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지난 7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남자들의 참여와 마을 만들기’라는 주제로 열린 ‘돌봄사회와 민주적 가족문화만들기’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공동육아에서의 남성중심적 관행과 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좌로부터 김찬호 한양대 인류학과 교수, 신상열 이우학교 학부모,이숙경 줌마네 대표,황윤옥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송도영 서울 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 우먼타임스
[감현주 기자]공동육아를 실천하는 공동체마을에서조차도 성별이 분업화되거나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이어져온 것으로 지적돼 육아에 대한 남성들의 '성 평등 의식 변화'가 핵심 과제로 제기됐다.

이숙경 줌마네 대표는 지난 7일 (사)또하나의문화가 '돌봄사회와 민주적 가족문화 만들기'라는 주제로 기획한 두 번째 워크숍 '가족공간을 넘어선 가족들-남자들의 참여와 마을 만들기'에서 "10여 년 전 처음 공동체마을에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란 건 동네잔치에서 여자들은 일제히 상을 차리고 남자들은 이후에 자리를 차지하고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이었다"며 "공동육아 안에서 일어나는 남성 중심적 문화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혼·재혼 등과 같은 부부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도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성주의자의 시각에서 공동육아를 하면서 느낀 것은 여자들의 소통구조가 없다는 것과 남자들이 진짜 보수적이라는 점"이라며 "남성들이 부부 문제는 곁가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인식의 틀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성산동에서 10년간 이웃과 공동육아를 통해 공동체마을을 꾸려왔다.

이 대표와 비슷한 시기 성산동에서 살았다는 신상열(이우학교 학부모)씨는 "실제 '육아'에 대해서 아내를 도와준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한계였다"며 "어느 날 6살쯤 된 아이의 밥상을 준비하면서 '왜 아빠는 엄마처럼 못해?'라는 질문을 듣고 그저 아내를 도와준다는 식의 한계를 깼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신씨는 "그간 공동육아를 일종의 '운동'으로 생각한 점이 있다"고 고백했다.

송도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나서 아빠들의 남성적 문화가 더욱 심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해 비 오는 날 더 열심히 공을 차고 이후엔 밤새도록 돼지고기 구워먹는가 하면, 아빠들은 전부 목공일을 배워 열심히 집 짓는 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동육아를 하는 아빠들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그러나 왜 실제 아빠들 모임에선 매번 술을 마시고, 폭탄주를 돌리는지, 공동육아가 남성 문화적인 요소와 함께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성급하게 '공동육아' 라는 발전적인 단계를 택하기보다 '가족'의 의미를 제대로 깨우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날 워크숍 즉석에서 공동육아 중이라는 한 아빠가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뗏목 만들기 프로젝트'에 빠져 있지만 오히려 아내나 딸은 재미없어 한다"고 말하자, 황윤옥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은 "공동육아를 시작한 아빠들이 가족이라는 기초교과를 떼지도 못하고 공동체라는 전공과목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밖에서 생기는 남성적인 활동방식으로 마을 공동체 일을 할 것이 아니라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신뢰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신상열씨는 "아이가 '아빠 되기 싫어'라는 말을 했을 때 그 동안 너무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며 "가족과 대화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야 아이들이 그걸 보고 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도영 교수가 말하는 가족과 저녁먹기 십계명

1. 휴대전화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꺼 놓는다.

2. 휴대전화를 켜는 시간은 꺼놓은 동안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하거나 전화를 거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3. 휴대전화를 켜놓을 때도 소리가 나지 않게 항상 진동으로 해놓는다.

4. 가능하다면 휴대전화를 챙기고 출근하는 것을 잊는다. 또는 전화기를 아예 없애버린다.

5. 사무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대신 전화 응답기를 적극 활용한다. 몇 번이고 전화벨이 울려도 막상 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은 대단히 적은데다, 메시지를 남길 만큼의 에너지를 들일 필요가 없는 전화라면 내가 받지 않았어도 상관없는 내용이다.

6. 사무실 문 앞에는 ‘물건판매 사절’ 표지판을 붙여놓는다. 현재 소재지는 ‘외부에 있음’ 혹은 ‘퇴근’으로 표시해 놓는다. 그 표시를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정도의 에너지를 들이지 않는 면담이나 연락이라면 내가 연락받지 않았어도 상관없는 내용이다.

7. 주말에 하는 행사에는 무조건 안 가기로 한다. 주말은 밀린 일 하라고 있는 게 아니고 쉬라고 있는 것.

8. 저녁 먹자고 붙잡는 동료나 선배, 윗분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저녁은 댁에서 (식구들과) 드셔야죠.”

9. 전자우편은 매일 열어보지 않는다. 즉, 사흘에 한 번 열어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사이에 무슨 중요한 일이 발생하거나 기회가 지나쳐 버렸어도 할 수 없다.

10. 자신이 아빠로서 가정 경제의 든든한 주춧돌이 되기를 포기한다. 나는 애하고 놀아주면 된다. 내가 돈까지 열심히 벌어다 줄 수는 없다. 자생력을 키워주기로 한다. 필요한 돈은 나중에 아이 스스로 벌게 놔둔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