 기자가 80년 5월 19일 촬영한 사진에는 M16 자동소총에 대검을 꽂은 채 시민들을 쫓고 있는 공수부대원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붉은 색 원) 5.18기념재단이 펴낸 <오월, 우리는 보았다 - 계속되는 오일팔(1979.2.25-2004.5.18)>에서 발췌.
ⓒ 신복진
▲ 역시 신복진 <전남일보> 사진부 기자가 80년 5월 18일 촬영한 사진. 도망치다 쓰러진 시민을 곤봉으로 내려치고 군화발로 짓밟고 있는 뒤쪽으로 한 공수부대원의 M16소총에 대검이 뚜렷이 보인다.(붉은 색 원) 5.18기념재단이 펴낸 <오월, 우리는 보았다 - 계속되는 오일팔(1979.2.25-2004.5.18)>에서 발췌.
ⓒ 신복진
그러나 허씨는 "(95년) 역사바로세우기재판은 피해자들이 권력의 정상에 올라 한때의 가해자들에 대해 가한 정치적 재판이었다는 것은 웬만한 국민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언젠가 진실이 확인되면 MBC가 드라마 방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씨는 "진실에 충실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공영방송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선입견 없는 대다수 국민들을 이처럼 우롱해도 되냐?"고 반문한 뒤 "남은 기간 또 얼마나 많은 날조와 왜곡과 과장이 계속될지 지켜보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5공> 제작진은 최근 시청률 호조 등에 힘입어 당초 4회 방영하려던 <광주민주화운동> 편을 5회로 연장 방영하기로 했다.

'전두환 미화' 논란으로 화제가 된 포털사이트 다음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도 게시글을 읽으려는 네티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16일 현재 회원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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