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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사설과 기사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에 대해 단 한 차례도 반대한 적이 없고, 국민의 여론을 들어 신중히 결정하자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었다."

<동아일보> 11월29일자 8면 기사 'TV "수도이전 무산은 동아-조선 탓" 왜곡'에 딸린 해설의 리드 부분이다. 지난 주 방영된 'KBS, MBC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문제점'이라며 반박하는 내용이다. 과연 동아는 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한 적 없는가? KBS와 MBC가 없는 사실을 날조 왜곡한 것인가? 그렇다면 충청인들의 조선-동아 구독거부운동도 잘못된 일인가?

주지하다시피 행정수도 건설은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으며, 국회는 한나라당이 거대 야당이던 2003년 12월 여야합의로 특별법을 제정하여 뒷받침하였다. 2004년 초 국민여론은 57.1%로 찬성이 우세하였다. 그러던 것이 조·중·동이 본격적으로 '저주'를 퍼붓기 시작한 6월 이후 역전되어 반대가 10% 이상 많아지게 되었다.

지난 6월 <동아일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10일자 1면 톱기사 '"사실상 천도" 시인'을 신호탄으로 하여 기사와 사설에서 집중적으로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자사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하여 국민투표를 강조하며 사실상 반대여론을 주도했다.

이를테면 '"수도 이전 왜 서두르나" / "국민투표 등 납득할 절차 거쳐야"'(14일자 1면 톱), '수도이전 찬성41 - 반대50% / "국민투표 실시해야" 59% / 본보 긴급 여론조사'(16일자 1면), '국민투표 여론 일축…일사천리 진행'(16일자 3면 톱), '전문가 66% "사실상 천도" 수도이전 설문조사'(17일자 1면), '서울시장 경기지사 수도이전 국민투표 요구'(17일자 1면), '"국민투표 해야" 국민-전문가 모두 우세"(17일자 3면 톱), '국민투표 약속 쟁점화'(18일자 1면 톱) 등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동아는 이렇게 행정수도 건설을 '천도'로 규정하고, 국민투표를 고리로 국민들의 마음을 붙들어놓은 후 집요하게 재를 뿌렸다. 6월 한 달의 사설 제목들을 보자.

'행정수도'에서 遷都로 바뀌었다면(10일자)
遷都, 밀어붙이기식은 곤란하다(12일)
遷都한다면서 국회건물 새로 짓나(15일자)
遷都, 이렇게 강행해도 되나(16일자)
수도 이전, 국민투표 필요하다(18일자)
수도 이전, 국회가 전면 재검토하라(19일자)
遷都와 언론개혁이 무슨 상관인가(19일자)
박근혜 대표, 수도 이전 입장 밝혀야(21일자)
수도 이전, 국회 열고 再論하라(22일자)
수도 이전'道 대항전'으로 가서야(23일자)
수고 이전, 檢證까지 막아서야(25일자)


이것을 과연 반대가 아니라 신중히 결정하자는 선의(善意)로 해석할 수 있을까? 강행하지 말라는 건 일단 계획을 포기하라는 뜻이다. 22일자 사설의 다음 내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야합의 특별법까지 만들었고, 정부가 이를 근거로 집행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원점' '새로' 운운하며 국회에서 재론하라는 게 반대가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는 박 대표의 사과가 수도 이전 문제를 원점(原點)에서부터 다시 따져보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윈원회의 85개 국가기관 이전계획 발표 이후 수도 이전 문제는 본질은 간 곳 없이 정쟁(政爭) 차원의 논쟁으로 비화된 측면이 적지 않다. 이제 정치논리가 아닌 국가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새로 접근해야 한다."(6월22일, '수도 이전, 국회 열고 再論하라')


다시 11월29일자 기사로 돌아온다. 동아의 기자는 "일부 시청자들도 '미디어…'와 '신강균….'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보도의 편향성을 문제삼았다"며 반대하는 세 명의 네티즌 의견을 골라 소개했다.

이런 걸 두고 아전인수(我田引水)라 하는 것이다. 기사의 결론을 결정해놓고 유리한 근거만 제시한 것이다.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이렇게 왜곡하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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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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