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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아르바이트생이 놀이기구와 비상계단 사이 레일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던 롯데월드 "혜성특급" 입구. 5일 "혜성특급" 운행은 일시중단된 상태다.
ⓒ 강이종행
또 한번의 안전 불감증이 한 청년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4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 송파구 L에서 아르바이트생 김아무개(19. 경기 하남시)군이 고장난 놀이기구를 견인하던 중 레일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혜성 특급' 놀이기구가 승차장 전방 약 10m 지점에서 고장으로 갑자기 멈췄다. 롯데월드 측에서는 관람객들을 대피시켰고, 이후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기구(회사측에서는 '비클'이라고 부름)를 수동으로 승차장까지 끌고 갔다.

이날 사고는 동체를 밀던 중 기구가 구동바퀴에 닿으면서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고, 김군의 다리가 기구 좌석과 기구 옆 비상 계단 레일에 끼면서 일어났다고 한다. 그 상태에서 김군은 약 1.5m를 끌려갔다고 한다.

이후 구급차에 실려 근처 현대아산병원 응급실에 옮겨졌으나 다리와 골반부분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서는 이 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사건 직후 여러 매체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 하지만 단순 보도 이상은 아니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건과 관련 밝혀지지 않은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1. 사고 이전 두 번이나 같은 경우 있었는데 작업 계속해야 했나

▲ 뒷편 터널 10m부근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롯데월드 측에서는 사고 현장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
ⓒ 강이종행
사건 당시 함께 놀이기구를 견인하던 아르바이트생 중 두 명이 사고 직전 김군처럼 기구와 계단 사이에 다리나 몸이 빠졌다고 한다. 만약 기구가 구동바퀴에 올라갔다면 김군 이전에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컸다.

처음 기구가 멈춘 뒤, 곧바로 정비팀 직원 5명이 점검을 했다고 한다. 이상 없다는 결론이 난 뒤 아르바이트생 3명을 불러 승차장까지 기구를 옮기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의치 않아 2차로 3~4명을 더 투입했고 이마저 힘에 부쳐 3~4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여러 차례 기구를 움직이려 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다리가 빠졌다는 아르바이트생은 "발판(비상계단)이 좁았기 때문에 발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라며 "순간 위험하다고 느꼈고 아찔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몸 전체가 기구 밑 레일까지 떨어진 아르바이트생도 있었다. 그는 "기구가 멈춘 지점이 U자형(계곡처럼 파임)으로 돼 있기 때문에 기구를 뒤로 잡아당겼다가 앞으로 미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는데 기구를 뒤로 당기던 중 발을 헛디뎌 그냥 푹 빠졌다"고 설명했다. 현장취재 결과 비상계단의 폭은 약 50cm정도였다.

이에 대해 롯데월드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이 (위험한지)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경찰조사 결과가 나거나 자체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적극 수용,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2. 안전교육은 왜 하지 않았나

더 문제는 작업이 이렇게 위험한 일인데도 작은 안전교육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총 11명 중 7명이 1~2달 된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고 KBS 뉴스에서 보도한 바 있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가장 처음 인원이 투입됐을 때 바이저(매니저)가 '구동바퀴에 닿으면 빨라지니 조심해라'고 설명했지만 이후 투입된 친구들에게는 안전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도 "조심하라는 등의 주의를 듣지 못했다"며 "위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아르바이트생은 "구동바퀴에 기구가 올라가면 빨라지는 것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진술해 안전교육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추측했다.

이와 관련, 롯데월드 관계자는 "그 자리는 13년 동안 단 한번도 기구 오작동이 없던 지점"이라고 강조한 뒤 "특수한 경우였다고 판단한다, 만약 가끔씩 사고가 났다면 그 친구들을 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 숨진 김군은 3번 기구를 끌다 사고를 당했다.
ⓒ 강이종행

3. 기구 작동이 멈춘 적 없다?

'혜성특급'은 95년 1월 27일에 스위스 인타민 사로부터 수입, 제작됐다. 매일 자체 점검이 이뤄지고 (사)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에서 정기적으로 나와 기계 점검을 한다고 한다. 사고 당일 아침 일일 점검 평가는 '양호'. 최근 검사일은 2003년 2월 7일이고 법정유효기간은 2004년 2월 10일. 때문에 기구 작동이 멈춘 경우가 없다고 롯데월드 측에서는 밝혔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의 진술은 달랐다. 6개월 여 근무했다는 한 아르바이트생은 "사고 지점에서는 처음인 걸로 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자주는 아니더라도 중간에 기계가 멈춘 적이 있고, 우리(아르바이트생)가 투입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무자도 "직접은 아니지만 한 직원이 이전에 멈춘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롯데월드 측에서는 이에 대해 "(진행) 중간의 경우, 구동장치가 있어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100% 안전하다는 모노레일 등 기구도 안전사다리를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4. 굳이 일을 빠르게 처리했어야만 했나

▲ 사고 장소는 성인 한뼘보다 긴 비상선 정도 공간도 비어있다. 그 사이에 김군의 다리가 빠졌고 이전에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 강이종행
한 아르바이트생은 "몇 번 시도가 실패한 뒤 승차장에서 기다리던 손님들을 밖으로 내보냈다"며 "그 뒤 계속해서 무리하게 기계를 끌어올려야 했는지"라고 지적했다. 점검을 나온 기술진들이 너무 급해 보였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는 다른 아르바이트생들 입을 통해서도 반복됐다.

무게가 있는 기구를 계속해서 움직이다 보니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지쳤고 사고의 가능성이 늘었기 때문이다. 손님을 내보낸 뒤에 천천히 일을 진행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서 KBS 보도에서 한 목격자가 "그때 정비팀이 약간 무리하게 작업하려고 했습니다, 사고 나기 전까지 열차가 안 올라갔으면 저도 힘이 들어서 더 이상 못 하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사고가 났어요"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월드 관계자는 "그 상황이라면 기다리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우선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조급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5. 사고 처리 절차는 옳았나

또 하나의 문제는 사건 처리 절차다. 우선 롯데 월드에는 의무실과 의사까지 있는 의료센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 직후 당시 근무자가 사내 의무실 내지 의료원보다 119 신고가 우선일 것이라고 판단했고 119와 롯데 관할 병원인 서울병원에 곧바로 신고했다고 한다. 이 중 서울병원의 구급차가 먼저 와서 사고자 김군을 현대아산병원으로 옮겼다.

그런데 신고 뒤 사고자 김군을 의료진이나 구급대원의 도움 없이 들것으로 입구로 옮겼다는 것이다.

서울종합방제센터 관계자는 "기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함부로 사고자를 빼내면 안 된다"라며 "2차 부상 위험이 더 무섭기 때문에 구조대가 기계의 틈을 벌린 뒤 안전하게 꺼내야한다"고 설명했다. 사고자의 체온만 유지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고 당시 "롯데월드 측의 사고처리 과정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는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한다. 5일에는 경찰과 과학수사연구원에서 현장 검증을 마쳤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김군의 시신은 서울 현대아산병원에 안치돼 있다. 유가족 측은 롯데월드와의 보상금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 김군은 서울 현대아산병원에 안치돼 있다.
ⓒ 강이종행

롯데월드 "책임 통감한다"

롯데월드 측에서는 이번 사건의 책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고객과 직원들의 안전문제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며 "처벌받아야 부분은 있다면 당연히 받겠다"고 말했다.

잊혀질 만 하면 화두에 오르는 표현이 '안전불감증'이다. 실수는 누구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일 것이다. 김군과 함께 기구를 끌었던 동료 아르바이트생의 말이다.

"거기(구동바퀴)에 닿아서 스피드가 빨라지는 것을 알았다면 속도가 났을 때 손을 놨을 것이다. 아니면 점검반에서 손을 놓으라고 사인이라도 했다면 위험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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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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