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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가 OECD 국제비교연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우리 나라도 이에 못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우리 나라 학교 교육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핀란드의 OECD-PISA 학업 성취 결과와 그 배경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핀란드에 방문했다. 그때 핀란드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와 헬싱키대학의 전문가들의 경험을 듣고 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핀란드 교육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째, 자기들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교사를 희망하는 질 높은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체계적인 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학교 수업에 뒤처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현장과 연계하는 곳이 어디 핀란드뿐인가.

물론 다수의 선진국들에서 교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은 IMF 이후 교직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아졌으며, 교대와 사대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또한 부진아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나라나 학교가 어디 있는가.

그래서 한편으로 국제 학업 성취 비교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원인이 단순히 교육 시스템이나 학교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동질적이고 소수인 인구 규모, 종교적인 색채가 남아 있는 사회적 분위기, 독서와 사색에 적합한 추운 날씨가 그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핀란드 학교 현장을 방문하고 나서도 변함이 없었다. 외부 참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 시간에 졸거나 딴짓하는 학생들이 일부 눈에 띄었고, 교사들의 수업 방식도 우리 나라 교사의 수업 방식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핀란드 학교의 새롭지 않은 몇몇 사실들이 우리의 학교와 오버랩 되었다. 우선, 핀란드의 학교는 우리같이 큰 운동장이나 건물들로 이루어지지 않고, 주변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내에 일반 가정의 건물처럼 작은 규모로 만들어져 있어서 대부분이 걸어서 등교가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등교하기 쉽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다음으로 교장부터 교사까지 가르치는 본연의 일에 충실하고 있었다. 교장은 교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연배로, 정규 수업을 일부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교사보다 학력이 높고, 연봉은 많지만, 그 만큼 일도 많아 보였다.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교무실은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아니라 간식과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교실과 그 주변에 작은 방에 자신의 책상을 두고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실제 수업에서 눈에 띈 것은 두세 명의 교사들이 한 교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장면이었는데, 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있으면, 다른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체크하고, 조언하고 있었다.

▲ 정규 수업 시간의 학생들
ⓒ 강대현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의 교사는 별도의 작은 방에서 뒤처진 학생들을 위해 특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참고로 정규 학교에서는 부진아를 위한 특별 교육이 있을 뿐,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없었다).

▲ 특별 교육을 받는 학생들
ⓒ 강대현
한 학급을 두 방에서 세 명의 교사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학급을 아주 유연하게 나눠서 가르칠 수 있도록 소규모 학교에, 적정 수 이상의 교사가 배치되어 있고, 교실들도 다양한 규모와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 나라에 돌아와서, 사교육비 경감, EBS 수능 연계, 이러닝 체제 구축에 이어, 평준화 폐지와 학교 폭력이 새로운 교육적 이슈가 되는 것도 모자라 교육 정책의 초점이 되는 것을 보면서 언제쯤 우리 나라는 등교하기 쉽고, 편안한 분위기의 학교를 만들고, 교사들이 가르치는 본연의 일에만 충실할 수 있으며, 수업에서 뒤처진 학생들을 바로바로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할지 걱정이 앞섰다.

교육은 사건과 사고가 아니다. 교육은 이슈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교육은 좋은 학교(가기 쉽고, 편안한 분위기의 학교), 좋은 교사(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교사), 좋은 교육프로그램(뒤처진 학생들을 바로바로 도와주는 교육프로그램)이면 충분하다.

학교와 교사에게 그밖에 다른 것을 요구할 때, 바로 학교와 수업이 교육의 현장이 아니라 행정 업무의 현장이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새로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본에 충실할 때,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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