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전을 통해 유관순 열사의 신·구 영정을 제작한 장우성 화백의 친일 행적을 폭로하는 물증을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친일의혹이 끊이지 않는 장우성 화백의 유 열사 영정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전쟁 승리 기원하는 ‘부동명왕상’
지난 15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독립기념관 대한민국임시정부관 특별기획전시실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식민지 조선과 전쟁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회는 일제 식민통치의 잔혹성이 극에 달했던 ‘전시총동원체제기’(1947∼1945년)를 중심으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을 미화·찬양한 친일미술의 실상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전시회의 한쪽 벽면 전체는 ‘친일미술의 전모’라는 제목 아래 대표적인 친일화가로 분류되는 17명 화가들의 약력과 작품이 패널로 제작, 부착돼 있다. 이 중에는 유관순 열사의 신·구 영정을 제작한 장우성 화백도 포함돼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전시회에서 밝힌 장우성 화백의 친일 근거는 두 가지. 장 화백의 ‘조선미전 수상식 답사’ 내용이 실린 1943년 6월 16일 <매일신보> 기사와 반도총후미술전에 출품하려고 했지만 운반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출품 못한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패널에 실린 매일신보 기사에는 '1943년 6월 조선미술전람회 창덕궁상 수상 시상식에서 대아 학무국장이 결전하 예술가의 두 어깨에 지워진 임무가 중대함을 강조하는 열렬한 인사를 하자 일동을 대표하여 동양화의 장우성 화백은 감격에 떨리는 목소리로 총후 국민예술 건설에 심혼을 경주하여 매진할 것을 굳게 맹세하는 답사를 했다'고 적혀 있다.
또한 전시 패널에는 장우성 화백이 반도총후미술전에 출품하려고 했지만 운반 도중 비를 맞아 작품이 훼손돼 출품 못한 부동명왕 조상의 모델 사진도 실려 있다. 설명에서 민족문제연구소측은 “부동명왕은 일본화가들이 전쟁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즐겨 그린 소재”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영정 폐기하고 새 제작자 물색해야
이에 대해 장우성 화백측은 관례적인 시상식 답사와 작품에 대한 일방적인 해석을 근거로 친일화가로 규정짓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우성 화백이 세운 월전미술관의 유철하 학예실장은 “당시 조선미전은 화가들의 유일한 등용문이었고 부동명왕상은 평화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동명왕상은 일본불교에만 존재한다”며 “부동명왕의 힘을 빌려 영국과 미국을 축출하고 일본 승리를 기원하는 전형적인 전쟁화”라고 반박했다.
박 연구위원은 친일행적의 장우성 화백이 유관순 열사 영정의 제작자로 두 차례나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친일행적자가 반성이나 자기극복 과정 없이 유 열사 새 영정의 제작을 자청한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지역시민단체의 반응도 비슷했다. 장기수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장우성 화백의 친일행적이 입증된 만큼 문화관광부의 영정심의와는 상관없이 천안시는 장 화백의 유 열사 영정을 즉각 폐기하고 새로운 제작자를 물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우성 화백이 새로 제작한 유관순 열사 영정은 지난 6월말 개최된 문화관광부 동상영정심의위원회에서 보완지시를 통보, 12월 열리는 위원회에서 재심의될 예정이다. 장우성 화백측은 보완을 거쳐 영정은 완성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