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장은 삶의 또 다른 전쟁터다. 시장 안에는 같은 업종의 가게가 몇 군데 있는데, 이 조그마한 시장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같은 업종이라도 장사가 잘되는 집이 있고 안 되는 집이 있다. 즉 대박집과 쪽박집이 존재한다.

이 동네에는 미용실이 많다. 근방에만 10군데가 넘는다. 지난 주에도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헤어 디자이너의 제자라는 사람이 새로 미용실을 열었다. 플래카드엔 자신의 이름보다 유명 헤어 디자이너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나타냈다. 그걸로 승부를 보겠다는 셈이다.

▲ 미용실 간판
ⓒ 위창남
이곳의 미용실들은 동네 미용실 수준을 넘어 헤어 디자이너의 연령대가 젊어지고 미용실 규모도 꽤 커지고 있다. 미용실이 많다 보니까 가게 이름부터 튀게 짓고 손님을 잡으려는 노력이 대단하다. 한 미용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손님을 끌기 위해 산타 복장으로 손님을 맞기도 했다. 다른 동네 미용실도 물밀듯이 밀려오는 신세대 미용실들에 맞서 나름대로 살아 남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 이 동네 미용실들은 어디나 할 것 없이 웰빙 파마를 전면에 내걸었다. 유행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어느 한곳이 새로운 걸 시작하면 금방 똑같은 방식을 모두 따라한다. 이런 조그만 시장에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물론 경쟁에서 진 사람은 가게를 정리하고 쓸쓸히 퇴장한다. 삶은 살아 남는 자의 몫이라고 했던가. 실패하는 사람에겐 가차없이 냉정한 게 삶이다. 이 시장 안에서도 삶은 존재한다.

▲ 정육점
ⓒ 위창남
이 시장에는 미용실만큼 정육점도 많다. 조그만 시장에 정육점이 8곳이나 있으니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까? 재미있는 건 이 가게들이 서로 마주 보이는 곳에 있거나 몇 걸음 안에 있다는 거다.

처음엔 정육점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시장 처음과 끝부분에 하나씩 두곳이 전부였다. 당연히 주인 아저씨는 편하게 장사를 했다.

▲ 정육점
ⓒ 위창남
그러던 어느 날 녹차를 먹였다는 돼지를 무기로 의기양양하게 한 정육점이 입성했다. 큰 마트에서나 봄직한 시식 코너를 갖추고 개업 기념으로 쇼핑 가방도 나눠 줬다. 목소리 큰 아저씨가 나와 이 돼지고기를 먹이면 남편분들 힘이 좋아진다며 뛰어난 말솜씨로 동네 아주머니들을 끌어들였다.

그 정육점은 장사가 꽤 됐다. 그랬더니 여기저기 정육점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지금의 여덟 군데로 늘어났다. 그러자 그동안 터줏대감처럼 편하게 장사하던 가게가 위기를 느끼는 것 같았다. 사람들에게도 친절해졌고 시식 코너도 만들었다. 이래서 경쟁이 좋은 건가?

요즘에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던 정육점 가게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엔 고기맛을 무기로 시끌벅적하게 잘되는가 싶더니 가격이 문제였다. 보통 삼겹살보다 3000원 정도 비싼 돼지고기는 처음엔 반짝하더니 점점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아무래도 살림살이가 힘들다 보니 비싼 돼지고기보다는 싼 보통 삼겹살이 인기가 있었다. 뭐니뭐니 해도 요즘 같이 힘들 때는 값이 싸야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무조건 싸다고 해서 잘되는 건 아니다. 예전에 짜장면 한그릇에 천원 하며 호기 좋게 등장한 가게가 있었지만 맛이 별로라 얼마안가 문은 닫고 말았다. 싼 걸 좋아한다고 해서 맛은 대충 해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 정육점
ⓒ 위창남
사람들은 욕심쟁이다. 값도 싸고 맛도 좋고 이왕이면 친절해야 한다. 얼마 전 그 정육점은 가격을 천원 내려서 보통 삼겹살과의 차이를 2000원으로 줄이고 그냥 삼겹살도 팔기 시작했다. 다시 경쟁이 붙을까? 소비자의 입장에서 경쟁이 붙기를 은근히 바라는 나도 욕심쟁이다. 시장은 오늘도 그렇게 북적인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