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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우리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좀더 깊이있는 분석과 대안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안칼럼]을 신설합니다. 매주 2차례에 걸쳐 <대안연대회의>소속 국내외 학계와 연구소 전문가 17명이 칼럼진으로 참여할 예정입니다.(칼럼진 명단은 아래 덧붙인 글 참고) 이번 글은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의 글을 싣습니다. - 편집자 주


▲ 전교조 서울지부 조합원 1000여명이 2일 오후 서울 사직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를 허용하기로 한 정부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아직도 교육행정서비스(NEIS) 시행 여부를 둘러싸고 교육계와 정부가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오락가락 하는 교육부의 입장으로 일반 국민들은 혼란에 빠져있고 또한 교육계는 전교조와 교총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교육행정서비스가 낯설 뿐만 아니라, 그런 것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국교육의 핵심적인 문제는 행정서비스 통합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때문이다.

한국교육의 본질적인 병폐는 내버려 둔 채, 교육행정을 둘러싼 대립이 교육계와 정부, 교육계 내부에서 첨예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이하기 때문이다.

교육행정서비스의 근본 문제는 행정편의와 불편간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예산을 지금까지 얼마를 썼느냐 하는 돈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교육행정서비스 문제는 한국이 민주주의 사회인가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이다.


NEIS문제는 민주주의 사회인가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

한국의 교육은 입시위주의 교육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엄청난 사교육비와 피나는 입시경쟁, 그리고 대학에 들어온 지 6개월이면 다 잊어버리는 많은 내용을 수년 동안 반복적으로 암기하는 암기식 교육, 그리고 고등학생의 수능 점수에 따라서 서열화된 대학체제 등…. 한국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외면한 채, 교육행정만 디지탈화하면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착각을 교육행정서비스는 반영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시민교육이나 인권교육을 담당해야 할 교육기관이 앞장서서 학생, 학부모의 인권을 유린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권위주의로 물든 학교체제, 군대식 훈육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교사, 학생에 대한 통제와 규제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교사…. 1987년 이후 많은 영역에서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학교는 민주주의가 아닌 권위주의의 산실로 기능하고 있다.

행정편의를 위하여 민주주의 가치를 무시하는 교육자 단체가 한국의 21세기를 짊어질 미래의 주인공을 어떻게 교육시킬 수 있는가. 20세기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정신으로 무장한 교육자들이 21세기를 살아갈 세대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가. 교육자들이 비전을 보여주고, 스스로 성찰하는 자세를 보여줄 때만, 학생들은 교사들로부터 미래 삶에 대한 준비를 배울 것이다.

민주주의 인권 국가를 만들기 위하여 가장 필요한 것은 인권교육이다. 인권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인권교육은 누가 담당하는가? 현대사회에서 그것은 공공교육의 몫이다.

그러나 한국의 공교육은 오직 입시 경쟁만을 부추기며, 많은 교장들과 교사들은 아직도 소위 일류대학에 합격한 학생의 숫자를 가지고 교육성과로 들먹이고 있다. 이러한 교장과 교사들이 있는 한, 공교육을 통하여 민주주의 시민은 배출되지 않는다.

교육행정서비스 문제는 교육 그 자체에서 사고되어야 한다. 행정적인 관점에서 교육을 생각하는 순간, 교육은 도구적인 수단으로 전락하고, 학생은 교사들의 직업을 유지하게 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교육행정서비스 문제는 교육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권위주의 교육자는 새로운 세대 교육시킬 자격 없다

▲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지난 5월 29일 국회 교육위에 출석해 NEIS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국의 교육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행정편의를 위해서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시되는 순간, 한국의 교육은 교육자들에 의해서 스스로 망쳐지게 될 것이다. 아직도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는 교육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세대를 교육시킬 자격이 없다.

교육자들은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야만 한다. 교육자들이 자신을 성찰하지 못하고 권위만을 찾으려고 할 때, 우리는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없다. 더 나아가 학생과 학부모의 인권이 유린되는 것을 교육자들이 앞장서서 요구할 때, 학생과 학부모는 그러한 교육자들을 배척할 권리가 있다.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교육부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행정의 효율을 둘러싼 흥정 대상이 아니다. 교육부가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을 담당할 철학과 능력이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오직 행정편의주의만을 내세우는 정부 부처가 어떻게 21세기를 살아갈 미래 세대의 교육을 말하는가.

지금까지 한국교육이 안고 있는 병폐를 해결하지 못한 교육부가 어떤 권위로 또한 어떠한 근거로 학생과 학부모의 인권을 경시하는 일을 공공연하게 앞장서고 있는가. 교육부의 민주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사항을 교육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가 거부하는 사태를 보고, 정말로 교육부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눈앞의 행정효율만을 생각하는 교육부에게 어떻게 21세기를 짊어질 미래 세대의 교육을 맡길 수 있는가.

아직도 교육부는 교육행정서비스를 선전하면서 "국민과 학부모를 위한 서비스"를 외치고 있다. 국민과 학부모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서비스는 입시위주의 교육과 행정편의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교육을 통하여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시민정신을 배우고, 인권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것이다. 행정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인권을 짓밟는 교육부는 교육의 본말을 전도시키고 있다.

▲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아직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그치고 있다. 행정의 민주화와 교육의 민주화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교육행정서비스 사태가 말해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민주화 투쟁이 정치 차원을 넘어서 점차 사회 여러 부문으로 확산되는 과정의 산물이다.

민주주의 정신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무시하는 교육자들과 행정 관료들은 교육계에서 물러나야만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권위주의적인 교육 관료와 교육자들을 보면 민주주의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이상 학생과 학부모의 인권을 행정편의의 제물로 삼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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