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광고 이사장님, 교장선생님 이하 관계자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벌써 한 달여 넘게 강의석군의 제적을 둘러싸고 미션스쿨 내의 설립이념과 학생 개인의 종교선택의 자유 중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네요. 그런 와중에서 학교의 처분을 비판한 교목실장님도 직위해제 되었고, 강의석군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을 제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이 처음으로 보도되기 시작할 때부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간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자세히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 일이 제가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대광고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서 전 안타까움보다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처음에 가졌습니다.

수 십년 간 휼륭한 기독교 교육의 모범을 보여 온 명문고에서 이 일을 지혜롭게 잘 처리하셔서 다른 미션스쿨의 좋은 전범을 보여주실 것으로 내심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보여주신 처분과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개인적인 안타까움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언론들에서 매우 선정적으로 학교의 처분을 묘사하고 기사화하는 동안에도 저는 교장선생님 이하 많은 선생님들이 결코 이 문제를 쉽게 고민 없이 처리하셨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뉴스앤조이>에 실린 교장선생님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제 이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의 안타까움과 걱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 분들과는 또 다른 몇 가지의 측면에서 저는 이번 학교의 처분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첫째, 오랜 세월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기독교의 대표적인 고등학교에서 이번 일을 단순히 학교의 설립 이념에 기반한 교칙을 거부한 학생에게 내려진 당연한 처분이라고 여기시는 인식을 보였다는 점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논리라면 성리학을 국시로 하여 건국된 조선왕조가 조선의 전통을 인정하지 않는 이교인 기독교를 박해하고, 그 포교를 금지했던 것 역시 조선의 당연한 국법과 규칙에 따른 정당한 행위입니다. 순교와 박해의 역사를 자랑스러워 하시면서 동시에 강의석군을 제적시킨 행위를 정당화하시는 것은 심각한 논리적 모순입니다.

마땅히 개인의 종교권 같이 인류역사의 오랜 경험을 통해서 그 정당성이 인정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우선시되는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는데 있어서 오랜 세월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기반으로 오늘날의 성장을 이룬 한국 기독교의 경우는 더욱 민감해야 합니다.

둘째, 이번 학교측의 처분이 학교의 명예와 한국 기독교의 사랑에 기반한 전통에 심각한 훼손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학교측에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이번 일이 다른 학교가 아니라 대광고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명예가 실추된 것이 아니라 한국 기독교의 사랑과 포용의 자랑스런 전통과 심각하게 배치되었기 때문에 명예가 실추된 것입니다.

많은 예를 들 필요 없이 누구나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손양원 목사의 경우를 떠올려보십시오.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이는 데 관여했던 사람을 자신의 양자로 삼았던 그분의 행적과 이번에 학교에서 보인 처분 사이에는 심각한 단절이 있지 않습니까? 원수조차 사랑하고 포용하던 그 전통이 어떡해서 자신들이 아끼던 제자를, 그것도 대학입시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 이렇듯 가혹하게 제적하는 처분으로 이어졌단 말입니까?

셋째, 기독교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말 너무 고통스럽게 절 회의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제적','퇴학'이라는 말은 교육과는 병행될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교육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숭고한 이념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피교육자에 대한 발전과 변화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기반 하는 미션스쿨에서 제적이라는 처분이 내려졌다는 사실에서 전 기독교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심각히 회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간단히 강의석군이 다른 학교로 전학하였으면 되었다고 말씀하는 것을 보면서도 전 마음이 많이 답답해짐을 느꼈습니다. 이 일은 강의석으로 대표되는 종교권의 자유을 원하는 다른 많은 학생들 전체와 관련된 문제이지 강의석군을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낸다고 간단히 끝날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의석이를 품어보려고 하지는 않고 그냥 다른 학교로 갔으면 모든 것이 무난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포기에 '성급한' 한국 기독교 교육의 속성을 발견한 것 같아서 괴로웠습니다.

넷째, 이번 처분으로 강의석군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에 동정하였고, 나아가 이제 더이상 의석이에게는 기독교의 많은 좋은 가르침들이 전해지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강의석군은 대학입시를 앞둔 고3이었습니다. 어느 시기보다 중요한 시점이지요. 그런데 공부에만 집중해도 부족할 시간에 학생의 신분을 박탈당하고는 자신이 몸담던 학교를 상대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았음은 물론이지만 이후의 결과에 따라 더 많은 상처가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의석군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이렇게 가혹한 처분을 내린 학교와 그 학교가 따르고자 하는 그리스도를 분리시켜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의석이와 그의 가족들은 대광고등학교 뿐 아니라 교회와 그리스도 모두를 원망하며 남은 생애 내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 거의 자명합니다. 이것이 진정 미션스쿨로서의 대광고등학교가 원하고 바라는 결과란 말입니까?

정말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다시 부탁드립니다. 강의석군에게 내려진 제적 처분을 취소해주시고 의석이를 품어주십시오. 다른 고민 없이 늘 함께하던 친구들, 선생님들과 같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의석이가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날이 언젠가는 오길 고대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의석이가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가능성만은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아가서 이번 일을 계기로 대광고등학교가 앞장서서 미션스쿨 내에서 행해지는 기독교 종교 교육이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선하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시작하였으면 합니다.

기독교를 이미 신앙하거나 관심이 있는 이들만 받아들이는 방법을 고민하시거나 정부에 바라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기독교 교육의 최종 목적이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일진데 편하게 이미 신앙하는 이들만 모아서 교육하시겠다는 것은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학생의 60~70%가 비신자로 구성되는 현 공교육 체제의 고등학교 진학 절차가 기독교 교육의 목적이 가장 선명하게 제시될 수 있는 체제로 보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학교라는 틀 안에서 선하게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3년이나 끼칠 수 있는데 왜 기독교인들만을 받아야겠다는 말씀을 하십니까?

다만 지금과 같은 예배와 종교 과목의 강요는 마땅히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 특활 시간의 하나로 주어지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그리고 나서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셨듯이, 또 바울이 그러하였듯이 선생님들 모두가 학생들과 함께하는 낮은 섬김의 자세를 보여주십시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그럴 때 학생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친한 벗이 이런 구절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자유하였으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 (중략) 약한 자들에게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여러 사람에게 내가 여러 모양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몇 사람들을 구원코자 함이니 내가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행함은 복음에 참예하고자 함이라'(고전 9:19-23)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