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가족은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기거합니다. 새벽에 가게를 마치고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있는데 누군가가 가게문을 두드립니다. '어! 이상하다. 이 시간에 누구지?'하고 뛰어 나가보니 남편 친구가 술에 취한 상태로 서있더군요.

"하이고, 또 술 마셨어요? 술 취했으면 집에 들어갈 일이지 뭐 하러 남의 집 문을 두드려요? 송수근씨(남편) 자다 깨면 어쩌려구요."

"(멋쩍은 표정으로) 미안해요. 미경씨. 내 말 좀 들어보소! 친구 몸도 안 좋은데 보약이라도 좀 지어주소."

남편과 함께 모임에 참석했던 그 친구는 남편의 건강이 걱정이 되어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문을 두드렸던 것입니다.

"나는 술 취한 사람하고는 말 안 하니까 빨리 집에 가요! 내가 술 냄새 풍기면서 해롱해롱 하는 사람 제일 싫어한다는 것 몰라서 그래요?"

"나, 술 안 취했어요. 정신 말짱해요."

"그래요. 술 안 취했네요. 술 취한 사람들은 항상 자신은 술도 안 취하고 정신 말짱하다고 하데요."

술을 전혀 못 하는 저로서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주정꾼들을 이해 못했습니다. 이런 저를 잘 아는 남편 친구들은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거나 얼굴이 벌개 지면 아예 가게에 발을 들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어쩌다 가게에 들어오게 되면 순간 신경이 곤두서고 제 얼굴빛이 확 변해버리는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집에 가라고 떠밀듯이 해서 남편 친구를 겨우 택시에 태웠습니다. 탑승한 뒤 그래도 정신이 조금은 남아 있는지 씩 웃으며 "술 깨면 내 친구 마누라 얼굴 우예 보노"하며 고꾸라지더군요. "앞으로 제발 안 봤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택시 기사 아저씨께 "죄송하다"는 말을 한 뒤 문을 닫았습니다.

어느 날 밤, 꽤 늦은 시간에 가게 앞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밖에 나가보니 만취한 아저씨가 차 범퍼에 엎드려 잠을 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곧바로 일어나서 걷는데 얼마나 우스운지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한 발짝 뒤로 세 발짝 계속 반복해서 걸으니 진도가 있을 리 없습니다. 대체 어느 세월에 집에 갈 수 있을런지 걱정이 되더군요.

어느 날 손님이 가게에 들어서며 "큰일났어요! 사람이 도로 중앙에 누워 있어요" 하며 놀란 기색으로 말을 합니다. 깜짝 놀라 나가보니, 정말이지 도로 한가운데에 큰 대자로 드러누워 있는 것입니다. 마침 집에 있던 남편이 멀리서 오는 차량들에게 주의하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는 급히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남편과 지나는 행인이 만취한 사람을 인도로 조심스레 옮겼기에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손님이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사고가 생겼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환한 불빛이 있는 도로도 아니고, 시골의 한적한 도로이니까요.

실제, 늦은 밤 만취한 상태로 무단 횡단을 하던 사람이 차에 치여 구급차에 실려 간 적도 있었습니다.

며칠 전 저녁, 누군가가 가게 유리를 "툭툭" 세게 치는 것이었습니다. 나가보니 50대로 보이는 어떤 아저씨가 만취해 잠을 자며 손으로 유리를 치고 있더군요.

"아저씨, 여기 바닥에서 주무시면 추워서 감기 걸릴지도 몰라요. 집에 가서 주무세요."

"(겨우 몸을 일으키며)아, 네. 죄송합니다. 조금만 누워 잘게요."

"댁에 가서 편히 주무세요. 여기는 불편하고 추워서 안돼요."

"저, 서울이 집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떠돌이 생활 하고 있어요. 사는 게 정말 힘드네요."

'사는 게 힘들다'는 말에 마음이 아파 옵니다. 정말, 사는 게 힘들다는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알기에….

TV를 보면 취객들을 상대로 절도나 폭력을 휘둘러 강도 행각을 벌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몸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지나친 음주를 해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하더군요.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밤에는 만취한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힘들지 않고 언제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더라도 과음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불미스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