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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서준식이 본 세상 <서준식의 생각>

▲ <서준식의 생각>
ⓒ 야간비행
1993년 인권운동사랑방을 만들어 한국 인권운동 신장의 한 역할을 담당했고, '인간의 신념은 누구도 규제할 수 없다'는 자신의 믿음을 위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란 긴 세월의 보호감호처분도 마다하지 않았던 한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 서준식(55).

그가 '인권'과 '표현의 자유', '분단'과 '국가보안법' 등 한국사회 제반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묶은 책을 펴냈다. <서준식의 생각>(야간비행).

전작 <서준식 옥중서한 1971∼1988>이 국가와 이념이라는 폭압적 메커니즘으로부터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지키려했던 한 인간의 수난기(受難記)라면, 이번 책은 진보적 인권운동가가 바라본 한국사회의 명(明)과 암(暗)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서준식의 생각>에서 저자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서준식이 오랜 시간 지켜보고 글 속에 녹인 북한의 인권문제와 한총련 문제, 사상의 자유와 전향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숙고는 진보와 보수 또는, 좌우에 경도된 독자들에게 상대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고,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책의 말미. 제주 4·3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레드 헌트>의 국가검열을 거부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1997년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됐던 저자가 자신의 두 딸에게 보낸 편지가 '영등포에서 딸들에게'라는 제목으로 묶였다.

운동가 서준식이 아닌 다정한 아버지 서준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슴 훈훈한 편지를 읽으면서도 '우리는 과연 완벽한 사상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려야하는 것은 얼마나 큰 불행인가.

성인을 위한 환타지소설 <선(仙)>

▲ 소설 <선(仙)>
ⓒ 도서출판 수선재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의 전생은 은하계의 별 메릴린스의 성주이며, 선계(仙界)의 등급을 향상시키기 위해 아스(메릴린스 사람들이 지구를 지칭하는 말)에서 태어났다? 이런 독특한 상상력이 소설로 옮겨졌다. 문화영이 최근 출간한 소설 <선(仙)>(전3권·도서출판 수선재).

<선>은 토정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이지함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구도기(求道記)를 작가의 자유로운 필치와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산신 숭배와 옥황상제, 불로장생 등 무속신앙으로 오해받아온 선의 참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

메릴린스 성(星)을 통치하는 미르메트(이지함의 전생)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삶의 모토로 삼고있는 사람. 하지만 현재 자신이 사는 별에서는 더 이상의 새로움이 없고 그로 인해 무료하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 어느 날 떠오른 기발한 생각. 미르메트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길 적당한 별을 찾는데...

"통상의 환타지가 청년기의 모험과 도전을 형상화하고 있다면 <선>은 참다운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성인 환타지'를 지향한다'는 것이 출판사의 부연이다.

<선>에서 머나먼 별의 성주로 묘사되는 토정 이지함(1517∼1578)은 목은 이색의 후손으로, 서경덕에게서 사사했다. 역학과 의학, 수학과 천문, 지리에 두루 해박했으며, 아산현감 시절에는 걸인청(乞人廳)을 세워 빈자와 노약자 구호에 힘쓰기도 했다. 대학자 조식이 그를 두고 '도연명과 같은 사람'이라고 칭했을 만큼 다방면에게 천재성을 보였으나, 혹자를 그를 두고 기인(奇人)이라 칭하기도 했다.

소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소금이 온다>

▲ <소금이 온다>
ⓒ 보리
사람살이 꼭 필요한 것임에도 그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들이 있다. '소금'도 그런 것 중 하나일 터. 국과 찌개의 간을 맞추고, 음식의 부패를 늦추는 등 종요로운 역할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소금과 그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고 산다.

아동물 전문출판사 보리가 최근 출판한 <소금이 온다>는 바로 이 소금과 소금을 만드는 간쟁이(염부)들의 고마움과 수고로움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준다.

부드러운 선과 색채가 편안함을 안겨주는 백남호의 그림이 돋보이는 <소금이 온다>의 제작팀은 바닷물이 소금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기 위해 전북 부안의 곰소염전과 전남 신안의 압해도염전, 인천 소래염전을 직접 찾아다녔다.

거기서 40년 이상을 염전에서 일해온 할아버지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책의 제목이 된 '소금이 온다' 역시 소금밭에 소금알갱이가 보이기 시작할 때 간쟁이들이 쓰는 말에서 따왔다.

염전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고생을 자처한 책의 저자들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소금의 생산과정을 쉽게 보여주는 동시에,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일본산 기계염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어 가는 한국의 천일염. 느리게 얻어내는 것들의 소중함이 기계화된 속도 앞에 무력해진 세상. <소금이 온다>는 아이들에게 자연에 순응하며 천천히 살아가는 법과 함께 '하찮은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서준식의 생각

서준식 지음, 야간비행(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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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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