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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왜곡 기도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일부 학자들에 의해서 제기되어 오던 문제가 지난 10월 12일 'KBS 일요스페셜'에서 <한·중 역사 전쟁 - 고구려는 중국사인가>라는 제목으로 다루어지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역사학계는 대책마련에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더불어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개진되고 있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동북공정, 이 말을 언뜻 들어보면 무슨 공사이름인 듯 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북경 사회과학원 산하의 한 연구소 주도로, 동북 3성의 사회과학원과 그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들이 총 동원되어 이루어지고 있는 대규모 연구프로젝트이다.

5년 간 사업비만도 2백억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3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중국의 경제현실을 고려했을 때,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중국 역사에 대한 재해석이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단순 재해석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그들이 목표하고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의 내면에는 중국이 지향하는 '통일적 다민족국가'의 원리가 숨겨져 있다. 중국은 한족을 중심으로 55개의 소수민족이 만든 국가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동북지역은 만주족과 조선족을 중심으로 한 역사였으며, 지금 조선족 역시 중국의 일부를 이루고 있으므로 이 지역의 역사 역시 중국의 역사라는 관점이다.

역사 연구에 정치적 색채가 강하게 깔려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것은 근래 조선족들의 한국국적신청 운동과 물려서 상당한 정치적 신경전을 예상케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색채를 띤 역사 연구의 주된 목표가 바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라는 점이다.

그들의 이론대로 하면 현재 중국 국경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역사는 중국의 역사이므로 고구려사와 발해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가 아니라 중국의 역사가 된다. 이것은 최근 돌출된 것이 아니라,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루어 질 때부터 물밑으로 추진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동북지방을 여행하면서 발해와 고구려를 중국 당나라의 지방정권 혹은 속국으로 표기해 놓은 것을 직접 본 사람도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집안(集安)일대의 고구려 유적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그것을 내년 6월에 소주(蘇州)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평양의 고구려 고분군과 함께 세계 문화유산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만약 여기에서 평양의 고구려 고분군이 지정되지 않고, 집안 일대의 고구려 유적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면 그것을 한국의 역사로 빼올 수 있는 길은 막연해 질 가능성이 있다.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이들의 논리 자체는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국경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역사가 그들의 역사라면 훗날 국경이 변했을 경우 없어진 국경만큼 역사를 들어낼 것인가? 분명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 속에 국경은 포함될 수 있어도, 국경 속에 역사를 포함시킬 수는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작업의 의도에는 이후 남·북한이 통일 되었을 경우를 예상해서, 지금의 국경을 견고히 하려는 목적이 깊게 배여 있다. 특히 조선족들이 흩어져서 살고 있는 동북3성은 문화적으로 한국에 더 가깝다. 국경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화와 역사를 같이 공유하게 될 경우, 조선족들의 중국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한 문제이다.

동북공정이 국경분쟁의 가능성을 역사의식을 통해 미리 막으려는 정치적 공정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중국이 진행하는 동북공정이 그들의 의도대로 성공한다면 이것은 한국 역사에 상당한 문제를 남기게 된다. 단순한 역사 왜곡의 의미를 넘어서 한국의 역사 자체를 중국의 역사로 떠 넘겨줄 수밖에 없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현재 중국 교과서에는 이미 발해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켜 놓고 있다. 발해문제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예민하게 반응하며, 한국인들의 중국 내에서의 발해 연구에 대해서도 상당한 거부 반응을 보인다. 이미 자신들의 역사이므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은 동북공정을 통해서 평양천도 이전의 역사만을 중국 역사로 기록해왔던 기존의 입장을 바꾸어서 고구려사 전체를 중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고조선의 역사 역시 자연스럽게 중국의 역사로 편입되게 되며, 따라서 한국의 역사는 한강이남에서 이루어졌던 반쪽짜리 역사와 고려·조선의 역사밖에 남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약 3000년 정도의 역사를 중국에 넘겨주는 꼴이 된다. 동시에 공간 역시 한강이남으로 축소되어, 이후 새로운 영토분쟁의 가능성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정신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대(大)한민국이 아닌, 소(小)한민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동시에 동북공정을 인정해주게 되면, 동아시아 역사를 한족 팽창의 역사로 이해해 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중국의 한족 중심의 역사관은 자신들의 역사를 끝없는 한족 팽창의 역사로 규정한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역사는 실제 한족과 다른 민족들과의 끝없는 교섭의 역사이다. 이 사이에서 국경의 의미는 교섭되는 힘의 편차에 따라서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북공정의 역사관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동아시의 역사는 끝없는 한족의 팽창사로 규정되며, 그 속에서 한국 및 기타 동아시의 국가들의 역사는 동아시아 주변의 역사로 전락하게 된다.

무엇을 해야 하나?

이제 남은 것은 전문가들의 힘있는 단합력과 그것을 밀어줄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 그리고 범정부차원의 지원뿐이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전쟁을 준비해 왔다. 침략이 시작될 즈음에 부랴부랴 꾸려진 우리의 준비태세는 아직 너무나 미미하다. 그러나 침략은 시작되었고, 지금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막아내야만 한다.

특히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북한과의 밀접한 연계는 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고구려 유적들이 거기에 있으며, 따라서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밀접한 연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반드시 나서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직 정치적 장애상황이 남아 있는 단계에서 남·북한의 전향적인 태도가 없다면 우리의 역사는 눈뜨고 빼앗기는 현실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은 3000년 우리의 역사를 빼앗기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기로에 서 있다. 안이한 대처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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