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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개정 등 교육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세종대학교(이사장 주명건)가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명절 때마다 교육부 관료들에게 갈비세트를 줬다는 자료가 폭로됐다.

또 세종대학교가 비자금을 조성해 교육부 관료 자녀들에게 매학기 장학금 혜택을 줬다는 의혹까지 나와 파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종대 고위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학생지도비에서 94년부터 2000년까지 총 4500만원의 비자금을 장학금 명목으로 조성했다. 이 비자금은 학기마다 1~5명씩 30여명의 교육부 관료 자녀들에게 지급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세종호텔 갈비세트 배송자 목록 일일이 확인

▲ 공투위가 폭로한 세종대에서 갈비세트를 준 것으로 확인된 교육부 관료 명단.
민주세종건설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이하 공투위)는 14일 오후 정부종합청사 교육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대 재단의 교육부 로비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했다.

지난 10월 18일부터 15일간 진행된 교육부 감사과정에서 수집된 이 자료에는 세종대가 최근 4년간 갈비세트를 보낸 교육부 관료 명단과 세종호텔 뷔페식당 갈비세트 판매일지, 세종대 전 학생과장 및 세종호텔 전 영업부장 등의 사실확인서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세종대학교는 구정·추석 때마다 재무처장 명의로 22명의 교육부 관료에게 갈비세트를 보낸 것으로 돼 있다. 이 명단에는 공무원 이름과 담당 업무, 연락처, 배달주소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갈비세트를 받은 공무원 직급은 서기관에서 주사까지로, 사학지원과·평가지원과·고등교육정책과 등 주요 부서를 망라했다.

뿐만 아니라 94년부터 2000년까지 세종대 학생처 학생과장으로 재직했던 인사의 사실확인서에 의하면, 세종대학교는 갈비세트 공무원을 관리했던 재무처장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해 교육부 관료의 자녀들에게 매학기 장학금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 학생과장은 사실확인서에서 "재무처장은 매년 교육부 감사과 직원의 부탁이라면서 장학금 명목으로 비자금을 요청했다"며 "매년 학기에 1명~5명까지 총 약 30명 4500만원을 장학금 명목 비자금을 학생지도비에서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현 재무처장의 요청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교육부 감사과의 요청이 있었는지, 또한 그 돈이 교육부 관료 자녀들에게 장학금으로 갔는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교육부 자녀 장학금 명목으로 약 4500만원 빼돌려... 그 돈의 행방은?

이같은 비리의혹이 밝혀진 것은 정모 세종대 재무처장이 지난 10월 진행된 감사기간 중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교육부 관료들에게 갈비세트를 보냈다고 말했다"는 전언이 퍼진 게 계기가 됐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공투위는 갈비세트를 발송한 세종호텔의 노조협조로 배송자 목록을 받아 교육부 관료 명단과 일일이 대조한 결과, 이중 22명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투위는 "우리 대학의 재무처장이 이 정도로 교육부 관료들을 관리했다면 그 윗선에서는 어느 선의 누구에게 무엇을 제공했는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공투위는 "대학과 재단의 이같은 전방위 로비에 의해 대표적 비리사학인 세종대가 오늘날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종대는 지난 79년 이후 잇따른 학내분규 사태로 진통을 겪어왔다. 1980년 재단퇴진 운동, 1987년 학원자주화투쟁을 거쳐 지난 2003년부터 본격화된 '세종대 재단비리 사건'은 주명건 이사장의 독단적 운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이사장은 세종대 설립자이자 부친인 주영하씨 및 세종대 전 명예총장인 모친 최옥자씨와 재단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겪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23일 재단 수익사업체인 세종호텔 공사비와 인건비 등을 빼돌린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로 부모에 의해 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주 이사장은 또 2001년 2월 교내에 설치하는 '모자상'을 "팔등신으로 고치라"는 지시를 거부한 김동우 회화과 교수 등을 비롯해 자신과 마찰을 빚었던 교수들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켜 물의를 빚었다.

10월 보름간 교육부 종합검사... 90년대 이후 세번째

▲ 세종대 전 학생과장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전 학생과장은 "매년 학기에 1명~5명까지 총 약 30명 4500만원을 장학금 명목 비자금을 학생지도비에서 정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재단비리 의혹과 관련해 파문이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 90년 감사에 이어 14년만에 처음으로 세종대를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10월 중순부터 보름간 실시된 감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공투위는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90년대 초 두번이나 감사를 했으면서도 재단에 면죄부를 줬다"면서 "교육부가 (갈비세트를 받고) 행여나 이런 전철을 밟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공투위는 또 "안병영 교육부 장관은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감사결과를 공정 엄중하게 발표해야 한다"면서 "이번 감사결과가 재단과 학교당국을 비호하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교육부 장관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재경 세종대 총학생회장은 "갈비세트를 받은 것으로 돼있는 관료들에게 갈비세트 전달여부를 묻는 질의를 내용증명으로 보냈다"면서 "하지만 이들은 '세종대와 관련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거나 '받지 않았다'고 답변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회장은 "모 사무관은 '명절에 즈음해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계속 선물을 받았으나 불쾌해 돌려보냈다'는 서신을 보내왔다"면서 "이 사무관은 '세종대 관련업무를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고 말했다.

세종대·교육부 "갈비세트 로비, 들은 적 없어"

이에 대해 세종대 재무처 관계자는 "갈비세트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면서 "재무처장으로부터 갈비세트와 관련한 얘기를 들은 적이 결코 없다"고 부인했다. <오마이뉴스>는 정 재무처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갈비세트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감사는 로비의혹 여부와 상관없이 기준에 맞춰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세종대 재단비리 의혹사건을 계기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성원식 교사(전교조)는 "사립학교는 상품이 아니다"면서 "교육은 인간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도 "이번 갈비세트는 사학비리가 어디까지 와있는지 보여준다"면서 "왜 사립학교법이 개정돼야 하는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공투위는 교육부의 공정한 감사를 촉구하고 세종대를 민주대학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 10월 26일 세종대정상화학생대책위원회, 세종대재단퇴진과 김동우교수복직투쟁위원회, 세종대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 국공립교수협의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교육개혁국민연대, 참교육학부모회, 사립학교법개정을위한 국민운동본부, 전국대학교직원노동조합, 전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등으로 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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