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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면 중간고사를 마친 학교가 꽤 있을 것입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음 주 정도면 거의 끝날 것입니다. 오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의 첫 대상인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는 내신 상대평가제가 적용됩니다.

시험문제를 내는 입장에서는 동점자가 많이 생기지 않도록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 문제를 훨씬 어렵게 낼 수밖에 없을 테고, 학생 입장에서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얻어 상위 몇 퍼센트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이 '내신전쟁'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이번 주 주요 신문들은 새로운 내신상대평가제도에 대해 현장의 소리를 근거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가 오히려 사교육을 더 부추긴다고까지 합니다.

하기야 우리나라 교육제도 또는 입시 평가 제도에 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으니 딱히 놀랄 것도 없습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고교 등급제', '대학별 본고사', '기여 입학제' 등 이른바 교육부의 3불 정책과 관련된 문제는 끊임없이 논쟁을 낳았습니다. 도무지 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입장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우리나라의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개선'과 '개혁'의 이름으로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를 바꾸려고 머리를 싸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는 흔들리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세대 간의 시각차만 커지고 있습니다.

▲ 미래로부터의 반란 : 김진경 교육 에세이
ⓒ 푸른숲
<미래로부터의 반란>에서 저자 김진경씨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점수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제도'는 손대지 않고 유지하며 경쟁에서의 공정성만을 부분적으로 모색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넘어가면서 '인재'에 대한 개념이 바뀜에 따라 '우수 학생'의 개념도 변화되었고, 입시 제도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입 개선안조차 '사교육비 경감 대책' 차원에서 기능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개혁적 요소는 사라지고 왜 수능의 변별력을 낮추어야 하는지, 왜 고교 내신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껏해야 과다한 사교육비를 낮추고 지나친 점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건 아이들을 전부 하향 평준화시켜서 나라의 장래를 망치자는 거냐고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우수 인재에 대한 개념이 변하였으니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하여 등급제로 바꾸고 전형 요소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근본 논리는 사라진 채, 고교 내신의 객관적 변별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로만 문제가 집중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 고1 교실은 '내신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학생들의 불만은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능 등급제, 고교 등급제, 본고사 등 현재 교육의 주요 쟁점에 대해서 피해가지 않습니다. 고교 등급제와 관련해서는 저자의 말보다 오히려 "선배의 학력에 의해 후배들의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제도"라는 학생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있을 수 있는 학교 사이의 학력 차이를 개인의 차이로 고착시키는 것은 차별을 제도화한다는 점에서 반인륜적이기까지 하다"는 어느 신문의 사설을 보면서 교육부와 대학이 과연 할 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기와 적성, 전공에 대한 관심도와 준비 정도,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뽑으라는 교육부의 요구는 수십 년간 국가시험이나 대학별 본고사를 통해 학생들을 쉽게 뽑아 온 대학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교육부 또한 보다 확실한 방안을 마련하지는 않은 채 모호한 기준만 제시하는 무능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진로 교육 개념'을 교육의 원리로서 학교 교육에 전면화하자고 제안합니다. 이때 진로 교육은 과거의 직업 교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진로 교육은 어떤 하나의 직업을 준비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그 아이의 직업과 관련된 인생 행로 전체를 준비시키는 교육입니다.

이는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이미 행했던 교육 개혁 모델을 참고한 것입니다.(저자는 미국을 모델로 이야기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지만 클린턴 행정부의 교육 개혁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자가 지향하는 학교와 교육의 상을 제시하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생활을 교과 활동, 학급 활동, 진로 활동으로 나누고 각 활동의 지도를 책임지는 세 담임을 두자고 합니다. 현재의 '기본-보충-심화' 과정은 결국 우열반 제도이니, 이를 개선하여 '기본(보충 포함)-심화'로만 나누고 이 때 심화는 진로 희망에 따라 관련 교과의 심화 과정을 두자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저자 김진경은 1985년 서울 양정고등학교 재직시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구속돼 수감 생활을 하고 교육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시집과 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 등을 썼으며, 2000년에 다시 복직하여 4년 정도 다시 교단에 섰습니다.

이 책은 그가 다시 교단에 서서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쓴 '교육 에세이'인데, 처음에는 가벼운 에세이인 듯하다가 뒤로 갈수록 현재 입시제도에 대해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무거운 얘기로 흘러갑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쓴 앞부분의 이야기는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줍니다. 뒷부분에서는 흔들리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면서 매우 비관적인 얘기로 흐릅니다. 그러나 시종일관 이 나라의 교육과 학생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에필로그의 제목은 '희망은 있다'입니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모든 분들, 그리고 학생이 외계인처럼 느껴지는 이 땅의 모든 학부모님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미래로부터의 반란 - 김진경 교육 에세이

김진경 지음, 푸른숲(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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