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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항쟁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가장 먼저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렸던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67·Juergen Hinzpeter)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공영방송 ARD-NDR 일본 특파원이었던 80년 당시 목숨을 걸고 학살의 현장을 취재하면서 한국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었던 그가 지난 3일 지병인 심장병으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것.

▲ 광주광역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글
ⓒ 석희열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도 그는 가족들에게 "죽으면 나를 광주에 묻어달라"는 말을 반복해서 남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광주는 그를 허(許)하라'는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7일 한 네티즌(닉네임 '감자꽃 필 무렵')이 '위르겐 힌츠페터(Juergen Hinzpeter)에게 망월동을 허하라'는 제목의 네티즌 서명운동을 서프라이즈 홈페이지에 제안하면서 시작된 '위르겐 힌츠페터 광주 모셔오기'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광역시의 공식 입장이 오는 10일께 나올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프라이즈 서명게시판이 개설된 이후 서프라이즈 서명게시판과 광주광역시 자유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백개의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광주광역시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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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이 '부산에서'라는 네티즌은 "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비밀리에 입수한 독일과 미국에서 발행된 잡지에 게재된 광주항쟁 사진과 기사를 읽고서 광주와 우리나라의 현실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며 "그를 명예 광주시민으로서 5.18묘역에 모시는 것은 우리 모두의 감사를 표시할 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여'라는 닉네임을 쓰는 네티즌은 "그분의 숭고한 정신을 영원히 곁에서 지키고 싶다. 얼마나 광주를 사랑했으면 죽음에 이르러 광주에 묻히고 싶다고 했겠느냐"며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망월동 묘지로 모실 수 있도록 광주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닉네임이 '판도라'인 네티즌도 "1980년 5월 그날의 진실을 오로지 기자의 양심과 소신에 의해 알렸던 사람은 대한민국의 기자가 아니라 푸른 눈을 가진 독일의 기자였다"며 "그렇기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았다 해서 광주 망월동에 묻힐 수 없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음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고 광주시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 사회복지과 차동준 계장은 "현재 조례상으로는 위르겐 힌츠페터를 시립 공설묘지에 매장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네티즌들 사이에 공설묘지에 매장했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18 관련 단체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면서 혼수상태에 빠진 위르겐 힌츠페터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전하고 "오는 28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시조례 개정을 전제로 사고가 생기면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995년 현직에서 물러난 위르겐 힌츠페터는 지난해 80년 광주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아 전세계에 보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청암언론재단이 주는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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