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카방고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다

살다 보면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때가 오지만 실제로 용감하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여기 대담하게도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마침내 보츠와나 오카방고 숲속에서 자연에게서 배우며 야생의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표지
ⓒ 갈라파고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를 쓴 트래버스, 앵거스, 메이지 맥니스, 오클리와 이 놀라운 아이들의 엄마 케이트가 새로운 삶을 선택하고 그런 모험을 감행한 주인공들이다. 1999년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아이들의 나이는 트래버스가 열여섯 살, 앵거스가 열네 살, 메이지가 열두 살, 막내 오클리가 여섯 살이었다.

이 아이들 이야기를 하려면 아이들의 엄마 케이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이 아이들의 손에서 나온 것이지만 아이들의 상상력, 활기, 자유로운 사고, 모험심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1995년까지 케이트는 에밀리, 트래버스, 앵거스, 메이지와 오클리, 이렇게 다섯 명의 쾌활한 아이들과 함께 영국 코츠월드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배우 생활을 하다가 30대 후반에 진화생물학을 공부한 그녀는 다윈 이론을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아프리카로 이주하기로 결심한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막연히 꿈꾸어보곤 하지만 케이트는 아니었다. 케이트는 몽상가가 아니라 실천가다. 결국 케이트 가족은 새로운 삶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모험을 기대하면서 보츠와나로 이주한다.

영국을 떠나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에 도착한 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을 달려, 오카방고 삼각주에 있는 마운의 새 집으로 가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카방고 삼각주는 '지구의 마지막 에덴' '인류의 자궁'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원시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이 책의 어린 저자들인 트래버스, 앵거스, 메이지, 그리고 오클리가 돌아가면서 이곳에서 5년 동안 겪은 새로운 생활과 모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흥미진진한 모험, 가슴 떨리는 흥분감도 있지만 불편한 일상, 자연에 맞서 싸워야 하는 고달픔,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도 상존해 있다.

케이트 가족은 아프리카의 첫번째 집, 투소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후 크고 하얀 집, 미션하우스를 거쳐 악어 농장에 있는 초가집으로 이사한다. 그리고 악어 농장에 온 지 몇 달 후, 사자를 연구 중인 피터의 사자 연구 캠프로 초대받아 가게 되고, 그 경험은 아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그러던 중 피터와 케이트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가족은 숲으로 이주한다. 여기서 이들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야생 사자를 관찰하면서 성숙해지는 아이들

▲ 이 책을 쓴 아이들과 가족(왼쪽부터 트래버스, 피터 아저씨, 엄마, 오클리, 앵거스, 메이지)
ⓒ 갈라파고스
탁 트인 텐트에서 야생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숲 생활은 엄청났다. 바람이 불면 탁자 위에 올려 놓은 물건들이 떨어져 부서지고, 우기에 비바람이 몰아치면 온 식구들이 죽을 힘을 다해 텐트 기둥을 붙잡아야 하고, 울타리가 없는 캠프에는 하루 종일 야생 동물들이 들락날락거린다. 땅에 구멍을 판 다음 그 위에 하마 골반뼈를 올려 놓아 만든 '풍덩 구멍'에서 볼일을 보면서 "파란 하늘을 보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다.

이렇게 아이들은 숲속에서 거친 야생 생활을 하고 사자 연구에 함께 참여한다. 수많은 사자들의 이름을 익히고, 사자들을 일일이 구분해내고, 사자의 생태와 습성을 관찰하고, 무자비한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자들을 지켜보고, 사자가 죽으면 그 당당한 동물의 죽음에 슬퍼하면서 사자들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그래서 아이들은 "한 마리 한 마리를 잘 알고 사랑하기 때문에 사자 없는 삶은 이제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동물에 대한 이해가 자연을 보존하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관광객들이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총을 쏴서 맹수를 제압하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단지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생명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사람들 때문에 희생되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대안까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던 데는 오카방고 숲속 텐트에서 이루어진 엄마 케이트의 홈스쿨링 덕분이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 학교는 숲속 텐트, 선생님은 엄마, 교과서는 때묻지 않은 자연

재능과 식견, 노력, 이 모든 것을 갖춘 엄마에게서 '살아 있는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들은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열렸고, 자연 속에서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케이트는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치기 전에 항상 그걸 배우면 어떤 이점이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고, 셰익스피어와 예이츠, 에밀리 디킨슨, 아서 밀러 등의 저서를 읽혔다. 또 서로 다른 과목을 통합해 가르치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대해 배울 때 "생물학적 구조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병원균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공부하는 식이다.

이 아이들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생물학 수업 시간 같다. 하지만 무미건조한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에서 직접 배운다"는 점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 이들에게 주변 모든 자연은 직접 체험하고 손으로 만지고 만들어 보는 학습 공간이자 거대한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의 수업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드넓은 막가딕가디 염전 지대에 앉아서 지질학과 진화에 대해 공부하고, 수업을 마친 뒤 아이들은 드넓은 대지 위를 흙, 바람, 완전한 자유, 자연과 일체감을 맛보며 달려 보기도 한다.

"다 함께 어둠 속에서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별뿐이었고 몸으로 느껴지는 것은 발 밑에서 부스러지는 흙과 뺨에 부딪히는 바람뿐이었다. 우리는 완전한 자유를 느끼며, 우리가 피운 모닥불이 가물가물 보일 때까지 끝도 없이 전속력으로 달렸다."

이렇듯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는 스스로 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넘친 학생들과 선생님의 행복한 만남으로 성공을 거둔다. 그 증거가 아이들만의 힘으로 완성한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캠프의 숲속학교에서 열린 국어 수업 시간에 내준 숙제에서 비롯되었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말처럼 "세 아이들 모두 글솜씨가 뛰어나고, 섬세하고, 명석하고, 논리정연하고, 지적이며 창의적인" 까닭은 자연의 소리를 듣고 성장하며 엄마 케이트의 창의적인 교육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그밖의 '아프리카' 풍경들

그밖에 이 책에는 아프리카에서 보낸 첫번째 크리스마스, 숲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 코끼리의 습격을 받은 이야기, 코끼리가 부엌에 들어오지 못하게 그릇을 두들겨 쫓은 이야기, 강에서 수영하다 악어에 물릴 뻔한 이야기, 헬리콥터로 병원에 후송된 이야기 등 여러 모험담이 들어 있다. 죽음과 고통에 대한 글도 있다. 또 아이들은 말라리아와 에이즈가 상존해 있는 아프리카의 아픈 현실도 들려 준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아프리카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오카방고의 사자가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숲속 생활과 영국 생활을 견주어 보며 오늘날 오카방고의 자연과 사람들의 어려운 상황을 생생하고도 절절하게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이 책에는 야생의 삶을 거칠지만 멋지게 묘사한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생동감 넘치는 야생 동물의 사진이 들어 있어, 아프리카 자연을 마주대하는 듯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또 5년 동안 아이들이 피터 아저씨와 엄마와 함께 사자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사자 관찰 파일'에 담아 놓았다. 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 본 깔끔하고 명료한 설명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훨씬 복잡하고 흥미로운 사자의 생태와 실상을 전해줄 것이다.

오카방고 숲속에서 아이들이 마주했던 도전과 모험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진지하고 솔직하고 생생하게 들려 주는 이 이야기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몇 시간이라도 현재와 다른 삶을 꿈꾸어 보고 싶은 사람, 제도권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 자신의 삶과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소년, 가족간에 신뢰와 사랑을 쌓고 싶어하는 사람 등 다양한 독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임병삼 기자는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를 출판한 도서출판 갈라파고스의 기획실장입니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 트래버스, 앵거스, 메이지 맥니스, 오클리 지음 / 홍한별 옮김 / 갈라파고스 펴냄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트래버스 외 지음, 홍한별 옮김, 갈라파고스(2005)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