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역사상 동아시아를 지배한 가장 강력한 제국은 중국이었다. 그들은 중국(中國)이라는 국호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세계의 중심국가를 원했고, 실제 역사적으로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중국은 단순한 영토적 측면에서 제국이라는 의미를 넘어, 문화적으로도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동아시아에서 형성된 한문문화권과 이로 인해 형성된 유교문화권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중국이 동아시아의 정신적 맹주를 자임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 의식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공산주의를 표방해온 50년 동안 경제적으로는 낙후된 길을 걸어왔다. 이에 비해 스스로 주변국으로 이해했던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은 눈부셨고, 이렇게 되면서 한국과 일본은 정신적으로 중국으로부터 독립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패배감은 여기에 있다.

관련
기사
[주장]한·중 역사전쟁, 이제 시작이다

지금 현재로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를 따라잡아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이들이 공산주의 경제체제에 자본주의를 도입하면서, 나름대로 급속한 경제성장의 일로에 서 있다. 중국인들은 머지않아 경제적으로도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자신감에 물들어 있다. 지난 유인 우주선의 발사는 이러한 그들의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이러한 중국의 자신감을 역사적으로 회복시키려는 것에서 출발한다. 동아시아 맹주를 자신했던 중국의 화려한 역사를 복원함으로써 중국인들의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동아시아에 대한 정신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 첫 대상이 바로 한국이다. 일본은 중국과 국경을 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과는 군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의 군사와 문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실제 한국 역사에서 고려 중기 이후 한반도는 중국의 제후국이었다. 황제의 지위를 잃어버린 왕의 국가였던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에도 힘이 왕성했던 역사는 분명히 있다. 그것이 고구려의 역사이며, 이후 발해로의 역사적 길을 걷는다. 고조선으로부터 고구려로 이어지는 역사의 중심은 한반도가 아니라 광활한 만주벌판이었다. 이 당시 고구려는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강한 나라였던 것이다. 그리고 아래로는 백제·신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중국과 당당하게 맞섰던 고구려의 역사는 한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울 수 있는 역사이다. 그 이후 고려와 조선의 대중국관계는 실제 굴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중국이 당당하게 동아시아의 맹주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국이 왜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로 보려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로 편입되면, 고구려의 전사(前史)에 해당하는 고조선 역시 중국의 역사이며, 고구려의 후사(後史)인 발해의 역사 역시 중국의 역사이다. 중국과 당당하게 맞섰던 한반도의 역사는 모두 중국의 역사로 편입되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중국의 역사적 영향력이 이미 한반도를 뒤덮고 있었던 것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의 영토를 한강 이북 전체로 설정할 수 있는 근거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지금의 국경내에 존재했던 모든 역사를 자신의 역사로 해석하겠다는 그들의 입장은 명분에 불과하다.

중국은 천천히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이제 한 번 해 볼만한 상태에 올랐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서 그들은 제국으로서 동아시아를 호령했던 옛날 역사를 다시금 되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신제국주의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첫 작업이 바로 역사적 정당성의 확보이다.

고구려만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킬 수 있다면, 한반도의 모든 역사는 중국에 복속된다. 이는 한족 팽창의 역사로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그들의 역사관을 입증해 주는 근거인 동시에, 동아시아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이기도 하다.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국경은 잃어버려도 다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를 잃어버리면 그것은 회복할 길이 없다.

특히 지금 우리가 침략 당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자심감에 찬 3000년의 역사이다. 이것을 잃는 것은 우리 민족에 대한 자존심을 깡그리 잃어 버리는 것이며,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신제국주의를 저지할 수 있는 역사적 정당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