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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정리/ 구영식 최경준 기자
사진/ 이종호 기자, 동영상/ 오마이TV 김정훈 PD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오 의원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중이 정치에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출발했고, 지금까지 그 정신에서 조금도 후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같이 했다고 해서 김대중 정권의 부정부패를 눈감아주는 것이야말로 반민중당 정신"이라며 "나는 16대 국회때 보수나 진보를 떠나서 권력의 부패와 맞서는 야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입지를 굳히는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나는 보수가 아니라 진보주의자" / 김정훈 김용남PD
"민중당시절 민중위해 정치하려 했는데, 민중이 선거에서 우릴 외면한 것"

이 의원은 또 자신을 "나는 여전히 진보주의자"라면서 "그러나 국가경영에서 건전한 진보주의자가 건전한 보수와 함께 나가야만 우리 시대의 과제인 분단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김대중 정권이 성과주의, 개인주의를 남북문제에 너무 깊숙이 끌어들였기 때문에 남한 내부의 남남갈등만 심화시켜놓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96년 신한국당 '노동법 날치기 통과'를 상기하면서 "당시는 내 의지대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 때의 부끄러움 때문에 지금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문에서 말한 '건전한 보수'란 무엇인가.
"정통적 자유민주주의를 말한다. 군사독재, 권력의 부패는 정상적인 민주주의라 볼 수 없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서 국민들이 능력은 있어도 권력이 없어서 소외받는 것을 없애는 것이 민주주의다. 지금까지 그런 것을 못해왔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때도 그랬고,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때는 아들이 권력형 부패로 감옥에 갔다. 이제 권력의 이름으로 특권을 행사하고, 부정부패를 용서받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만약 그런 시대에 대한 향수를 갖는 것이 보수라면 그것은 당연히 거부되어야 한다."

- 많은 사람들은 이재오 의원을 민중당 창당멤버로 기억하면서 그때의 정신을 계속 견지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그런 정신에서 어긋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김대중씨를 지지하는 사람이 내가 김대중씨를 공격하니까 '자기도 같이 민주화 운동 해놓고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비판하는데 그것은 잘못이다. 과거에 민주화 운동 같이 했다고 해서 지금 부정부패와 관련돼 있는 것을 봐주라는 말인가. 내가 민중당 사무총장을 하면서 적어도 민중이 정치에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출발했는데 그것이 무엇인가. 부패 없는 세상, 권력의 이름으로 부패한 것을 막는 것 아닌가. 그게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 아닌가.

나는 그 정신에서 나는 조금도 비겁해지거나 후퇴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국회의원 두 번 하면서 전국 어디에 땅 한 평 산 적 없고, 내 집안 숟가락 하나 늘린 적 없고, 후원회 하면서 공직자한테 돈 한푼 받은 적 없다. 내가 그렇게 살아온 것이 민중당 정신이라고 본다. 내가 김대중 정부와 맞섰다고 민중당 정신이 없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자체가 잘못됐다."

- YS 정부가 부패한 권력이었다고 평가했는데 사실 이 의원은 YS정권 때 국회에 입성하지 않았나.
"나는 YS 정권 마지막에 들어왔다. 내가 국회의원으로서 그 정권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할 틈도 없이 야당이 됐다. 96년에 들어가서 97년에 정권 빼앗겼는데 그 때 초선으로 들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나. 끝나고 보니까 YS 정권 주변 몇 사람이 한보사태에 연결됐고, 김현철씨 감옥가고…. 그러나 YS정권보다 김대중 정권은 몇 배 더 하지 않았나. 그런 것을 보면서 민중당 출신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과거에 민주화 운동 같이 했던 동지들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부패와 깊숙이 관련돼 있는데 눈감고 있으라는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반 민중당 정신이다."

- 예전에 진보정당 활동을 했는데 지금에 와서 스스로 '건전한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것인가.
"나는 (아직도) 진보주의자다. 나는 한번도 내가 보수주의자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국가경영에서 이 땅의 건전한 진보주의자가 건전한 보수와 함께 나가야만 정치가 (제대로) 되는 것이지, 건전한 보수를 배격하고 이 땅에서 정치를 할 수 있나. 나는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게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보수주의자를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땅의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가 함께 어울려서 분단문제를 극복해 나가야지, 어느 한 쪽으로 치달아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민중을 위해 정치한다고 했지만 민중들은 우리를 외면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민중당 시절 함께 했던 분들은 가끔 만나나.
"이 기회에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재오가 한나라당에 들어가더니 보수정당의 앞잡이가 됐다느니 비판한다. 그러나 내가 신한국당 때 YS에 의해 영입되어 들어온 뒤 내가 한나라당의 과오를 책임질 그런 위치에 있지 않았다. 또 잘못된 지난날 한나라당의 과오를 대변할 처지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분단을 극복하고 진정한 평화적 통일을 이뤄야 하는데 그 길이 선택하는 데 따라 다를 수 있다. 한나라당도 지지하는 사람이 50%나 있지 않나. 나는 이것을 힘으로 해서 그야말로 평화적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국민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민중당 시절에 그런 교훈을 얻었다. 내가 민중당으로 출마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똑똑하다고 국회의원 된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투표해보면 꼴찌를 했다. 정치를 하려면 표를 찍어줘야 하는 것인데 표는 안 찍어주고…. 우리가 그토록 민중을 위해 정치한다고 했지만 민중들은 우리를 외면한 것이다. 그러면 정말 민중을 위한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국회의원도 안하고 밖에서 비실비실 놀면서 말로만 '민중, 민중'하면 그것이 민중을 위한 정치가 되는 것인가. 아니다. 현실정치에 뛰어들어가야 정치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나는 국회 16대 들어와서 제대로 야당을 지켰다. 보수나 진보를 떠나서 권력의 부패와 맞서는 야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입지를 굳히는 데 기여했다. 그것은 남들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나라당에 없었다면 한나라당이 지금 야당으로서 모습을 갖췄겠는가. 이런 점에서 나를 봐야지, '민중당도 하고, 재야도 하고, '깜방'도 살았던 이재오가 한나라당에 들어가더니 맨날 김대중 정부하고 싸우기만 한다'고 보면 정치를 겉으로만 보는 것이다. 나를 변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적 정치로 성장하려면 진보와 보수를 통합하지 않고는 분단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진보정당의 역사를 잇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지난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크게 선전한 것에 대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민주노동당 같은 당이 필요하다. 또 민노당이 원내로 들어와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민노당이 필요하다고 해서 민노당 같은 정당으로 국가경영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민중당 경험으로도 충분하다. 정치를 하면서 가장 즐거웠을 때는 민중당 할 때다. 그러나 그것은 분단문제를 해결하고 민족의 평화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과거 진보정당이 실패했다면 앞으로 진보정당이 성공할 것으로 보나.
"이 땅에 정말로 진보정당이 성공하는 길은 분단문제 해결과 맞물려 있다. 진보주의자들도 궁극적으로 민족문제와 분단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 않나."

- 분단문제와 민족문제를 강조했는데 그런 면에서 김대중 정권이 일정정도의 성과가 있지 않았나.
"그런 면에서 인정할 점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국민의 동의도 얻지 못하고 자기 성과주의로 나갔기 때문에 지난 3·1절 서울시청 앞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남남갈등만 심화시켜 놓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자기 임기 내에 뭘 하겠다는 성과주의, 개인주의를 남북문제에 너무 깊숙이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은) 그런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지적을 덮고 '그래도 남북이 왔다갔다 하고, 남한이 색깔문제에 대해 열렸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그것이 오히려 남한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켰다면 공으로만 인정할 수는 없다."

"96년 말 '노동법 날치기 통과' 부끄러워 금배지 안달고 다녀"

ⓒ 오마이뉴스 이종호
- 3·1절 서울시청 앞에서 벌어진 두 행사중 이 의원은 어디에 참석했겠는가.
"소설가 이문열씨가 우리 집안인데 아들 결혼식이 그날 있어서 나는 이러나저러나 참석을 못할 사람이었기 때문에 (허허) 생각을 안했다. 결국 그것은 김대중 정부의 5년 동안의 대북정책이 남한 내부에 투영된 단면 아니냐."

- 지난 1월 인터넷에 나돈 '한나라당 살생부'를 봤나. 명단에 이 의원도 포함돼 있는데 어땠나.
"봤다. 다섯 번째인가 여섯 번째에 있더라. 그냥 웃고 말았다."

- '가난하게 살더라도 정의롭게 살자'가 좌우명인데 지금까지 이 의원은 정말 한점 부끄럼이 없이 정의롭게 살았다고 자신하나.
"자신한다. 나는 국회의원이 됐을 때나 안됐을 때나 내 개인을 위해 비굴하게 살아본 적이 없고, 개인 이익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내 스스로 돌아봐도 정의에 어긋나거나 상식에 어긋난 일을 해본 적이 없고, 내 나이에 전 재산이라고 하는 것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전부다."

- 그러나 96년 말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 때는 내 의지대로 한 것이 아니다. 새벽 4시에 호출 받고 나가 버스에 실려간 곳이 국회 본회의장이었고, 1∼2분 안에 (표결처리가) 끝났다. 나는 그 때의 부끄러움 때문에 지금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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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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