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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고등훈련기(T-50)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KAI 관계자와 군 관계자들이 미국 록히드마틴사와의 계약변경 과정에서 부당하게 8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정부에 부담케했다는 등의 업무상 배임혐의로 이들을 고발했고, 검찰은 현재 이 사건을 수사중이다. <오마이뉴스>는 T-50 사업에 대한 세 차례의 기획기사를 통해 한국 방산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체개발하고 있는 T-50의 주날개 부분의 결함 문제가 제기됐다.
ⓒ KAI의 T-50 홍보책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체개발하고 있는 공군 고등훈련기(T-50)의 주날개 설계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지만, 국방부와 공군은 이같은 결함을 인지하고도 땜방식 처방으로 넘어가려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당초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T-50의 주날개를 설계했지만, 계약 변경으로 인해 KAI가 그 책임을 떠안았고, 이로인해 한국정부가 록히드마틴사의 설계결함을 보완할 수억원의 시험비용을 부담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이같은 결함으로 인해 T-50이 군요구성능(ROC)를 충족시킬지도 미지수이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하려고 했던 공군의 당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공군과 KAI측은 "해당 결함은 T-50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결함중의 하나이고, 대안을 마련해 테스트를 하기로 이미 결정했다"면서 "공군의 T-50 양산 계획에도 차질을 빚는 일이 없을 것이다. 결함을 보완하면서 다른 부분에 대한 양산을 시작하면된다"고 반박했다.

▲T-50 동체와 주익 연결 부위에 균열 발생= <오마이뉴스>는 지난 2002년 8월 미공군이 F-16의 주익과 동체를 연결하는 Wing Attach Fitting(WAF)의 균열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설계실패사례(Design Failure) 보고서를 최근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 공군은 지난 2002년 F-16 WAF(Wing Attach Fitting)의 균열결함에 대해 F-16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사에 대책을 요구했다. WAF는 비행기의 동체와 주날개를 연결하는 주요 부품이다. 당시 록히드 측은 T-50 WAF 설계개념을 적용하여 새로운 WAF를 설계, 제작하여 교체하겠다는 대안을 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같은 시기에 1만1000여 시간의 내구성 시험(Durability Test) 중이던 T-50 WAF에서도 비슷한 결함이 발견되어 Design Failure 사례로 지적됐다. T-50의 내구성 관련 군 요구도(ROC)는 1만8000 비행시간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군의 ROC에도 미달된다.

이와 관련 KAI의 한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2003년 초에 이 부분에 대해 테스트하던 도중 WAF와 스킨(주익 하단 부분의 표피)에서 균열이 발생했다"면서 "1만1000시간이 지난 뒤에 이같은 균열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T-50 주익의 균열 지점은 예견된 위치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항공기 주익에 가해지는 하중(load)은 하중이동경로(load path)를 따라 이동하여 설계시에 WAF에 설정된 몇 개의 특정지점에 모이게 되고, 항공기 운영시 이러한 지점(control points)에 대하여 주기적인 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T-50에서처럼 예정된 위치가 아닌 곳에 균열이 발생하면 항공기 정비사들이 사전에 점검을 할 수 없다. 결국 비행사고를 아무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붉은 원 안에 위치한 3개의 부품이 시험 도중 균열이 발생한 WAF이다.
ⓒ KAI의 홍보책자

▲알루미늄 합금을 타이타늄 합금으로 바꾸면 문제 없다?= 공군도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2000년부터 3년여동안 록히드마틴사에 T-50 해외주익 개발 담당으로 파견근무했던 공군 장교가 록히드마틴사와의 부적절한 계약에 대한 지적과 함께 T-50의 주익 결함에 대해서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여러 차례 공군측에 보냈기 때문이다.

당시 록히드마틴사에서 파견근무를 했던 이성복(공군 중령 예편)씨는 "2002년 후반기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T-50 WAF의 결함을 공군에 서면으로 보고했고, 국방부 관계자에게도 구두로 알렸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양산 진입단계인 지금에 와서야 대책을 세우는 것 같다"면서 "공군과 KAI가 내놓은 대안은 주익의 재질을 알루미늄 합금에서 타이타늄 합금으로 바꾸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KAI측에 확인한 결과 이씨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다만 한창헌 KAI 헬기사업팀 선임과장은 균열의 원인과 관련, "하중에 대한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지난 9월 WAF의 재질을 알루미늄 합금에서 타이타늄 합금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수명분석 결과를 공군측에 제출했고, 이를 테스트하자고 공군측에서 승인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굳이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지만, 공군측에서 꼭 실험을 해야 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면서 "알루미늄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타이타늄 합금으로 대체하면 ROC의 기본 요구인 1만8000시간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공군 항공사업단의 이희우 대령은 '타이타늄 합금으로 테스트하면 완료시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9개월 정도 걸린다. 내년부터 T-50은 양산체제로 돌입하지만, 비행기라는 게 다른 부품부터 조립해도 되기 때문에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WAF 균열을 보완하는 방안에 대한 테스트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 즉 군의 ROC에 미달하는 상황에서 본격 양산체계로 들어갈 수 있을 지 미지수다.

▲ 기존의 WAF(왼쪽)과 KAI측이 대안으로 내놓은 WAF 형상(우측)이다.
ⓒ KAI 자료 제공

▲재질과 형상 다소 바꾼다고 설계 오류가 보완되나?= 이성복씨는 공군과 KAI측의 균열에 대한 대안, 즉 타이타늄 합금 대체 방안에 대해 크게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한국측에서 주익을 설계한 록히드마틴사에 WAF를 타이타늄으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했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들은 바 있다"면서 "나도 이에 대해 공군측에 보고서를 올린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WAF의 균열은 하중 해석(analysis)의 오류로부터 생기는 것이고 하중 해석을 다시해서 그 결과에 따라 재설계가 되어야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는 것"이라면서 "재질만 바꾸면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이로인해 파생될 많은 문제해결을 위한 비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더욱이 내구성 시험(Durability Test) 진행중 균열이 발생하면 그 균열의 발전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뒤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내놔야 하는 데, KAI측은 록히드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WAF로 교환하여 시험을 함으로써, 앞서 진행된 시험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이로인해 T-50 주익 구조물에 대한 기초정보의 부실을 초래하여 수명 판단에 결정적 오류를 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는 WAF 재질을 알루미늄 합금에서 타이타늄 합금으로 바꾸면 발생할 오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다소 기술적인 문제이긴 하나 관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개하기로 한다)

"단순히 WAF 재질을 타이타늄 합금으로 대체한다면, 주익 및 동체의 WAF와 연결되는 부위에 또다른 문제를 일으키게된다. WAF 재질을 상대적으로 단단한 강도(stiffness)의 타이타늄 합금으로 교체하면, WAF와 연결되는 주익의 Spar(주익 골격)와 동체의 Bulkhead(동체 골격) 부위에 집중적인 bending moment가 작용하여 또다시 예측하지 못한 부위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이와같은 이유로 관련된 모든부위에 대한 전체적인 재해석→ 재설계→ 재제작→재시험→ 양산 반영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또한, Durability Test의 목적은 WAF의 4~5개 control point와 이와 연결되는 관련부위의 1~2개 control point에 대한 내구성(균열발생시기, 균열진행 추세, critical crack size 도달시기 등) 확인이 목적인 바, 현재까지 2년 이상 진행돼온 test가 소용없게 된 상태에서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안전하단 말인가? 특정 부위에 균열이 생기면 그 부분의 재질만 강한 것으로 교체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 세상에 항공기를 만들지 못할 나라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공군과 KIA측은 "애초 설계한 형상과 재질이 수명 요구를 만족할만큼 충분한 강도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무게 증가를 최소화하면서 재질을 바꾸고 형상도 다소 바꾸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국방과학연구소와 품질관리소 두 기관과 회의해서 KAI의 제안에 대한 타당성을 판단했다"고 밝혔다.

6조4000억원 투입되는 대규모 방산사업이 부실?
[T-50 사업이란] F-16 도입 사업 때 절충교역으로 따낸 것

▲ 공군 고등훈련기 T-50
ⓒKAI 홍보책자
우리나라의 고등훈련기는 F5B, T-59 두 기종이 있다. F5B의 경우 30년 이상 사용한 노후기종으로 교체가 시급하고, 영국에서 도입한 T-59 역시 노후 기종이다. 따라서 공군은 지난 94년경부터 T-38를 리스형식으로 차용해왔다.

당초 공군에서는 T-59의 추가 구매를 원했지만, KTX-2(T-50 사업) 사업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경제성 측면을 고려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도입한 형식이다.

T-50 사업은 80년대 말에 F-16을 록히드마틴사와 기술도입생산사업(KFP) 계약을 맺으면서 절충교역 형식으로 따낸 것이다.

90년부터 탐색개발(사전준비)에 들어가 지난97년부터 오는 2005년까지 체계개발을 끝내고(96년 7월 KAI와 록히드마틴사와 공동추진 계약),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공군조종사 훈련용 비행기 94대를 국내에서 생산·개발(양산)할 예정이다.

체계개발이 끝날 무렵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관행에 비춰볼 때 T-50 사업은 현재 양산의 시작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당초 T-50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사와의 공동사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KAI는 2002년 10월 주날개를 국내에서 생산하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납품업자인 록히드마틴사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이 과정에서 자사가 부담해야할 보상금(개런티) 8000만 달러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사실상 록히드마틴사의 설계 결함에 대한 책임도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공군 항공사업단 이희우 대령은 "주익의 결함에 대한 테스트 비용은 7억원 정도이고 항공사업단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T-50 사업은 체계개발과 양산에 이르기까지 총 6조4000여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방산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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